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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에서 마주친 길고양이들.
 한강변에서 마주친 길고양이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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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서울 한강변에 자리한 편의점들은 손님이 거의 없다보니 문을 닫아 놓는다. 겨울에 맞춰 계약기간을 끝내고 문을 닫는 편의점들도 많다. 텅 빈 편의점에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은 길고양이들.

지난 계절 편의점 주인이나 손님들이 먹이를 챙겨준 덕에 강변에 자리를 잡고 사는 고양이들이다. 그래선지 다른 길고양이와 달리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부리나케 도망가진 않는다.
  
강변 편의점에 기대어 사는 고양이.
 강변 편의점에 기대어 사는 고양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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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가에 사는 고양이들.
 한강가에 사는 고양이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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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편의점 주변 양지바른 곳에 얌전히 앉아 있는 고양이들이 안됐다. 외로움과 고립을 즐기는 듯 보이는 그들이지만 추위와 배고픔에는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고양이들이 부러 의도하진 않았지만, 현대인이 잃어버린 소중한 능력 가운데 하나인 '측은지심'을 환기시켜주기도 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던 어느 청년이 고양이 사료를 주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강가를 달리러 올적마다 고양이들 먹이를 가져와 먹여 준단다. 혹시 '냥이 집사'냐고 묻자, 어쩌다 잃어버렸다고, 아니 집을 나갔다고 한다.

PC로 작업을 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놀림이 빨라지면, 어김없이 다가와 키보드를 밟아 대는 고양이였단다. 아마도 감히 자기가 아닌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느껴서일 게다.
 
한겨울 배고플 길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챙겨주는 자전거탄 '캣맨'.
 한겨울 배고플 길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챙겨주는 자전거탄 "캣맨".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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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앤디 워홀, 프레디 머큐리까지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독을 즐겼던 서른 명의 남자들에 대한 일화가 담긴 책 <그 남자의 고양이 (원제 : CATS and Men)>엔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법이 나온다.

'고양이는 그냥 가끔 없어집니다. 주위에 있을 때 사랑해주고 고마워해야 합니다.'

한파 속에서 만난 마음 따뜻한 '캣맨' 덕분일까, 강변을 따라 집에 오는 길, 춥기만 하고 별 감흥 없던 새해가 왠지 새롭게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길고양이, #캣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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