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국회 방문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 처리 여부에 대한 임이자 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국회 방문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 처리 여부에 대한 임이자 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의원님들, 말만 하지 마시고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국민이 얼마나 당해야 이 법 바꿀 겁니까. 법을 바꿔야 윗사람들도 바뀌고, 그래야 이 나라가 제대로 세워지는 겁니다. 그런데 계속 (처리에) 미적거리고, 대체 뭐하는 겁니까. 정신 좀 차리십시오. 또 저 같은 일 다른 사람들이 안 겪게, 국민들을 보살펴 주길 바랍니다."

눈물 섞인 김미숙씨(고 김용균씨 어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6층,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회의장 앞 복도에서였다. 김씨의 외아들 용균씨(24세)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며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지난 11일 새벽, 사고로 숨졌다. 그 뒤 어머니 김씨는 국회를 비롯한 현장을 찾으며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를 방문, 민주당 이해찬 당대표를 비롯해 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지도부 앞에서 잇따라 고개를 숙이며 법안 통과를 부탁했던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또 국회를 찾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밖 복도에서 내내 기다렸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아들이 또 죽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흐느꼈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김씨 손을 잡아준 건 환노위 소속 한정애 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병)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비례대표)였다. 오전 정회 직후 복도에 서있던 김씨와 만난 한 의원은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그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같은날 오후, 이정미 의원도 복도에 서 있던 김씨를 찾아와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이 의원은 "힘드셔서 어쩌느냐"며 "간사와 다시 얘기해보겠다"고 그를 다독였다. 어머니 김씨의 말이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거 다할 겁니다. 용서할 수 없어요. 제가 지켜본 거 국민들에게 다 이야기할 겁니다. 저와 제 아들은 정말 법 없어도 살 정도로, 악한 짓 한 번도 안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저를 왜 자꾸 악하게 만듭니까? 이 나라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다 잃었습니다. 우리 애 죽은 뒤로 더는 무섭고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저도 하다 안 되면 죽으면 되니까. 그렇지만 남은 자식들은 살려야지 않겠습니까. 좀 제발 정신 좀 차려주십쇼."

"기다리시라" 유가족 막아선 국회 직원... "얼마나 더 죽어야 법이 바뀝니까"
 
 작고 조용한 김미숙씨(고 김용균씨 어머니)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의원들을 성토하면서다. 이정미 의원과 만난 김씨는 “저는 다 잃었지만, 제 아들도 세상도 잃었지만 다른 자식들은 살려야할 것 아니냐”고 외치다시피 했다. 국회 환노위 위원장실 앞에서 법안 통과 결과를 기다리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모습.
 작고 조용한 김미숙씨(고 김용균씨 어머니)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의원들을 성토하면서다. 이정미 의원과 만난 김씨는 “저는 다 잃었지만, 제 아들도 세상도 잃었지만 다른 자식들은 살려야할 것 아니냐”고 외치다시피 했다. 국회 환노위 위원장실 앞에서 법안 통과 결과를 기다리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모습.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환노위 소위가 정회된 낮 12시께까지, 기자들에 섞여 복도 한 쪽에서 회의 결과만을 기다리던 김씨는 이날 오후에도 또 거기에 있었다. 산안법 국회 처리 과정에 대한 긴급 입장을 발표하려, 환노위 소위가 열리는 회의실 앞 복도를 찾았으나, 국회사무처 직원이 "기자회견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다리시라. 아니면 정론관 가서 하시라"며 막아선 탓이다.

10여분 간 실랑이를 한 끝에 유족들은 다른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다른 쪽에서 짧게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스물넷 청년이 첫 직장에서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도 (법안) 처리를 지연하는 건, 각 정당 이해관계 등 정치적 이유로 임시국회 통과를 막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도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죽은 아들 앞에서 고개라도 들고 싶다. 살인했으면 살인죄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라며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아들 김용균씨 얼굴이 새겨진 하얀 배지를 가슴에 찬 채, 환노위 위원장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제 아들이 죽었는데... 그래서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데 대체 왜 통과가 안 되는 거예요? 당연한 건데. 정부가 똑바로 서야 국민들이 믿고 가죠."
 

앞서 오전 정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임이자 소위원장(한국당)은 "8개 쟁점사항 중에 6개 쟁점은 의견 접근을 봤고, 나머지 ▲소급인의 책임강화 ▲양벌 규정과 관련해 (이견이 있어)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있어서 산안법 통과 여론이 높은 건 알지만, (중략) 법조문이 많으므로 제대로 검토한 뒤 합의할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소식을 들은 유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분노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사람이 죽을 때 마다 법 고치겠다더니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게 무슨 소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을 듣고 있던 김씨는 눈을 모두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복도에서 계속 기다리던 김씨에게 기자가 "괜찮으시냐"고 묻자, 김씨는 "기다리는 거야 뭐, 통과만 되면…(문제가 없다)"고 말을 흐렸다. 외아들이 사망한 지 보름, 어머니 김미숙씨는 슬퍼할 새도 없이 계속 기다리고만 있다. "내 아들은 죽었어도 다른 사람 자식들은 살리고 싶다"는 이유다.

이날 오후 5시, 환노위 여야 간사가 추가로 회동했지만 합의는 불발로 끝났다. 과연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김용균법이 처리될 수 있을까?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관련기사]
'공범' 국회 찾은 엄마의 절규 "살인죄로 단죄하고 싶다"
'김용균법' 정부안 멈춰세운 이장우 "이러다 나라 망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