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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되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은 패가망신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일찌감치 나왔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최저임금 상승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이같은 정책이 '간신히 연명하는 경제에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한다.

최저임금 상승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하는 업주 입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특히 요즘 자영업은 모두 빚을 내서 시작해 몇 년 동안은 빚을 갚는 데에 대부분 이익을 써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하물며, 어떤 자영업자는 빚으로 생활하며 지금도 빚을 내어 직원의 월급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창업해서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일은 이렇게 고된 일이다. 빚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요즘 세상에서 과연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해서 계속해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

"무리."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할 거다.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 중 가장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건 높은 임대료,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건 재료비와 인테리어 비용, 세 번째로 들 수 있는 건 인건비 등이 있다. 이 모든 비용을 합산해서 초기 3개월 비용을 생각해도 3천만 원은 어렵다.

그런데 겨우 3천만 원으로 구한 9평짜리 건물에서 장사를 시작해 2호점을 넘어 대전 본점을 세우고, 3호점을 개업한 브랜드가 있다. '잼잼칩스'라는 이름의 감자튀김을 파는 요식업으로, 대기업을 다니며 모은 3천만 원으로 퇴사한 인물이 세운 가게다.

도대체 그 인물은 어떻게 3천만 원으로 빚내지 않고 장사를 시작해서 이익을 얻고, 요즘처럼 불경기에도 꾸준히 매출을 점진적으로 올리며 '손해를 보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있었을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시작에서부터 현재에 이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다.

정말 '무리'일까? 그 사장의 비법을 엿보니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혜다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혜다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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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를 펼치면 제일 먼저 '내가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의 도입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목차를 통해 금방 눈에 띄는 몇 가지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창업의 서막에서 다룬 일부 이야기는 무척 중요했다.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시를 시작했습니다. , 혜다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시를 시작했습니다. , 혜다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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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역시 위치 선정과 건물이다. 어떤 위치에 있는 건물을 계약해서 장사를 시작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는 위치에 따라 잠재적 소비력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잠재 소비를 최대한 공략할 수 있는 장소와 건물은 당연히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 건물을 지닌 건물주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점일 거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아무리 겉으로 선해 보이고, '자식 같다'면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는 건물주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도 절대 방심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례를 통해 강하게 경고의 말을 남긴다.

"투입된 비용과 시간이 아깝기는 했지만 결국 나는 해당 장소에 2호점을 차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즉시 매장을 철수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사건은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나에게 찾아왔던 가장 큰 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를 통해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장사를 하며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건물주의 말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는 2천만 원이 넘는 수업료를 지불하고 배웠다. (본문 52)"

저자가 2호점을 차리기로 정한 장소에서 천만 원이 넘는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기하며 2호점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건물주 때문이었다. 저자는 당시 건물주가 선한 얼굴로 다가와서 편의를 봐주는 듯이 행동했지만, 그 모든 게 자기 뜻대로 세입자를 움직이기 위한 수법이었다고 말한다.

'어디에서 장사를 시작할 것인가'에는 좋은 위치의 건물뿐만 아니라 좋은 건물주도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 임차인을 괴롭히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위치가 좋아도 다른 곳을 알아보아야 한다. 저자는 그 비용으로 2000만 원을 치렀단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손해를 본 경험까지 하나하나 진솔하게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한편으로 '특별'하다고 여길 부분이 별로 없기도 했다. 왜냐하면, 저자가 실천한 건 '비용을 아끼려면 직접 발로 뛰면서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걸 스스로 해내고자 했다.

저자가 첫 1호점의 가계약을 앞둔 당시 여러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해 견적을 받은 금액은 적게는 3500만 원 정도의 금액에서 많게는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었다. 가게 계약을 위해 보증금과 권리금을 지급하고 나면 남는 돈은 천만 원뿐이라 인테리어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단 한 가지. 인테리어를 직접 하는 일이었다. 그는 인테리어를 조금이라도 배우기 위해 인테리어와 관련된 공사 현장의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기도 하고, 심지어 요식업 공사 현장을 찾아가 임금은 필요 없으니 청소나 잡일 등 아무 일이라도 시켜 달라고 매달리며 인테리어를 배웠다.

단순히 인테리어를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인테리어 공정을 처음부터 배우고 싶어 철거 단계부터 일할 수 있는 현장에 찾아가기도 하고, 공사장 보조 역할로 일할 때는 물건을 사러 가는 전문가들을 따라가서 직접 눈에 익히기도 했다. 저자의 이러한 열정이 곧 셀프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한 덕에 나는 공사 현장의 정체적인 과정부터 자재들은 어디서 싸게 살 수 있는지, 주방 집기들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소량의 자재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폐기물은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등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짧은 기간, 그것도 어깨너머로 배운 정보들이지만 적어도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바가지를 쓰지 않을 자신은 있다. 물건의 대략적인 가격만 알아도 호구가 되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본문 68)"

이렇게 하나하나 자신의 발로 뛴 저자는 '1% 비용 절약이 1% 수익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고자 했다. 너무나 단순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 단순한 것을 하지 못해서 추가 비용을 들이는 사람이 많다. 손안의 자금이 부족할 때 그 비용은 당연히 모두 빚이 되어버린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실천하라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시를 시작했습니다, 혜다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시를 시작했습니다, 혜다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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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빚을 지지 않기 위해서 저자는 스스로 발로 뛰어다녔다. 덕분에 현장의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운영 방침과 인테리어를 세울 수 있었다. 책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에는 그 모든 시작 과정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세운 원칙과 핵심이 적혀있다.

저자는 '신뢰와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손님을 주인공으로 여긴다. 메뉴 한 개, 한 개를 만들 때도 철저히 원칙을 강조하며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반복해서 한사코 강조한다. '가장 기본적인 게 가장 최고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을 직접 실천한 저자는 그렇게 손님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매출을 유지했다.

책에 나온 한 가지 독특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러 생각 끝에 방송에 나간 걸 기념하기 위해 액자를 걸어야 한다면, 당연히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손님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와 직원들 사진이 아니라 방송을 위해 인터뷰에도 응하고 함께 출연해준 손님들의 사진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민갑부>에 나왔던 손님들 영상을 한 분 한 분 캡처해 인쇄했다. 그 결과 약 50명의 사진이 출력되었고 우리는 이 사진들을 모두 코팅해 매장에 게시했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자 해당 손님들이 가게에 왔을 때 사진에 사인을 받았다. ... (중략)... 손님들은 사진에 사인을 하면서 "대박 나세요!", "100호점까지 내시길 기원합니다." 등 다양한 응원의 말도 함게 적어주었다. 그 중 많은 분들은 자신의 사진이 걸린 벽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 SNS에 올렸다. ... 또 다시 손님들 스스로 홍보에 나서주고 있었다. 전략이 아닌 진심과 감사의 마음이 이뤄낸 결과였다. (본문 218)"

보통 가게가 방송이 나간다면 당시 출연한 연예인의 사인을 받아 액자를 거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손님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출연한 손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걸어 사인을 받아 장식해두었다. 당연히 이를 소개하기 위해서 손님들은 또 지인을 데리고 가게를 재방문했다.

나보다 먼저 손님을 생각하는 이러한 태도는 손님들의 호감을 얻었고, 손님들의 호감은 곧 재방문과 신규 방문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저 허영심으로 가득 차 손님을 생각하지 않고, 가게를 운영했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일이 가장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만들어낸 거다.

요식업을 시작한다면 많은 사람이 위치 선정과 효율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방법에 집중하곤 한다. 최저임금을 맞춰주기 어려우니 수습 기간을 이유로 들면서 임금을 줄이고, 어차피 사람들은 모르니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고, 일단 겉보기 좋아야 하니 빚내어 과감하게 인테리어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전략은 어디까지 막대한 자본으로 쏟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에 불과하다. 설사 소규모 요식업 창업을 했다가 어느 정도 이익을 보더라도 그건 짧은 기간의 일일 뿐이다.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한 번 안 좋아진 집은 절대 또 가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최대한 기본을 지키면서 손님들을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이러한 원칙은 직원을 대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유지하며 지점을 낼 수 있었던 이유. 특별한 요소보다, 당연한 걸 너무나 당연하게 실천했기 때문이 아닐까?

책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에서 저자는 요식업 창업을 하면서 자신이 실천한 것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영심으로 창업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 하나로 도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실립니다.


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가게'를 만들 수만 있다면

윤혁진 지음, 혜다(2018)


태그:#나는 빚내지 않고 3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 #잼잼칩스, #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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