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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왜 이렇게 꼰대가 되는 걸까? 내 생각엔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표현욕구와 존재감 때문인 것 같다
 그냥 처음 봤으면 존댓말 쓰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왜 반말이야" 라면서 싸움이 시작되는 경우는 있어도 "왜 존댓말이세요" 라면서 싸움이 시작될 수 있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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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40대 남성분을 처음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그분의 자제도 왔다. 난 당연히 처음 봤으니 존댓말을 썼고,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가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처음 본 사람이거나 친하지 않은 경우 반드시 존댓말을 쓰고자 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와 달리 많은 사람들은 처음 본 사람을 향해 어떤 호칭을 쓸지, 존댓말을 쓸지 반말을 쓸지 고민을 한다. 노랫말만 봐도 그렇다. 015B의 1991년 노래인 <이젠 안녕>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존댓말 쓰세요

아니, 고민이라도 하면 다행이지. 많은 이들은 처음 본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반말을 한다. 특히 자기보다 어리거나 직책이 낮거나 여성일 경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놓곤 했다. 사람을 대하는 알바를 했던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성인 남성임에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수 없이 반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손님들은 다 이런가보다 싶다가도, 나에게 존댓말을 쓰는 중년의 신사를 몇 차례 보면서 '이건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후에는 반말을 하는 손님에게 '반말하지 말고 말씀하세요'라고 반격 아닌 반격을 했었는데, 그때마다 이런 대답을 들었다.

"내가 너 나이대의 손자(혹은 아들딸)가 있어 이 녀석아."
"아니 반말할 수도 있지!"


'반말할 수도 있다'라... 당신들에게 누가 반말할 권리를 주었나. 반말하지 말라고 항의할 때마다 나 같은 손자가 있다는 말을 하는 어르신들을 몇 분을 봤는지 이젠 기억도 안 날 지경이다. 그러니까 이들에겐 자기보다 나이가 적으면 당연히 반말을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있는 것이다. 사실 60~70대 되는 분들이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40~50대조차도 스스럼없이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초면인 경우에 반말을 할지 안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나, 보자마자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사람들이나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반말을 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퍼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왜 그래야 하는 걸까? 나는 지금보다 사람들이 더 조심성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남을 대할 때 너무 조심성이 없다. 존댓말 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한 가장 손쉽지만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초면에 반말하는 사람이 어떤 방법이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적어도 내겐 어렵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러니까 지위고하와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그냥 처음 봤으면 존댓말 쓰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왜 반말이야'라며 싸움을 시작하는 경우는 있어도 '왜 존댓말이세요'라며 싸움을 시작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이것은 갑질 문제와도 연결되는 일이다. 사람들은 신문을 장식하는 '높으신 분들'의 갑질에는 분노하면서, 왜 일상에서는 쉽게 반말을 하는 걸까? 그건 갑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 간식을 봉지째로 담지 않고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비행기를 회항시킨 일보다는 '반말 정도는 할 수 있지 내가 너 나이만 한 자식이 있는데'라면서 당당하게 구는 사람들이 적어도 내게는 더 위협적이고 모욕적이며 문제다. 그들 중 일부는 아마 신문을 장식했던 '땅콩 회항' 사건의 가해자를 욕하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최근 불거진 국회의원 갑질 논란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지난 20일 김포공항 보안 요원 김모씨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가 '이 새X 근무 똑바로 안 서네'라고 욕하고 고함을 쳤다는 것이다. 

22일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 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한다고 보안요원에게 항의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조선일보>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김 의원은 "나는 꺼내 본 적 없으니 규정을 찾아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2일 입장문에서 김씨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갑질'이라고 규정했다. 

사실 나는 이 일을 보면서 많이 의아했던 게, 실제로 김 의원이 여태 신분증을 제시해본 적이 없을 수는 있는데 왜 반말로 보안요원을 대하면서 '공사 사장한테 전화하라'고 하느냔 말이다. 그러니까 설사 보안요원이 실수했다 하더라도 김정호 의원은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면 더욱 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이다. 공항공사의 협력사 직원이면 국회의원이 반말을 해도 되는 걸까? 

애초에 나는 김 의원이 언성을 높여 반말을 하지 않으면서 보안요원과 규정 문제를 두고 '대화'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반말은 모든 갈등의 시작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현재 김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많은 누리꾼의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중이다. 

나는 김 의원이 문제를 너무 어렵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냥, 협력사 직원이건, 본인의 지지자건, 심지어 지지자가 아니건,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놓으면서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는 국회의원 전에 이 사회의 구성원이니까 말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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