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파죽의 4연승으로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채 2018년을 마무리했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우리카드 위비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삼성화재 블루팡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25-18,24-26,25-22)로 승리했다. 2018년의 마지막 날 기분 좋은 승점 3점을 챙긴 우리카드는 3위 자리를 유지하며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위권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12승8패).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가 서브득점5개를 포함해 34득점을 퍼부었고 센터 김시훈과 세터 노재욱은 각각 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삼성화재의 공격을 봉쇄했다. 비록 삼성화재는 연승이 마감되며 3위 재입성에 실패했지만 삼성화재는 이날 매우 의미가 큰 기록이 하나 나왔다. 이날 31득점을 올린 삼성화재의 주포 박철우가 V리그 남자부 최초로 5000득점을 돌파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의 에이스, 장인 어른 계신 라이벌 삼성화재로 이적
 
 박철우는 군입대 전까지 무려 10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박철우는 군입대 전까지 무려 10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 한국배구연맹

 
어느새 삼성화재 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최고참이 됐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박철우의 별명은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이었다. 박철우는 지난 2003년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현대캐피탈에 입단하며 곧바로 성인배구에 뛰어 들었다. 지금은 정지석이나 임동혁(이상 대한항공 점보스), 허수봉(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같은 고졸 선수들이 종종 있지만 당시만 해도 박철우는 매우 파격적인 사례였다.

물론 박철우가 입단한 2003년에는 현대캐피탈에 국가대표 라이트 후인정(경기대학교 코치)이 있었기 때문에 박철우는 V리그 출범 초기 주로 벤치 멤버로 활약했다. 2008-2009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캐피탈의 주전라이트를 차지한 박철우는 2009-2010 시즌 득점 3위(592점)에 오르며 V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쪽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2010년1월30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전에서는 혼자 50득점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2009-2010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박철우는 현대캐피탈의 오랜 라이벌 삼성화재로 전격 이적했다. 충격적인 이적처럼 보이지만 사실 박철우의 삼성화재 이적은 많은 배구팬들이 예상했던 일이었다. 당시 박철우와 교제했던 신혜인(전 여자프로농구 선수)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현 삼성화재 상임고문)의 딸이기 때문이다. 박철우와 신혜인은 2011년 9월 결혼식을 올렸다(그리고 박철우는 일터에서 장인어른을 감독님이라 불러야 하는 사위가 됐다). 

삼성화재 이적 후에도 박철우의 활약은 여전했다.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같은 걸출한 외국인 선수와 쌍포를 형성한 박철우는 삼성화재 이적 후 4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현대캐피탈 시절에 따낸 2개를 포함해 총 6개의 우승반지를 손에 넣었다. 현대캐피탈 시절의 폭발력은 다소 약해졌지만 오히려 노련미를 더해 상대에게는 여전히 까다로운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V리그에서 언제나 최고의 길을 걸었던 박철우에게도 대표팀의 운, 더 정확히 표현하면 병역혜택의 운은 따르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금메달을 따는데 실패한 박철우는 2014-2015 시즌 초반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늦은 나이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박철우가 없는 두 시즌 동안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에 밀려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역 후에도 전혀 떨어지지 않은 박철우의 폭발적인 득점력
 
 박철우는 만33세가 됐음에도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왼손잡이 공격수로 군림하고 있다.

박철우는 만33세가 됐음에도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왼손잡이 공격수로 군림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철우는 445득점을 기록하며 입대 전과 다를 바 없는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제도가 변경되면서 삼성화재는 더 이상 가빈이나 레오 같은 특급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없었다. 결국 박철우와 삼성화재는 2016-2017 시즌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진출 실패라는 쓴 맛을 보게 됐다.

2017-2018 시즌 공격에서 더욱 힘을 낸 박철우는 득점 6위, 국내 선수 1위에 해당하는 586득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 부문에서는 55.16%로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삼성화재 역시 박철우의 활약에 힘입어 한 시즌 만에 다시 봄 배구 무대에 복귀했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겨 노장의 대열에 올랐지만 박철우는 만32세 시즌에 2009-2010 시즌(592점)에 이어 통산 2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박철우는 2018년의 마지막날 우리카드전에서 31득점을 올리며 남자부 역대 최초로 5000득점 고지에 올랐다(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황연주가 2017년12월 5000득점 고지를 밟은 바 있다). 박철우는 이번 시즌에도 345득점(8위, 국내선수 3위), 공격성공률 52.29%(7위,국내 선수3위)를 기록하며 V리그 최고의 토종 라이트 공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박철우의 밑으로는 오랜 라이벌이자 대표팀 동료 문성민(현대캐피탈)이 4247점, 동갑내기 김요한(OK저축은행)이 4212점으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문성민과 김요한이 팀 내에서 '조커'로 역할이 다소 줄어든 데 비해 박철우는 여전히 삼성화재의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박철우와 2,3위와의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철우는 공격뿐 아니라 블로킹에서도 국내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높이와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박철우는 V리그 출범 후 현대캐피탈에서 6시즌 연속, 삼성화재 이적 후에도 4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박철우의 군입대와 함께 마감됐고 삼성화재의 전력이 약해지면서 박철우는 전역 후에도 아직 챔프전을 경험하지 못했다. 20대 시절엔 당연했던 챔프전이 이제는 쉽지 않은 미션이 된 박철우가 5000득점 달성 후 이번 시즌 가장 간절히 바라는 목표는 바로 이번 시즌 삼성화재의 챔프전 진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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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삼성화재 블루팡스 박철우 5000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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