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홍은동 포방터 시장에서 '홍탁집 아들'과 한바탕 난리를 벌인 후, 청파동 하숙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왔다. 이곳에는 인근에 숙명여대(와 신광여중·여고)가 위치해 있는데, 그런 만큼 주요 고객은 대학생(을 비롯한 10~20대 학생)들이다. 확실한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장소다. 이번 편에서 솔루션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피자집, 버거집, 냉면집, 고로케집 네 곳이었다.

우선 버거집은 숙명여대 학생들을 고려한 맞춤 식재료와 가격으로 호평을 받았다. 백종원은 "확실히 쓰레기통 뒤지고 다닌 사람들은 달라요"라며 버거집 사장님의 노력을 인정했다.

냉면집 사장님은 43년 장인의 솜씨를 뽐냈다. 백종원은 20년만 젊었다면 무릎을 꿇어서라도 레시피를 배웠을 거라 극찬했다. 물론 갑자기 몰아닥친 손님들 때문에 회무침을 제대로 숙성시키지 못해 맛이 변질되긴 했지만, 그건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고로케집 사장님의 당황스런 현실 감각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시청자들도 안다. 이쯤에서 '문제의 사장님'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청파동에도 만만치 않은 이들이 있었으니, (가볍게) 고로케집 사장님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우선, 실력이 없었다. 백종원은 "고로케 싸는 거 보니까 많이 안 해본 솜씨예요. 이러면 장사 잘 돼도 문제예요. 못해요"라며 사장님의 숙련도를 지적했다.
 
오늘 하루 약 4만 원의 매출을 올린 고로케집 사장님은 그래도 해맑았다. 25세에 창업을 한 청년인 그는 "솔직히 말해 (크로켓을) 좋아한다고까지는..."이란 말만 늘어 놓았다. 그러면서 '꿈이 뭐냐'는 김성주의 질문에 "월 고정수입 2000만 원 또는 현금 자산 30억 원, 그거 가지고 건물 하나 지어서 1층에 횟집, 2층에 제 취미인 당구장, 3~4층은 집"이라는 현실 감각 없는 이야기를 해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물론 꿈을 크게 갖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무런 준비와 노력도 없는 그의 말은 그저 '허세'로 보였다. 다른 고로케집을 둘러보고 와서 깨우치라는 백종원의 조언도 큰 도움이 안 됐는데, 오히려 '자뻑'을 배워와서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허나 도전 정신과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어 제대로 된 솔루션 과정을 거친다면 달라질 여지는 충분해 보였다. 물론 달라지기엔 아직 미흡하지만, 그 정도의 일은 백종원에게 쉬운 일 아니던가.

"폐업할 거예요? 원래대로면 개업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고로케집은 피자집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했다. 지난 회 방송에서 드러났듯 피자집 사장님의 피자는 형편 없었다. 아니, 피자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조보아는 식감이 '죽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도 피자집 사장은 쓸데없는 소리와 함께 온갖 핑계(밀가루 가루, 설비 부족 등)를 대며 시청자들을 짜증스럽게 만들었다. 백종원은 "폐업할 거예요? 원래대로 하면 개업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라며 답답해 했다.

백종원은 "들인 돈이 있어서..." 장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 피자집 사장님에게 "다음 주까지 사장님이 제일 자신 있는 메뉴를 준비하라"는 미션을 줬다. 하지만 사장님은 열심히 자신의 취미 생활에 매진하다가 막판에서야 음식을 준비했다.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예상밖의 메뉴(미합중국 칠리수프&밥)로 백종원을 놀라게 했지만, 준비 과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음식'보다 참담했던 건 '태도'였다. 변명과 핑계로 일관하는 모습은 특히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결국 예고편에서처럼 피자집 사장님의 경우 계속 태도에 대한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가 변화할 수 있을까? 백종원은 피자집 사장님마저 바꿔낼 수 있을까?
 
백종원의 힘, 절실한 이들 위해 사용돼야 하지 않을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결국 백종원이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문제의 사장님들을 이끌고 가겠지만, 이런 식의 반복된 레퍼토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정말 절실하고 절박한 사람들을 위해 백종원과 방송의 힘이 사용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방송의 재미'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뭔가 기본 취지와 자꾸 엇나간다는 인상을 받는 게 사실이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했던가. 어찌됐든 방송을 촬영했던 '골목 상권'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고, 그 콩고물이 인근 가게들에게도 조금씩이나마 떨어지고 있으니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마저도 해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이미 하나의 '권력'이 돼버린 만큼 좀더 신중한 움직임을 보여줄 필요는 있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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