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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책표지.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책표지.
ⓒ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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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소장의 각양각색 주민 관찰기'

책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김미중 씀, 메디치 펴냄)는 위와 같은 부제에 이끌려 읽은 책이다.

아파트가 우리의 보편적인 주거 공간이 된 지 오래다. 특히나 도시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도 많을 것. 역시나 잊을만하면 아파트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뉴스의 주인공이 되곤 하는데, 이건 나만의 우려일까? 위험 정도가 더욱 다양해지고 심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아는 한 이 책처럼 아파트 관리소장이 쓴 수필집은 그동안 없었다. 그러니 어쩌면 사람 냄새 가장 많이 나는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여성 관리소장이란다. 그렇다면 훨씬 아기자기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더해 읽은 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사람이 아파트 한 동을 뒤흔들 만큼 그 많은 사람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다니. 줄잡아 100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면 마땅히 사과를 해야 한다.

각 세대를 방문해 사과할 수 없다면 승강기에 사과문이라도 게시해야 할 텐데, 504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과 자주 다툼을 벌이는 윗집에도, 혹여 발소리로 피해를 주고 있을지 모르는 아랫집에도, 그 누구에게도.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이 피해 받는 것은 싫지만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중략)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는 게 어떨까요?' 이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중략) 세상 일이 어떻게 하나같이 만족스러울 수가 있을까. 막상 살아보니 내게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면 방향을 바꿔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특히 아파트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진지하게 단독주택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 본문 72~73쪽
  
불편할 수밖에 없는 곳, 아파트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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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겹겹이 모여 사는 구조라 원래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소리나 냄새까지 공유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공간이다. 그런데 이에 누군가의 이기심과 배려 없음 등이 더해지면 더욱 불편하고, 급기야는 살 수 없는 공간이 될 수밖에 없겠다.

아파트 관리인 20년 경력의 저자는 아파트에서의 가장 흔한 문제인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양한 사연의 갈등부터 주차문제, 편의시설 이용문제, 흡연이나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 쓰레기 처리문제 등 아파트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을 들려준다. 동시에 그간의 경험과 덕분에 얻은 견해를 더해 보다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담담하게 제시한다.

소음을 호소하며 밤낮없이 인터폰을 해대는 사람, 한 대 이상의 소유 차량을 번갈아 주차하며 가장 좋은 자리를 오랫동안 독점하는 얌체 주차, 상습적으로 공동 현관 앞에 주차해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 당했다고 걸핏하면 관리소 사람들을 멱살잡이 하는 사람, 어떤 알림도 없이 바닥을 깨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사람, 쓰레기 무단 투기, '분수 좀 꺼 달라, 헬스장 에어컨을 꺼 달라... 아니다 틀어 달라' 지극히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요구하는 사람 등등.

사실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을지도 모르며, 누구나 알고 있을, 특별할 것 없는 것들이다.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한 번쯤 꼭 읽어 보길 권하는 이유는, 누군가로 인한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는 나 또한 그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고통이나 불편을 주면서 살아가는 존재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을 통해 만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들은 거울이 돼 줄 수 있을 것.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물론 자신을 비춰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여기서 다투고, 저기서 다투고... 해결의 실마리를 던지는 책
 
"그중에서도 택배 차에 대한 민원은 입장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달랐다.

'택배를 굳이 집에서 받아야 하나요? 차량이 지나다니면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아이들 안전을 위해 차량 출입을 막아야죠. 만약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책임질 건가요? 그리고 택배기사가 탑차를 낮게 개조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돌면서 배당하면 굳이 지상에 차량이 다닐 필요가 없잖아요.' 이건 아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의 주장이다.

'내가 돈을 지불했고, 집에서 택배를 받는 것은 내 권리인데 왜 침해하는 거죠? 그리고 지하주차장에 택배 차가 돌아다나면 입주민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날 수도 있고 후방 주시가 되지 않아 사람이 다칠 수도 있는데 그건 안전한 건가요? 특히 쌀이나 고구마, 김장김치같이 무거운 물건을 내가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건가요? 돈은 내고 권리행사는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거기다 나이 드신 분들은 무거운 물건을 들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요.' 이건 택배를 집에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하주차장으로 택배 차가 다니는 것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주장이다." - 본문 42~43쪽

여러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위와 같은 일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데 각자의 사정과 인식 차이로 좀처럼 해결이 쉽지 않다. 책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에는 이처럼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데 힌트가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의 재치 있고 현명한 중개로 해결된 사례들도 제시돼 있다. 

지난 연말, 아파트 관련 훈훈한 뉴스 하나를 접했다. 2018년 11월 '최저임금제에 따라 경비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주민 몇 명이 이를 막고자 주민 투표로까지 이어지게 했다는 것. 투표 결과 78%가 넘는 주민들이 반대했고, 덕분에 잘릴 위기에 있던 5명의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게 되었다는 뉴스였다.

경비원들이 해고 당하지 않기 바라며 주민 투표로까지 이끌어낸 아파트 한 주민에 의하면 "돈이 걸린 문제라 주민들이 찬성 쪽으로 기울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들 중 누군가는 또 말한다. "힘들수록 함께 살아야지요, 우리들의 안전과 관련된 경비원 감축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온정 넘치는 아파트인가, 냉랭한 아파트인가... 구별법은? 
 
 아파트 같은 집단 주거지의 '온정'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아파트 같은 집단 주거지의 "온정"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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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가 문득 정수기 관련 일을 몇 년째 하고 있는 어떤 이의 말이 떠올랐다. 몇 년째 전혀 다른 여러 아파트들을 다니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래도 사람 살만한 온정이 있는 아파트인가, 냉랭한 아파트인가?'를 은연 중에 구별하게 됐단다.

그에 의하면 경비원들이 외부인을 대하는 태도,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의 반응, 어느 집을 방문하는 순간 우연히 마주치는 옆집 사람들의 태도, 쓰레기 처리장 풍경 등에 따라 어떤 아파트인지 확연히 구별된다고 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볼 때마다 인사 건네는 것이 습관된 아파트가 있어요. 그런 아파트들 중에는 옆집에 온 낯선 사람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최소한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아는 사람들인 거죠.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서로 알고 있으면 그만큼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고 그러겠지요. 낯선 사람이 들락거리는 거에 관심 보이는 사람들이 많으니 흉측한 일이 생길 가능성도 그만큼 없을 것이고. 그런 아파트 드나들 때마다 이런 아파트에 이사 오고 싶다, 생각하게 되죠. 반대로 찬바람 쌩쌩 느껴지는 아파트는 긴장하게 돼요. 얼른 끝내 버리고 가고 싶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는 냄새까지 공유하며 살 수밖에 없는 곳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저마다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은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동시에 함께 살아간다. 그러니 크고 작은 잡음은 당연하다. 어떤 노력과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한 그런 많고 많은 일들이 말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각자의 온기를 불어넣는다면 그 회색 건물도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깊이 공감한다. 

훈훈한 인정 속에 살 것인가, 아니면 켜켜이 쌓이고 이어진 삭막한 시멘트 상자 속에 살 것인가? 아파트에서 살아가자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이 책은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조언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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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