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도 정복하지 못한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이 대한민국을 정상까지 이끌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다가오는 1월 아시아 정복에 나선다. 아랍에미리트 연합에서 다음달 6일부터 시작되는 2019 AFC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의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다.

한국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지난 59년 간 아시아 정상에 올라서는 데 실패했던 한국이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자부심과 다르게 너무 오랜 기간동안 아시안컵 우승에 다가서지 못했다.

최근 문턱에서 아시안컵 우승 놓친 한국 축구대표팀

1990년대까지 아시안컵을 소홀히 여겼던 점이 장기간 아시안컵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21세기에만 아시아 제패를 3번이나 한 라이벌 일본 입장에서 보면 핑계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의 아시안컵 도전사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호주에서 열렸던 지난 대회에서는 결승전에서 호주에 1-2로 석패해 코 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준결승까지 무실점을 하는 등 좋은 분위기였지만,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아쉽게 눈물을 삼켰다.
 
이영표·박지성, '든든한 후배들 믿고 떠납니다' 은퇴의사를 밝힌 이영표와 박지성 선수가 29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승리한 후 후배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11 아시안컵 이후 은퇴의사를 밝힌 이영표와 박지성 선수. 지난 2011년 1월 29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승리한 후 후배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안컵도 안타까운 기억이다. 당시 대표팀의 수장이었던 조광래 감독은 적절한 신·구 조화와 적극적인 공격 전술로 호평을 받았다. 다이나믹한 공격과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에 팬들도 열광했다. 무엇보다 팀의 중심을 잡고 있는 주장 박지성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어느 때보다 우승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4강에서 일본을 만난 한국은 황재원의 극적인 동점골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에서 완패하며 끝내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하며 최상의 몸상태를 보여준 박지성이 존재했던 대표팀이었기에 팬들의 실망감은 두 배였다. 박지성의 좌절감도 컸다. 박지성은 아직도 공식 인터뷰를 통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점에 대해 큰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다.

박지성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의 불세출의 영웅 차범근조차도 아시안컵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만큼 긴 시간 동안 아시안컵은 한국에게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 한(恨)을 풀 준비 완료

선배들이 풀지 못한 59년의 한(恨)을 벤투호가 풀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좋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A매치 6경기에서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다. 평가전을 통해 확실한 플랜 A를 찾았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우승을 향한 여정의 선봉장은 단연 손흥민이다. 최근 손흥민의 컨디션은 무서울 정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12월에 가진 6경기에서 무려 6골 2도움을 기록했다. EPL 12월 이달의 선수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드리블하는 손흥민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드리블하는 손흥민 지난 10월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PL에서의 활약만 보면 선배 박지성과 비견해도 전혀 밀리게 없는 손흥민이다. 공격포인트는 박지성을 추월한 지 오래고,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마무리하는 능력도 손흥민이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EPL에서 활약은 박지성을 바짝 추격하는 데 성공한 손흥민이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서는 다르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박지성에 비하면 아직 손흥민은 모자르다.

소속팀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국가대표팀에서 박지성의 활약상은 공격포인트로만 평가할 수 없다. 박지성의 '솔선수범 리더십'에 대표팀은 '원 팀'으로 똘똘 뭉쳐 놀라운 경기를 펼쳤다. 박지성을 괜히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다행히도 대표팀의 새로운 주장 손흥민이 박지성의 발자취를 쫓고 있다. 과거 A매치에서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논란을 일으켰던 손흥민은 이제 없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의 리더로서 자질을 드러냈던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장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손흥민에게 조금씩 박지성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

주장직 이외에도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손흥민이다. 현재 손흥민의 슈팅력, 스피드, 침투를 비롯한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시아에 그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아시안컵 우승 과정에 있어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절대적일 전망이다.

'캡틴 박'도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손흥민에게 다가오고 있다. 일본과 이란, 호주 등 난적이 즐비하다. 과연 손흥민이 박지성도 오르지 못한 아시아 축구의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을지 기대감이 아시안컵으로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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