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안의 그놈>의 한 장면.

영화 <내안의 그놈>의 포스터. ⓒ 더컨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상업영화 중에서 새해 첫 코미디 장르가 될 <내안의 그놈>은 우리에게 익숙한 바디체인지 설정을 바탕으로 했다. 중년의 사업가 판수(박성웅)가 우연한 사고로 왕따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을 그렸다. 

설정만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드라마와 영화에서 숱하게 활용된 설정인 만큼 신선함과 동시에 창의성 또한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코미디를 표방한 만큼 유쾌함을 유지하는 것 또한 관건인 작품.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동시에 해결할 과제도 많은 게 <내안의 그놈>이 지닌 태생적 운명이다.

투박하지만 웃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크게 두 층위다. 뚱뚱한 체형과 소심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따돌림당하기 일쑤인 동현의 일상, 엘리트 사업가지만 동시에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만한 일 또한 일삼던 판수의 세계다. 이 둘이 각자의 삶을 살다가 동현의 추락사고로 엮이게 되는 것.

두 캐릭터를 이어주는 게 사고만은 아니다. 동현의 반 친구이자 역시나 따돌림 대상인 현정(이수민)과 그의 엄마 미선(라미란)이 판수와 동현을 이어주는 중요한 끈으로 작용한다. 영화는 이런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맞물려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꽤 유쾌한 분위기로 그리고 있다.
 
 영화 <내안의 그놈>의 한 장면.

영화 <내안의 그놈>의 한 장면. ⓒ 더컨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사실 영화에 담긴 사건과 인물의 묘사만 놓고 보면 세련되진 않았다. 판수에게 충성하는 심복 만철(이준혁)이 각종 무술과 폭력에 능하다는 설정이나 동현이 살을 빼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들에게 복수한다는 묘사는 그간 <친구> <화산고> <조폭마누라> 등 한국 조폭 코미디 영화에서 자주 봐왔던 방식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연출을 맡은 강효진 감독이 <조폭 마누라> 등의 각본을 썼고, 해당 설정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사라지다시피 한 조직폭력배 코미디물의 향기가 일부 느껴지면서도 영화는 최근 흥행한 <완벽한 타인> 류의 작품이 보인 상황과 대사를 과장하고 비트는 식으로 웃음을 담보한다.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과 말로 웃기는 스탠딩 개그 요소가 동시에 담겨 있는 셈인데 이질적인 두 요소가 영화 안에선 제법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묘한 이종교배다. 겉보기엔 기업이지 <내안의 그놈>에서 묘사하는 사업가들은 대부분 대부업체나 그와 관련한 기업, 혹은 정체가 모호한 족벌 기업 정도다. 다분히 2000년 초반에 유행했던 영화 속 설정이다. 그런데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팝콘 무비로 부담 없이 즐기기엔 무리 없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박성웅과 라미란의 호흡, 그리고 아이돌그룹 b1a4 소속 진영의 연기도 무리 없다. 특히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배우 이준혁의 코미디 연기가 이 작품에서 빛난다. 

한 줄 평 : 이질적 설정의 조합이 빛을 발했다
평점 : ★★★☆(3.5/5)

 
영화 <내안의 그놈>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 강효진
출연 : 진영, 박성웅, 라미란, 이수민, 이준혁, 김광규
제공 및 배급 : 더콘텐츠온
제작 : 에코필름
크랭크인 : 2017년 10월 23일
크랭크업 : 2018년 1월 3일 
러닝타임 : 122분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9년 1월 9일
내안의 그놈 박성웅 라미란 진영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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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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