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캔 그리피 주니어가 보유한 역대 최고 득표율(99.3%)을 깰 유일한 후보로 평가 받고 있다. 역대 최초의 만장일치 입성도 가능하다는 전망 속에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의 한 기자는 리베라에게 무효표를 던졌다. 1이닝 마무리가 대세가 된 현대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더 이상 과거처럼 팀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야구팬이나 관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팀의 승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3개가 얼마나 부담스럽고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무리 투수의 블론 세이브 하나가 경기는 물론이고 시즌 분위기에도 얼마나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이미 야구팬들이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각 구단들이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 선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제 몫을 해낸 선수는 세이브왕 정우람(한화 이글스,35개)과 '락앤락' 손승락(롯데 자이언츠,28개), 그리고 두산 베어스의 젊은 마무리 함덕주(27개) 정도 밖에 없었다. 나머지 7개 구단은 내년 시즌 9회를 책임질 마무리 투수를 새로 구하거나 기존의 마무리에게 재신임을 보낼지 고민해야 한다. 

 
 35세이브를 거두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한 한화 마무리 정우람

35세이브를 거두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한 한화 마무리 정우람 ⓒ 한화 이글스

 
마무리 고민,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의 올 시즌 마무리 투수는 1982년생의 노장 신재웅이었다. 신재웅은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자리를 맡아 2승3패16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2.77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신재웅은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이 7.15로 추락했고 가을야구에서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 지은 마무리 투수는 신재웅이 아닌 시즌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내년 시즌부터 SK를 이끌 염경엽 감독은 새로운 마무리 투수를 정해야 한다. 물론 SK의 투수층이 탄탄한 만큼 후보군은 충분하다. 해외파 정영일은 가을야구에서 8.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뛰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좌완 셋업맨 김태훈 역시 2018 시즌 대활약을 통해 뒷문을 책임지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후보임을 증명한 바 있다. 물론 올 시즌 신재웅이 등장한 것처럼 전혀 새로운 얼굴이 나타날 확률도 충분하다.

키움 히어로즈에는 올 시즌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18세이브14홀드를 기록했던 김상수가 있다. 2009시즌이 끝난 후 장원삼(LG트윈스)의 트레이드 상대로 히어로즈에 입단했을 때 받었던 무관심을 생각하면 8년 만에 상당한 발전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김상수는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등판해 3이닝 1피홈런4실점(평균자책점12.00)으로 크게 부진했다. 

불펜 파트너였던 셋업맨 이보근이 FA자격을 얻어 다른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김상수의 내년 시즌 입지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게다가 히어로즈는 지난 가을야구를 통해 안우진이라는 괴물 신인을 발굴했다. 만약 이보근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장정석 감독은 내년 시즌 셋업맨 김상수, 마무리 안우진으로 필승조의 새 판을 짤 확률이 적지 않다. 

부상에서 돌아온 윤석민이 마무리를 맡았던 KIA 타이거즈도 새 마무리를 구해야 한다. 올 시즌 8패11세이브6.75로 믿음을 주지 못했던 윤석민은 내년 시즌 선발 복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핵심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김윤동이 유력한 새 마무리 후보로 떠오르는 가운데 2016년 세이브왕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김세현의 부활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안했던 정찬헌, 기해년에는?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5승2패17세이브4.07을 기록한 심창민이 뒷문을 지켰지만 심창민은 시즌 후 상무에 지원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 불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던 '영건' 최충연은 내년시즌 선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 역시 새 마무리를 구해야 하는 가운데 김한수 감독이 기대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2017년 마무리였던 장필준이 구위를 회복해 다시 뒷문을 책임지는 것이다.

LG에는 올 시즌 27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정찬헌이 있다. 물론 정찬헌은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 할 강한 구위를 갖추고 있고 세이브 부문 공동 3위에 올랐을 정도로 실적도 충분하다. 하지만 정찬헌은 4승3패19세이브3.64로 선전했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1승8세이브7.04로 무너진 아픈 기억이 있다. 아직 LG팬들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만약 LG가 내년 시즌 마무리 투수 교체를 고려한다면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고우석이 유력하다. 올 시즌 데뷔 첫 풀타임 1군 시즌을 보낸 고우석은 56경기에서 67이닝을 던지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다만 LG의 우완 셋업맨 김지용이 지난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내년 시즌 등판이 불투명해진 만큼 류중일 감독이 검증되지 않은 고우석에게 섣불리 마무리를 맡길지는 미지수다.

KT 위즈는 3년 연속 두 자리 수 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김재윤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김재윤은 올 시즌 7승15세이브4.57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라고 보긴 힘들다. 이강철 감독이 내년 시즌 마무리 투수를 교체한다면 광속 사이드암 엄상백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가운데 올 시즌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던 베테랑 우완 이상화 역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영입하며 재도약을 노리는 NC다이노스도 마무리 임창민의 팔꿈치 수술 이후 마무리 부재에 시달렸다.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로 투입된 이민호가 14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다양한 보직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이민호가 마무리로 고정되는 것은 썩 효율적이지 못하다. 셋업맨 원종현과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는 '무학산 폭격기' 배재환이 마무리 자리를 따내기 위해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이동욱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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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마무리 투수 정영일 김윤동 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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