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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Democratization must go on!)"

하비비 센터 (Habibie Center)의 직원들의 명함 뒷면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Bacharuddin Jusuf Habibie(아래 하비비)는 인도네시아의 공학자이며, 제 3대 대통령이다. 하비비 전 대통령은 반둥공업대학교 (Bandung Institute of Technology)를 졸업한 이후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항공 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독일의 아헨 대학교(RWTH Aachen University)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지냈다. 이후 독일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항공 공학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가던 그는 수하르토 대통령에 의해 1978년 고등과학기술연구부(Kementerian Riset, Teknologi dan Pendidikan Tinggi) 장관으로 임명된다.
 
Bacharuddin Jusuf Habibie 사진
 Bacharuddin Jusuf Habibie 사진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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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는 이후 1998년까지 다섯 차례 내각에서 같은 부서의 장관직을 수행했다. 이후 1998년 수하르토 (Soeharto) 정부의 부통령으로 임명된 하비비는 수하르토 대통령이 경제 위기 등 실정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하야한 이후 1998년 5월부터 1999년 10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대통령직을 승계받아 수행했다.

하비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 고등과학기술연구부 장관으로써 당시 인도네시아 공학 발전에 기여했다. 그가 대통령직을 승계 받은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비비센터 (Habibie Center)에 따르면 그는 재임 기간동안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출판과 표현의 자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정치와 군대 분리, 정치적 양심수 석방 등을 실현시켰다고 한다.

하비비 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를 위한 결심의 뚜렷한 계기가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짧은 재임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분명하게 남아있다. 전직 대통령의 하야 이후 격동기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의해 약 1년 반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하비비는 민주화에 대한 그의 뜻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퇴임 이후 1999년 그의 이름을 딴 하비비센터 (Habibie Center)를 만든다. 그의 경력을 보면 이곳은 공학과 관련된 기관일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그는 인도네시아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기관을 만들었다. 하비비센터는 현재까지 민주화, 인권, 현대화라는 세 가지 주제로 여러 연구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비비센터는 지난해 11월 27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방안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및 인도네시아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과 함께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맞아'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진행하고, 지난 7월 국립외교원이 진행한 신남방정책 추진 학술회의에 참여하는 등 한국의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
 
하비비센터 내부
 하비비센터 내부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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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은 하비비센터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 모임을 갖기 위해 지난 1월 3일 하비비센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하비비센터를 대표하여 Mohammad Hasan Ansori (아래 Ansori), Hana Hanifah, Ibrahim Almutaqqi씨가 참석했다.

소개를 위해 명함을 주고받은 이후 하비비센터 직원들의 명함 뒷면에는 '민주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Democratization must go on!)'라는 문장이 쓰여있었다. 이 문구가 공식 구호인지 묻자, Ansori씨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의지가 표현된 구호를 보고 그렇게 묻는다. 하지만 이 문구는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식 구호이다"라고 답했다.

Ansori씨의 말처럼 이날 약 45분가량 회의에 참석한 세 명의 직원들은 민주화, 인권, 현대화라는 하비비센터의 세 가지 가치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겨울 한국의 촛불집회와 정권교체 과정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또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문재인 정부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신남방정책에서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하비비센터에 방문한 416자카르타촛불행동
 하비비센터에 방문한 416자카르타촛불행동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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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남과 북의 경제 협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남과 북의 국민 여론은 어떤지, 지금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등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이어졌다.

416자카르타촛불행동에서는 그 동안 남과 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준 인도네시아 당국과 하비비센터에 고마움을 전하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아세안(ASEAN)과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긴밀히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하비비 전 대통령과 하비비센터의 구성원들이 소중히 지켜온 민주화와 인권, 그리고 현대화에 대한 뜻이 한반도 평화 통일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준영씨는 416자카르타촛불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하비비센터, #하비비, #HABIBIE, #416자카르타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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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 인도네시아 도시 지리, 이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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