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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창구 단일화 악용해 어용노조 결성…설립신고서 대리작성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삼성이 계열사 에버랜드에 노동조합이 생기자 그룹 차원의 노사전략에 따라 노조와해를 시도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사측은 일명 '알박기 노조'를 세우는가 하면 조합원들을 미행해가며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수현 부장검사)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 에버랜드 직원 김모씨와 임모씨 등 13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부사장 등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마련한 노사전략을 토대로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노조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에버랜드 사측은 2011년 7월1일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조장희 부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삼성노동조합(삼성노조) 설립이 추진되자 간부급 직원 4명으로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을 세웠다.

에버랜드는 설립신고서 등 필요한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며 '알박기 노조'를 만든 다음 어용 시비에 대비해 위원장을 맡은 임씨 등에게 언론대응 요령을 교육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노조는 같은 해 7월18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앞서 6월20일 설립된 어용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 삼성노조의 교섭요구를 원천봉쇄했다.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한 복수노조 제도를 노조탄압에 악용한 것이다.

사측은 삼성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집행부를 미행하는 등 사찰을 벌였다. 징계 명분을 만들려고 조 부위원장을 미행해 음주운전 여부를 감시했다. 그가 대포차량을 운행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대번호를 촬영해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에버랜드는 경찰과 정보를 적극 교환한 끝에 조 부위원장이 체포되자 이를 해고사유 중 하나로 삼았다.

검찰은 에버랜드가 2012년 10월까지 삼성노조 조합원과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미행하고 감시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사실을 확인하고 강 부사장 등에게 업무방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어용노조 위원장 임씨는 2013년 4월 조합원의 부당해고 취소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짓 진술을 한 혐의(위증)도 받는다. 노조설립 당일 해고된 조 부위원장은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확정받고 2017년 3월 복직했다.

강 부사장은 당시 삼성 미전실 인사지원팀에서 그룹 전체 노사업무를 총괄하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를 시도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 계열사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하며 강 부사장에게 서로 다른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삼성전자서비스에 이어 에버랜드 노조와해에 관여한 전·현직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삼성이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등 매뉴얼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는 의심이 재차 사실로 확인됐다. 보안업체 에스원과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에버랜드 차량운행을 담당하는 CS모터스 등 삼성 계열사·협력사들의 대표 등이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여서 수사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삼성, #삼성 무노조, #삼성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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