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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로드 4000㎞》 표지 (김종훈ㆍ김혜주ㆍ정교진ㆍ최한솔 지음, 필로소픽)
▲ 임정로드 4000㎞ 《임정로드 4000㎞》 표지 (김종훈ㆍ김혜주ㆍ정교진ㆍ최한솔 지음, 필로소픽)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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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지인으로부터 <임정로드 4000㎞>(김종훈·김혜주·정교진·최한솔 지음, 필로소픽)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부제로는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 가이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웃 중국에서 '광복'을 찾기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피나는 노정을 따라나선 답사기록이다.

이 책을 받아들자 문득, 9년 전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기서 우리들이란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 답사단'을 뜻한다. 그때 우리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 27년의 노정을 상징하는 27명의 답사단을 꾸려 <임정로드 4000㎞>를 샅샅이 밟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돌아와 <김구 따라잡기>(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 답사단 지음, 옹기장이, 2012)라는 책을 냈다. 그 책의 머리말을 쓴 사람은 필자였다.

중국의 현지답사 책, 9년의 시차를 두고 손에 받아 든 <임정로드 4000㎞> 첫 장을 펴면서 필자는 많은 감회에 젖어들었다. 우리가 9년 전에 임정로드(임시정부 피난 길)를 떠나기로 했던 것은 국치 100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씻을 수 없는 치욕의 1910년은 한일강제병합의 해였고 2010년은 국치(國恥) 100년을 맞는 해였다. 그 뜻 깊은 100돌을 맞는 해에 우리는 임시정부의 고난에 찬 역사의 발자국을 따라가기로 작정하고 출발 2년 전부터 '임시정부 피난 길 답사에 대한 사전 준비'를 착착 진행했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올해 2019년은 3.1운동 100돌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는 해다. <임정로드 4000㎞>를 쓴 사람들도 9년 전 국치 100년을 맞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우리들'처럼 임시정부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8월, 그 길을 갔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있는 <임정로드 4000㎞>를 썼다. 국치로부터 따지면 2019년은 119년이 되는 해다.

나라를 송두리째 일제에 빼앗기고 119년이 되다보니 격동의 시대를 살던 선열들은 가고 이제 2세 3세, 4세들이 활약하는 세상이 됐다. 그 이야기는 당대에 피 흘리며 뛰던 선열들의 역사가 차츰 수면 밑으로 내려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한 때라 <임정로드 4000㎞>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답사지 안내서 같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모두 1부에서 9부까지가 임시정부와 관련된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0부' 부분과 10부의 번외편이 있다는 점이다. 번외편은 윤봉길 의사가 숨진 일본 가나자와와 윤동주가 다니던 교토의 도시샤대학, 그리고 조명하 지사가 숨진 타이베이를 찾은 내용이지만 '0부'는 국내 이야기다.

임시정부가 활약하던 상하이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 책은 답사 이전 들려야 할 곳을 세심히 짚어주고 있다. 지은이들은 임시정부에서 한평생을 바친 김구,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등의 애국지사가 잠들어 있는 효창원을 시작으로 김구 주석이 숨을 거둔 경교장을 들러 출발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9년 전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은이들이 맨 처음 찾은 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둥지를 튼 상하이 서금2로 현장, 이어 마당로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마지막 청사를 시작으로 충칭으로 이어지는 6000㎞ 대장정에 오른다. 이들의 답사길은 자싱-항저우-난징-창사-광저우-류저우-구이린-충칭으로 이어졌다. 20박 21일간의 대장정 길은 광활한 대륙의 이동거리만도 상상할 수 없는 거리다.

홀로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항저우 시기에 활약한 독립운동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 항저우 시기에 활약한 독립운동가  항저우 시기에 활약한 독립운동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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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떠났을 때 역시 열차와 버스와 비행기를 수십 차례 갈아탔던 기억이 새롭다. 숙소에서 하룻밤만 자고 바로 다음날 가방을 싸서 이동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작정한 것이니 그렇다 치고라도 가장 아쉬운 것은 현지에 남아있지 않던 선열들의 흔적이다. <임정로드 4000㎞> 작가들도 그 점을 안타까워했다.
 
"중국 현지 취재를 진행하는 내내 안타깝고 미안한 감정이 이어졌다. 김구 선생의 유적지를 찾아도, 김원봉 장군의 흔적을 좇아도 다르지 않았다. 제대로 몰랐기에 죄송했고, 내년도 대한민국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온전히 지켜내지 못해 미안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낸 수많은 애국지사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김종훈
 
이러한 마음은 김종훈 작가의 마음뿐이 아닐 것이다.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따라나섰던 사람이면 누구나 한결같이 느끼는 비애이며 정서일 것이다. 그래도 상해의 임시정부 쪽은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초기에 정착한 만주 쪽은 아닌 게 아니라 옥수수밭만 펼쳐져있으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는 게 중론이다.

이 책의 작가들이 맨 처음 발을 디딘 상하이의 임시정부 흔적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자싱, 항저우 정도까지도 요즈음 3박 4일 코스로 많이 떠나지만 그 이후 노정인 난징-창사-광저우-류저우-구이린-충칭 코스는 여전히 찾아가기 힘든 길이다.

여행사를 통해 투어로 가는 길이야 별 신경을 안써도 되지만 혼자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임정로드 4000㎞>는 매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각 장소마다 역사는 물론이고 '가는 방법'과 '주의사항 팁' 까지 친절한 안내가 있어 더 없이 유익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온전히 기록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때처럼 지금 우리가 나라를 잃은 것도 아닌데, 그때처럼 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부끄러워서 당당히 역사적 사실을 자꾸만 왜곡하거나 축소하고 또 감추려만 하는 것일까? 그래서 다들 그렇게 눈물이 났나 봅니다. 살아남은 세대의 미안함과 분노 때문에 말입니다." - 171쪽
 
그동안 임시정부와 관련된 책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정로드 4000㎞>의 장점을 들라 하면 가장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선열들이 활약한 장소에 대한 친절한 안내는 물론 역사적인 내용도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부제로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 가이드' 라고 했지만 이 책은 단순한 가이드 책은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역사책인 동시에 무엇보다 청년들이 쓴 참신한 감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임정로드 4000㎞> 책을 들고, 3.1운동 100돌,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는 2019년 올해, 선열들이 흘린 피땀 어린 장소를 찾아 떠나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일 것이다. 특히 새로운 100년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나침반이 될 책으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립니다.


임정로드 4000km -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가이드

김종훈 외 지음, 필로소픽(2019)


태그:#임정로드, #대한민국임시정부,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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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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