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포스터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고쳐 펠릭스' 게임에서 나쁜 놈으로 활약하는 주먹왕 랄프(존 C.라일리 목소리)와 '슈가 러쉬' 게임 속 레이싱 공주 바넬로피(사라 실버맨 목소리)는 '리트왁 가족오락실'의 게임 세계에서 별다른 사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던 바넬로피를 위해 랄프는 새로운 레이싱 트랙을 만들어주지만, 그만 게임 유저의 실수로 운전대가 망가진다. '슈가 러쉬' 오락기가 버려질 위험에 처하자 랄프와 바넬로피는 게임 센터에 연결된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 세상으로 나가 운전대를 찾는다.

201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먹왕 랄프>는 팩맨, 소닉, 스트리트 파이터, 댄스 댄스 레볼루션 등 많은 게임의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불러 화제를 모았다. 게임 센터를 하나의 세상으로 그려낸, 게임판 <토이 스토리>였던 <주먹왕 랄프>에는 1980~1990년대 게임의 향수가 묻어났고 서브컬처를 향한 존경심이 가득했다.

<주먹왕 랄프>는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사랑을 찾지 않는 공주를 보여주며 디즈니의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깨버린 작품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주먹왕 랄프> 다음에 원작 동화를 재해석한 <겨울왕국>, 디즈니풍 슈퍼히어로인 <빅 히어로>, 현실을 은유하는 동물의 왕국 <주토피아>, 여성이 영웅으로 나오는 <모아나> 등 새로운 형태의 걸작을 쏟아냈다. <주먹왕 랄프>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변화를 알린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먹왕 랄프>와 <주토피아>에서 감독과 각본가로 만났던 리치 무어와 필 존스턴은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에서 다시 의기투합한다. 이번엔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린 리치 무어와 필 존스턴은 "랄프와 바넬로피가 거대하고 낯선 인터넷 세상을 여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을 겪으며 갈등을 겪는다. 이들의 관계를 통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모든 인간관계의 현실을 탐구함과 동시에 성숙해가는 우정의 한 단면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게임 센터에서 인터넷으로 무대를 넓혔다. 인터넷이란 거대 공간으로 나간 영화는 두 가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나는 디즈니가 소유한 수많은 캐릭터다.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인기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를 필두로 베이맥스(빅 히어로), 닉(주토피아), 덤보, 피터팬, 팅커벨, 이요르(곰돌이 푸) 등을 선보인다. '마블'의 아이언맨과 베이비 그루트, <스타워즈> 시리즈의 R2-D2, C-3PO, 스톰트루퍼, '픽사'의 버즈 등도 볼 수 있다.

그중 백미는 바넬로피가 역대 디즈니 공주들과 만나는 장면이다. 여기엔 백설공주, 신데렐라, 오로라(잠자는 숲 속의 공주), 에리얼(인어공주), 벨(미녀와 야수), 자스민(알라딘), 포카혼타스, 뮬란, 티아나(공주와 개구리), 라푼젤, 메리다, 엘사와 안나(겨울왕국), 모아나까지 14명의 공주가 등장한다. 초창기 공주를 제외한, 목소리를 연기한 11명의 배우가 참여하여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인터넷 세상의 묘사다. <주토피아>에서 거대한 동물 도시를 구현했던 제작진은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에선 인터넷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도전했다.

구글, 이베이,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챗, 로튼토마토,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각 웹사이트는 규모와 특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건물로 표현된다. 인터넷에 접속한 네티즌들의 IP는 '넷유저'라는 캐릭터로 의인화되었다. 검색엔진을 통해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운송 차량이 나타나 해당 웹사이트까지 이동시키는 등 각 시스템을 인격화한 표현도 재미있다. <이모티: 더 무비>의 스마트폰 세계와 비교하면 디즈니의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볼거리만이 디즈니의 강점은 아니다. 진정한 힘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서사는 바넬로피와 랄프가 인터넷 세상에 운전대를 구하러 온 이후에 각자의 이야기로 나뉜다. 바넬로피는 인터넷에서 온라인 레이싱 게임 '슬로터 레이스'를 만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일상에 만족하는 랄프는 빨리 인터넷에서 돈을 구해 운전대를 구입한 뒤 바넬로피와 함께 게임 센터로 돌아가기만을 원한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먹왕 랄프>는 랄프의 "달라지고 싶다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에서 바넬로피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그녀의 고민엔 여성의 독립성과 주체성이 투영된다. 그리고 역대 디즈니 공주들과 만나는 장면으로 연결시킨다.

과거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공주는 줄곧 남성의 그늘에 머물렀다. 그러나 <겨울왕국>과 <모아나>는 달랐다. 능동적인 공주를 보여주며 시대상을 반영했다. 디즈니 공주들은 바넬로피와 만나며 변화를 시도한다. 불편한 공주 의상 대신에 편한 일상복을 입고 위기에 먼저 나서 힘을 보탠다. 디즈니 공주들이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는 모습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앞으로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디즈니의 고민과 의지가 드러내는 대목이다.

랄프가 동영상 사이트인 '버즈튜브'에서 인기 스타가 되는 과정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나타난다. <서치>는 성인 세대에게 알맞은 인터넷 시대의 논평을 내놓았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어린아이들과 인터넷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제공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인터넷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엔 악당이 나오지 않는다. 선과 악의 대립을 다룬 구도를 벗어나 바넬로피와 랄프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랄프는 친구, 동생, 딸처럼 느끼던 바넬로피가 더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치도록 보내준다. 바넬로피는 랄프와 다른 길을 선택하며 날아오른다.

한 사람의 꿈을 탐구하는 <주먹왕 랄프>와 다른 사람의 꿈을 받아들이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디즈니는 다른 듯 보이는 내용이지만, 본질적으론 같은 주제를 품은 우정과 성장의 연작을 완성했다. 디지털 시대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손색이 없다. 다 떠나서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재미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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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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