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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 컨베이어벨트는 지금도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우리 아들들이 위험으로부터 즉시 벗어나야 합니다. 용균이가 죽어간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29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용균이가 피켓을 들고 외쳤던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추모제를 개최한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태안화력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하청노동자의 직접고용 등을 촉구했다. 이날 체감온도가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추모제에는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5000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김씨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많은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배고프면 짬을 내 겨우 컵라면 하나로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 판다"고 말했다.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어 "국민 여러분, 이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배경으로 선 어머니 김미숙씨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권우성
"사람 끼어도 돌아가는 컨베이어... 정규직이라면 그랬을까"
 
앞서 지난 11일 김용균씨(24세)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며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중 사고로 숨졌다. 이후 어머니 김씨는 국회를 비롯한 현장을 찾으며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을 촉구했고, 27일 해당 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개정된 산안법을 '반쪽짜리'로 규정하며 이 법으로도 반복되는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고 김용균씨와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김아무개씨가 하던 일은 여전히 하청업체의 몫으로 남게 됐다는 것.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산안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김용균씨 동료들은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1~8호기도 즉각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고의)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특별근로감독에 여전히 (노조) 상급단체, 전문가들이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센서가 작동되지 않아 사람이 끼어도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였다"며 "과연 그것이 정규직의 일이었으면 여전히 그런 환경이었겠나"라고 규탄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추위와 배고픔,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며 "비정규직은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김용균 추모 2차 범국민추모제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가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고 김용균 추모 2차 범국민추모제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가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안전사고 막는 데 도움 됐을 것"
 
박준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사무장은 영상통화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죽음의 노동 가운데 비정규직이 있다"며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며 "제2의, 제3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게 함께 싸워나가자"고 덧붙였다.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모회사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 인근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 올라 이날 41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청년노동자들도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을 만든 이은아씨는 "비정규직으로 살기 시작하면 그 길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며 "내일을 위한 것이 아닌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규직화만 제대로 됐다면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정부는 청년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번 산안법 성과만 가지고 얘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 내일이 있는 나라를 위해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세월호참사 유가족 합창단이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추모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사람이 죽지 않는 작업 현장 만들어야"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노동자 윤재민씨는 "1주일에 70시간 넘게 일한 적도 있지만 한 번도 야간수당, 주휴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며 "근로계약서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또다시 이렇게 누군가가 죽음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무서움이 드는 순간이 많았다"며 "행복한 인생을 그려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미약하지만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에 앞서 자유발언에 나선 50대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정규직이 되면 (안전사고 등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며 "사람이 죽지 않는 작업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국건설노동조합 소속 김기철씨는 "고 김용균씨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 것은 정부와 자본가들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건설노동자들도 한 해에 600명 가까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이번 산안법 통과가 고인의 부모님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김용균과 함께 가자", "사람답게 사는 세상, 김용균과 함께 가자"고 함께 외쳤다. 추모제 이후 이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며 태안화력 1~8호기 작업 중지, 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단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운데)가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태그:#김용균,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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