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유성범대위 주최로 열렸다.
▲ 인권위 규탄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유성범대위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8년째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22명이 고위험 우울증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6년 3월, 유성기업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유성기업지회는 인권위에 '유성기업 차별·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명목으로 진정을 넣었다. 

이에 2017년 6월, 인권위는 유성기업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22명이 우울증 등으로 '죽음에 이를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에 속해 긴급하게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권고가 내려졌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22명은 아산공장 노동자가 12명, 영동공장 노동자가 10명이다.

이는 인권위,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아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정신건강 실태조사단에 참가한 외부위원 등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결과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그동안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은 있으나 의료진이 직접 진찰해 우울증 확진 판정을 한 적은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 외부 전문가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찰 결과, 이전에 나온 (설문)조사보다 충격적이었다"라며, "당사자(22명)들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과거 발표된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우울증 고위험군은 매년 증가해 2017년에는 53.4%가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1년간 구체적인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노동자는 20명, 자살을 시도한 이는 5명이나 됐다. (관련 기사: 상무 두드려 팬 직원들, 그들의 지옥같았던 7년

인권위 역시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의료기관의 진찰 결과 우울증 고위험군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차별시정국 서수정 과장은 "우울증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 다양한 우울장애가 발견됐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22명 가운데 아산공장 4명, 영동공장 2명은 현재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즉각 실태조사 결과 공개해야"... 인권위 "15일 이전에 발표할 것"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유성범대위 주최로 열렸다.
▲ 인권위 규탄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유성범대위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인권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는 햇수로 2년째 공개가 안 되고 있다.

4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시민단체 30여 명은 서울 중구 저동에 있는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건강 실태조사 늑장 결정'을 규탄했다.

금속노조 도성대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인권위가 한다고 해서 믿었다"라며 "하지만 조사를 해놓고도 2년째 발표가 늦어지는 사이에 세 명의 동료가 쓰러지고 급기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라고 비판했다.

2017년 꾸려진 인권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단에 외부위원으로 참가한 한인임 '일과 건강'의 사무처장은 "외부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오랫동안 이어진 노-사간, 노-노간 갈등을 보며, 국가가 개입해서 극단적인 상태로 노동자가 몰리는 것을 해결하자는 뜻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과를 발표하라', '청문회 하라'라는 수차례 요구에도 1년간 (조사결과를) 묵히고 있다.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라고 지적했다.

유성범대위 김태연 집행위원장도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 인권위가 자본의 힘과 이익에 편승해 인권을 후퇴시키고 있다. 즉각 실태조사를 공개하고 긴급 구난 조치해라"라고 주장했다.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인권위 서수정 과장은 "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사건 조사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며, 조사 중에 결과를 알려줄 수는 없었다"라며 "하지만 지난해 12월 28일 소위원회에서 결과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으며, 오는 15일 이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정 과정에 1년이 넘게 시간이 걸린 이유는 담당 조사관이 바뀌고, 사안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조사해야 할 게 많아서였다"라며 "늦어진 부분은 죄송하며 최대한 빨리 결정문을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의료기관에서 고위험 우울증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유성기업의 산업재해 수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얼마 전 유성기업 노조원의 정신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7일, 대법원은 유성기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아산공장 직원 박아무개씨의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태그:#유성기업, #우울증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