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2018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기분 좋은 새해를 맞게 됐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3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8 V리그 여자 프로배구 4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5-16, 25-21)으로 승리했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까지 현대건설에게 승점 1점도 내주지 않고 12점을 챙기며 시즌 승점 34점으로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11승5패).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렸고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도 14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사실 흥국생명은 이날 1세트에서 현대건설에게 7-11로 뒤지며 힘든 출발을 했다. 하지만 박미희 감독의 선수교체 하나가 흥국생명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갑작스런 투입에도 뛰어난 수비로 경기 흐름을 뒤집은 흥국생명의 '히든카드' 신연경이 그 주인공이다.

무릎 부상 극복 후 수비 전문 윙스파이커로 주전 차지한 신연경
 
 기업은행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신연경은 흥국생명 이적 후 2년 만에 주전으로 떠올랐다.

기업은행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신연경은 흥국생명 이적 후 2년 만에 주전으로 떠올랐다. ⓒ 한국배구연맹

 
경해여중 시절부터 공수를 겸비한 유망주로 주목을 받던 신연경은 선명여고 진학 후 곧바로 주전으로 출전하며 청소년 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그 재능을 인정 받았다. 3학년 때는 팀의 주장을 맡으며 여고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는데 당시 신연경의 라이벌이 바로 전주 근영여고에 다니던 GS칼텍스 KIXX의 토종거포 이소영이었다.

신연경과 이소영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나란히 유력한 1순위 후보로 떠올랐지만 GS칼텍스에서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갖춘 이소영을 선택했다. 결국 신연경은 전체 3순위로 신생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지명됐다. 신연경은 루키 시즌부터 선명여고 선배 채선아(KGC인삼공사)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기업은행의 첫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신연경은 2013-2014 시즌에도 기업은행에서 채선아의 백업으로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일부 기업은행 팬들은 공격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채선아 대신 파이팅이 좋고 강한 서브를 보유한 신연경을 주전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연경과 기업은행의 인연은 단 두 시즌 만에 마무리됐다. 2014년 기업은행에서 FA로 김사니 세터를 영입하면서 흥국생명이 신연경을 보상 선수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2014년 흥국생명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미희 감독은 해설위원 시절부터 신연경의 재능과 투지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신연경에 대한 기대도 매우 컸다. 하지만 신연경은 이적 첫 시즌 컵대회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2014-2015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2015-2016 시즌에는 공격력이 좋은 공윤희, 이한비와 출전시간이 나눠지면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연경은 팀이 타비 러브와 이재영으로 이어지는 쌍포를 구축한 2016-2017 시즌 수비와 서브리시브를 책임지기 위해 풀타임 주전으로 출전했다. 비록 공격 시도 자체가 현저하게 줄어 들면서 득점은 82점에 불과했지만 세트당 0.23개의 서브득점과 42.19%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정규 시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게 신연경은 한국로도공사 하이패스의 문정원과 함께 수비 전문 윙스파이커로 자리 잡았다.

주전 내줬지만 탄탄한 수비 앞세워 흥국생명의 히든카드로 활약
 
 박미희 감독은 팀의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 언제나 '수비 스페셜리스트' 신연경을 호출한다.

박미희 감독은 팀의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 언제나 '수비 스페셜리스트' 신연경을 호출한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의 부상과 조기 교체로 인해 공격력이 크게 떨어졌다. 박미희 감독은 부족한 공격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신연경 대신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좋은 이한비와 공윤희를 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연경은 1월 14일 기업은행전을 끝으로 또 다시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정규 시즌 우승에서 꼴찌로 추락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좌우를 오갈 수 있는 윙스파이커 김미연을 영입했다. 김미연은 신연경 만큼 안정된 수비력은 없지만 과감한 공격력과 파이팅을 갖추고 있어 팀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현실적으로 이재영과 톰시아의 자리를 넘보기 힘든 신연경으로서는 김미연의 이적으로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8-2019 시즌 흥국생명의 주전 공격수 한 자리는 김미연이 차지했다. 신연경은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지거나 김미연이 후위로 빠질 때, 혹은 원포인트 서버로 간간이 코트를 밟을 뿐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출전 기회가 많이 줄어 들었다. 하지만 신연경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기회가 오길 기다렸고 30일 현대건설전에서 드디어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박미희 감독은 현대건설전에서 1세트 7-11로 뒤지자 김미연 대신 신연경을 투입했다. 그리고 신연경은 1세트에서만 6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헌신적인 수비로 경기 흐름을 흥국생명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신연경은 이날 득점은 5점에 그쳤지만 김해란 리베로(20개)에 단 2개가 뒤진 18개의 디그를 기록했고 2개의 서브득점을 포함한 강한 서브로 현대건설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신연경은 두 번의 무릎 수술로 인해 운동능력이 예전만 못하다. 풀타임 주전으로 출전한 2016-2017 시즌에도 82점에 그쳤을 정도로 공격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하지만 신연경은 코트에 들어오기만 하면 몸을 사리지 않고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를 아끼지 않는다. 공격의 김미연과 수비의 신연경. 윙스파이커 한 자리에 두 가지 패를 들고 시즌을 치르는 흥국생명이 강 팀으로 불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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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신연경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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