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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에 남동생은 외국으로 출장을 갔다. 국가 공무원인 그는 평소 초과수당이 지급되지 않아도 자의로 남아 일 한다. 업무량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만 그럴까? 친구 남편은 6년 전 가족과 시간을 늘리기 위해 사기업에서 국가 공무원직으로 이직했다. 경력직을 뽑는 특채에 합격해 지방으로 이사까지 했다. 그런데 여전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야근한다.

월급만 줄어든 채 가족은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두 아빠들 모두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보내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30여 년 전 우리 아빠처럼. 9남매 맏이였던 우리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왔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었던 아빠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70~80년대 건설붐을 따라 전국에 있는 공사 현장을 누빈 아빠는 자주 집을 비웠다.

아빠 없는 하늘아래 엄마랑 남동생이랑 셋이서 살던 그 시절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골목 입구에서 좌측 두 번째 집이었던 우리 집 계단에 한 남자가 두 무릎을 팔로 감싸고 얼굴을 묻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초라한 행색의 남자가 무서워 우리는 다시 골목을 나가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남동생 손을 꽉 쥐고 여차하면 골목 밖으로 튈 준비를 했다. 얼굴 반쪽에 상처가 가득한 시커먼 얼굴의 남자.

"아빠?"

반가우면서 무서웠다. 아빠가 왜 이런 얼굴로 집 앞에 웅크리고 있는지, 어디가 많이 아픈 건지 걱정됐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건설 현장에서 집에 오고 싶었던 아빠가 술을 마신 채로 탈출(?)을 시도하다 다쳤다고 한다. 가족에게 가겠다는 사람을 누가 막았으며 왜 막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우리가 보고 싶어서 집에 왔다. 우리에겐 그게 중요했다.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 아빠를 생각하면 그림책 <막대기 아빠>가 떠오른다.
 
 '막대기 아빠' 표지
 "막대기 아빠" 표지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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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나무에 막대기 가족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막대기 아빠가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개에게 물려서 던지기용 막대기가 됐다. 막대기 아빠가 아무리 "난 나무토막이 아니야, 막대기 아빠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그 다음엔 여자 아이가 막대기 아빠를 주워 강물에 던졌다.

강물에 떠내려오는 막대기 아빠를 백조가 집어 집을 짓고 우여곡절 끝에 새둥지에서 빠져 나와 강물을 따라 흐르던 막대기 아빠는 바다까지 흘러 들어왔다. 지친 몸을 바닷가에 뒤어 쉬고 있는 막대기 아빠는 모래성 깃발이 되었고, 이후에도 여러 소년 소녀들 손을 거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됐다. 

가족이 있는 보금자리 나무로 돌아가고 싶고, 자신은 나무 토막이 아니라 막대기 아빠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울이 됐고 막대기 아빠는 눈 덮인 채 길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땔감으로 쓰기 위해 막대기 아빠를 주워 벽난로 장작더미에 올려놨다. 얼른 일어나 도망쳐야 하는 데 막대기 아빠는 너무 지쳐 일어나지 못 했다. 장작더미 위에서 막대기 아빠는 보고 싶은 가족들 꿈을 꾸고 있었다.

그때 이상한 소리가 나 잠에서 깼다. 굴뚝에 끼었다고 도와 달라는 목소리, 막대기 아빠는 굴뚝 속을 벅벅 긁어서 발을 잡고 목소리 주인공을 힘껏 잡아당겼다. 쿵! 집안으로 산타할아버지가 떨어졌다. 

막대기 아빠는 산타 할아버지를 도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일을 하게 됐다. 드디어 마지막 집에 도착했다. 그곳은 막대기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내와 세 아이가 있는 보금자리 나무였다. 가족들은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토끼, 사자, 곰 같은 동물도 아니고 꽃, 나무 같은 식물도 아닌 막대기를 의인화한 독특한 소재의 <막대기 아빠>는 크리스마스 풍경이 마지막에 딱 한 번 나오는 그림책이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다. 진정한 크리스마스는 트리와 산타와 선물에 있지 않고 가족에게 있다는 걸 막대기 아빠의 여정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막대기의 쓰임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막대기 아빠는 쓸모가 많다.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용도로 나오는데 책을 보고 아이와 밖에 나가 막대기 하나 주워서 당장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막대기의 쓰임이 아니라 막대기 아빠의 '고난'이다.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험난한 여정이 재미있는 막대기 놀이를 보면서도 즐길 수 없게 만든다.

6살 아들 동글이에게 <막대기 아빠>를 읽어줬더니 "막대기 아빠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책 속 아이처럼 막대기로 공놀이 하고 싶고, 화살을 쏘고 싶다고 하지 않고 막대기 아빠를 걱정하는 어린 아들의 눈빛에서 어릴 적 아빠가 보고 싶었던 내 마음을 보았다.

여기저기 쓰임 당하느라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 했던 막대기 아빠였던 우리 아빠. 나도 동글이처럼 아빠가 돌아오지 못 할까 봐 불안했다. 남동생네 두 아이와 친구의 아이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빠 없이 잠들었을테지.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막대기 아빠. 자신은 나무토막이 아니라 한 가정의 아빠라고 외쳐보지만 닿지 않는 메아리. 우리 사회는 아빠를 너무 오래 많이 잡아두고 있다. 막대기 아빠를 보금자리 나무로 돌려보내줄 산타는 주 52시간 근무제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막대기 아빠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노은정 옮김, 악셀 셰플러 그림, 비룡소(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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