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의사의 권유대로 치료받았을 뿐인데 보험회사는 '암에 대한 직접치료'가 아니라며 암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 금융당국도 환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보험회사들은 법정에서 다퉈봐야 한다며 버틴다. 급기야 암환자들이 "약관에 적힌 그대로 암보험금을 지급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이 기사는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다. [편집자말]
 
 김근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근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대표가 2018년 12월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의 계약이잖아요. 약속이니까 보험사가 책임을 져야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암환자들이 스스로 보험금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참 기가 막히는 일이죠."

그는 올 한해 동안 보험사들이 애매한 보험약관을 근거로 암보험금을 주지 않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김근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아래 보암모)' 대표.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인근에서 만난 김 대표는 부당한 방법으로 암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들과 이를 방관하는 금융감독당국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보험사를 믿고 가정에 꼭 필요한 돈을 쪼개 10~20년 동안 보험료를 냈다"며 "그런데 회사들은 공갈·협박에 가까운 화해신청서를 쓰게 하거나,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줘야 할 보험금을 깎는 방향으로 합의를 부추기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또 "보험사가 암보험금을 주는 조건은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입원"이라며 "암 때문에 입원했는지를 보는 것인데 지급조건은 (모든 소비자에 대해) 똑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암치료인지 아닌지는 (진단서에) 질병코드가 나온다"며 "이에 따라 회사가 보험금을 100% 주거나 주지 않아야 하는데, 어떤 소비자에게는 일부만 주고 또 아예 주지 않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금 절반 지급에 동의 안 하면 아예 못 준다? "합의 요구는 위법"
 
 
 김근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 암환자의 옷을 챙겨주며 격려하고 있다.
 김근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대표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 암환자의 옷을 챙겨주며 격려하고 있다. 2018.12.18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 대표는 보험사가 합의를 통해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거나,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의료자문 의사에게 별도의 진단서를 받는 것이 모두 법 위반 행위인데도 버젓이 이런 일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해사정사가 암환자들을 찾아와 보험금 절반 지급에 합의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안 준다고 협박하는데, 보험업법에서는 이런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법 제189조에 의하면 보험금 지급을 조건으로 합의를 요구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는데, 보험사의 자회사 쪽 손해사정사들이 현재에도 이를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김 대표는 "의료자문 제도도 명백하게 의료법 위반"이라며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암질병코드를 포함해 진단서를 작성해 줬는데 보험사는 이를 무시한다"고 했다. 이어 "환자를 보지도 않은 의사에게 자료를 가져가 이것이 암치료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의료법 제17조에서는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작성해 환자나 검찰에 넘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어 김 대표는 "(보험사 요청으로 별도의) 진단서를 끊어준 의사가 누구인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며 "이들은 보험사로부터 50~80만 원씩 자문료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관에 관한 법률 등을 보면 약관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회사와 소비자의 의견이 다를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를 보험사가 작성했으니 책임지고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모든 문제를 소비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존재할 필요 있나... 보험사들 강력하게 처벌해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8.12.18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어 김 대표는 "국민들은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인 줄 안다"며 "보험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해 주는 기관으로 아는데, 겪어보니 금감원이 할 수 있는 것은 '권고'밖에 없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특수법인으로, 공법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공공기관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금감원을 정부기관으로 알고 암보험 등 금융문제를 호소했는데, 정작 금감원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조치 정도만 내릴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

그는 "보험사의 부지급 답변서나 금감원이 소비자에게 주는 답변서 내용이 똑같다"며 "(회사와 당국이) 2008년과 2013년 부지급 판례만 가지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암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그 이유가 담긴 답변서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후 소비자가 부지급 관련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금감원도 이를 검토한 뒤 답변을 주게 되는데, 해당 답변서 내용이 회사의 답변서와 동일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김 대표는 "보험사들은 금감원에서 보험금 지급 권고가 나오면 지급한다고 얘기했었는데 이제는 이에 불응하고 있다"며 "(힘 없는) 금감원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삼성생명이 그렇게 (부지급)하는 것이 너무 기가 막힌다"며 "금감원에서 분쟁조정 지급권고가 나가고 있는데 삼성이 가장 많다"고 했다. 또 "금감원이 삼성생명에 (암보험금) 문제를 개선하라고 촉구할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 감리국 등에서 감독하고, 종합검사를 해서 의료자문 등 위법 행위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김대표는 강조했다. 

보험전문가들은 보험약관이 모호하게 작성돼 암보험금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보험회사가 피해소비자 구제를 위해 약관변경 등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과거 약관 속 모호한 내용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변경해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8.12.18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보험사가 상품을 정교하게 만들지 못해 여러 핑계를 대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당국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암보험금 관련 피해규모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어 감독당국이 우선 검사 등을 통해 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어 김 교수는 "과거 약관 가운데 불명확한 문구가 있을 경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약관에 포함하는 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관을 소급해 개정할 수 있게 되면 정부나 감독당국의 성향에 따라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약관변경에 앞서 소비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개정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면 암보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또 그는 "보험사들이 사기가 아닌 모든 보험의 계약을 존중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보다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그 동안 불거진 수많은 다툼들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과거 소비자들이 보험약관에 서명을 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보험협회가 이러한 계약도 존중한다고 선언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계약서에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은 사례는 없었는데, 암보험의 경우에도 보험회사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더불어 약관해석 권한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암보험 약관을 더 명확하게 해석해 관련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암보험 문제는 약관이 불명확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보험약관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이전에 계약한 소비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암에 대한 직접치료를 받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 가운데 직접치료에 대한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것인데, 공정위가 이에 대한 해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수상한 암보험금 시리즈]

① 나란히 암선고 받은 부부 "삼성생명이 이럴 줄이야" 
② 항암치료제가 영양제? 보험금 안 주는 이유도 가지가지 
③ 금감원 앞에선 "주겠다", 뒤돌아선 "각서 안 쓰면 못줘"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