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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속에서 묻어나는 할머니의 함박웃음
▲ 할머니들은 게임중 게임속에서 묻어나는 할머니의 함박웃음
ⓒ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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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에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냈던 어르신들이 우리 동네에 찾아온 놀이선생님과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하는 놀이 속에서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마냥 웃으신다. 겨울철 경로당에서 함께 하는 시간은 어릴 적 소꿉친구를 생각나게 하고 어렴풋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르신들의 평균연령은 70세. 사실 많다고 하기에는 요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그닥 많지도 않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어르신이다.

횡성은 65세 이상 비율이 2017년 기준 26%로 초고령사회다. 게다가 독거노인이 많아지면서 면지역의 경우 1인가구가 많은 것이 현실. 어떤 대책도 해결책도 없다.
    
형님과 칠교놀이
▲ 칠교놀이_이게 왜이렇게 어려운겨? 형님과 칠교놀이
ⓒ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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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군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경로문화교실의 일환인 치매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네 분. 물론 어르신들이 더 있지만 오늘은 네 분만 모였다. 연령대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지만 경로당에 모였을 때는 모두 '자네' 또는 '형님', 우리에게는 '어머니'라 불린다.

​치매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사실 놀이에 가깝다. 보드게임, 미로 찾기, 종이접기, 칠교놀이 등 어린아이들이 즐기던 놀이를 프로그램에 접목시켜 어르신들의 머리를 조금이나마 놀아주려고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자녀들은 도시로 떠났고 마을엔 어르신들만 남았다. 가끔 자녀들이 찾아오지만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횡성에서 북쪽으로 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어둔리. 횡성에 살면서 나는 이 마을을 딱 두 번째 찾는다. 깊숙이 들어앉은 곳. 사실 마을을 찾아가면서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니'라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 띄엄띄엄 있는 집들과 축사들, 낯선 차에 사납게 짖는 동물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적이 흐르는 조용한 동네였다. 겨울이니 풍경도 싸늘하기 짝이 없다. 어둔리는 높은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하여 이름 지어진 지명이라 전해진다.
 
미로찾기의 입구와 출구 찾기
▲ 미로찾기_도대체 출구는 어딘겨? 미로찾기의 입구와 출구 찾기
ⓒ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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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쪽에 마련된 경로당에서는 놀이를 가장한 인지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임을 즐기던 한 어르신은 진 것을 눈치채고 '안해!'라고 소리치며 투정을 부린다.

​미로 찾기를 시작한 어르신들은 '난 못해!'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감 없는 행동을 보였지만 지도강사의 노련한 도움으로 결국 미로의 출구를 찾는 기쁨을 얻는다.

​예로부터 놀이의 중심이었던 칠교놀이는 더 어려워하신다. 도대체 어떻게 맞추는 거냐며 투덜이 반. 1등을 하신 어르신은 손을 높이 들고 '1등!'이라고 외친다. 마냥 기쁘다. 그저 즐겁다.

​함께하는 내내 나는 어르신들 옆을 지키며 그 모습을 나의 눈과 마음속에 담았다.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는 모습에 나도 따라 웃었고 평생 농사일하느라 구부러진 손가락을 살며시 쳐다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수업이 끝나고 한 어르신을 집에 모셔다드리는 길.

"남편이 죽은 지 10년이 지났어. 혼자 사는 게 지겨워죽겠어. 나도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순간 먹먹함에 무슨 말을 이어갈지 머뭇거리다 애써 감정을 숨기며 다시 말을 건넨다.

​"그래도 좋으시죠? 지금 이렇게 노시는 거?"

​"그럼 재밌지. 그나마 할 일이 생겨서..."

태그:#횡성어둔경로당, #경로문화교실, #할머니들의놀이, #겨울을보내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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