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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선국면서 야당 이끌며 트럼프와 정면승부…셧다운이 첫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낸시 펠로시(78·캘리포니아)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3일(현지시간) 116회 미 의회 개원식에서 다시 한번 '유리천장'을 깨고, 12년 전 자신이 쓴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 선출'이라는 기록을 새롭게 썼다.

지난해 11·6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 하원에서 '여소야대'가 연출된 상황에서 8년 만에 다시 하원의장으로 의사봉을 잡게 되며 재등판한 것이다.

CNN방송 등 미언론들은 "펠로시, 다시 역사를 쓰다. 자신의 유산(Legacy)을 다시 써내려갈 두 번째 기회를 만나다", "2007년 첫 여성 하원의장으로 신기원을 이뤘던 펠로시가 다시 의사봉을 잡다" 등으로 '여성파워'의 아이콘인 백전노장의 '화려한 귀환'을 표현했다.

펠로시 신임 하원의장은 하원 권력을 되찾은 야당의 수장이자 '간판'으로서 첫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 대안세력으로서 존재감을 각인함으로써 2020년 대선국면에서 정권교체의 기틀을 세워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1940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리니티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볼티모어 시장, 민주당 하원의원을 지낸 아버지와 역시 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오빠를 보며 일찍이 정치에 뜻을 품고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결혼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따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거처를 옮긴 뒤 가사와 다섯 자녀 양육에 전념했다.

정치의 꿈에서 잠시 멀어지는 듯했지만, 민주당에 가입해 지역에서 꾸준한 정치 활동을 했다. 기회를 꾸준히 엿보다 1987년 캘리포니아 제8선거구 보궐선거에서 47세의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이 본격적인 정계 입문이었다.

민주당 하원 내 서열 2위인 원내총무를 거쳐 2002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 당선, 미국 역사상 첫 주요정당 여성대표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역대 최장기간인 10년간 하원 정보위 위원을 맡기도 했다. 민주당의 얼굴로 자리매김한 그에게는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역시 여소야대 국면이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야당 소속으로 첫 여성 하원의장에 당선돼 2011년까지 재임했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그는 이라크 전쟁 반대 및 이라크 미군 철수 일정 제시 요구를 비롯해 의료보험제도 확대 등 사회보장 강화, 감세 정책 반대 및 고소득자 세금 중과 등 거대 여당인 공화당 및 부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와 투사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을 받았다. 동성 간 결혼이나 낙태에도 적극 찬성입장을 펴는 등 진보색채도 뚜렷했다.

이에 공화당은 눈엣가시와 같은 펠로시 의장에 대해 명품을 즐겨 입으면서 동성연애 커플과 낙태를 옹호하는 골수 좌파'라고 꼬리표를 붙여 비난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2007년 하원의장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를 주도하기도 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고 오바마 행정부 들어 '오바마케어'(ACA·전 국민건강보험법) 통과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정치자금 모금도 남다른 수완을 보여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넘기면서 펠로시 의장도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는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다시 선출돼 당내 권력을 지켜왔다.

지난해 11·6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되찾으면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재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대외적 지명도와 경륜 등에서 단연 당내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당내 세대교체 요구 여론이 한때 심상치 않게 제기되면서 재선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결국 당선되면 4년만 하겠다는 '임기 제한' 카드로 당내 반란을 잠재우고 하원 본회의에서의 찬성 정족수를 확보하면서 하원의장 고지 확보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해 1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한바탕 '맞짱'을 뜨며 야성을 한껏 드러내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펠로시 하원의장의 어깨 위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도전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이 우후죽순으로 난립, 아직 유력주자가 부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동안 워싱턴 정치판은 '트럼프 대 펠로시'의 대결 프레임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펠로시 의장이 선출 당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휘발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건드린 것도 향후 상하원 권력 분점 시대 대통령과 야당 간 일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당장 장벽 예산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치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문제 해결을 첫 시험대로 맞닥뜨리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펠로시 하원의장 본인도 이번 하원의장직 수행의 성패는 입법 성과가 명성의 척도였던 2007∼2011년 때와 달리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의해 규정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 변수' 등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CNN방송은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는 한편으로 더 볼륨이 커진 민주당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안으로는 '새 피'로 대변되는 신진세력들의 저항을 어떻게 추슬러 가며 적전분열을 막고 대선국면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하느냐의 과제도 떠안고 있다.

hanks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펠로시, #미국 하원, #신임, #하원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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