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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청년 비례대표 제도의 재도입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표는 당에 있어서의 청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청년 비례대표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 당이 잘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청년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19대 총선에서 있었던 청년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제19대 총선에서는 각 정당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며 40세 이하의 청년을 비례대표로 배정했다. 이 아이디어에 적극적이었던 민주통합당은 제19대 총선에서 여성 1명(장하나), 남성 1명(김광진)을 청년 비례대표로 당선시켰다. 새누리당 역시 청년 비례대표로 김상민, 이재영 의원을 선출한 바 있다. 한편 통합진보당에선 김재연 의원이 비례 앞 번호를 받았으나 후에 부정 경선 논란이 터졌다.
 
그러나 청년을 위한 제도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제20대 총선에서는 청년 비례대표 제도가 애시당초 화제가 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를 당선권 밖에 배치했고, 낙선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신보라 의원이,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에서는 김수민 의원이 젊은 나이에 비례대표로 당선되었으나 청년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주목도는 19대 총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
 
왜 청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논의는 깊어지는데 청년 정치인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게 되었을까. 청년 비례대표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는 오디션 방식의 선출, 신세대 정치에 대한 기대 등이 언급되었지만 지금은 관심 밖의 문제가 되었다. 관심을 끌기 위한 제도가 관심을 잃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명암을 확인해야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비례대표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성과 대표성이다.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서 청년 의원을 선출해서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국민들에게 당의 젊은 이미지를 보이는 것은 당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1회용 이벤트라면 국민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청년 비례대표의 임기인 4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다. 초선으로서 정계에 익숙해지는 것도 일이다. 4년 안에 청년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도 긴 기간은 아니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는 국회 내의 비인기 상임위에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짧은 기간이다. 실제로 김광진 전 의원은 교육문화위원회를 희망했으나 국방위원회에 배치된 바 있다.
 
당연하지만, 청년 비례대표들은 다른 정치인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정치 경험이 많지 않다. 때문에 이들이 임기가 종료된 후에도 정계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한국의 정치 풍토상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두 번 하는 것은 쉽지가 않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들이 4년의 정치 경험 후에 지역구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통합진보당은 아예 해산되었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다른 양당 청년 의원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던 김광진 전 의원은 연고지인 순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장하나 전 의원 역시 서울 노원 갑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새누리당의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던 김상민 전 의원은 경기 수원 을에 출마했으나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고, 이재영 전 의원 역시 서울 강동 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청년으로서는 자신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해 줄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청년인 국회의원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논의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로또처럼 소수의 정치 신인에게 당선의 기회를 주는데서 그치고 청년 의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지 않는다면 청년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정당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어쩌다 한 번 선거 때만 이슈가 나온다면 청년 입장에서도 그때만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청년 비례대표의 선출보다도,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문제로는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 '몇살까지 청년인가?'의 문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청년위원회는 청년비례대표 나이기준을 45세 이하로 의결했다. 45세 이하의 청년도 정치권 기준으로는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 300명의 의원 중 40대 의원도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가장 어린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민주 김해영 의원도 77년생이다.
 
그러나 '청년'의 나이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청년의 대표성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생기게 된다. 사회에서 40대 초ㆍ중반을 청년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누구를 어떤 이름으로 대표하는 정치인이 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도 식어버리고 만다.
 
또한 청년 비례대표 의원도 정치인인 만큼, 당과 지도부만 바라보고 행동하거나,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 대해 논란이 있으면 한 명의 청년으로서 청년들을 대표할 수가 없다. 
 
20대 청년 이씨는 "청년층을 대변하는 청년의원이 적다는 비판은 일견 타당하지만, 다소 일차원적 대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청년들의 바람을 공론화하고 의제화 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청년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일보다 더욱 급한 일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졌다.
 
정치권에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청년 비례대표 제도가 취지에 걸맞게 운영되지 못한다면, 19대, 20대 총선의 전철을 밟게 될 우려가 있다. 21대 총선에서 도입이 된 후 22대 총선에서는 잊혀진다면 의미가 없다. 제도가 일회용 이벤트에 그친다면 유권자도 정당에 대해 일시적으로만 접근하게 될 것이다. 청년 비례대표 제도가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반영하고 궁극적으로는 소외되는 세대 없이 유권자들의 의견을 정당에 전달하는 안정된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태그:#청년, #정치, #민주당, #비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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