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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1일 성탄절을 앞두고 위와 같은 슬로건으로 거리기도회를 진행하였다. 당일 모인 많은 사람들을 통해 예수의 정신이 결코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개신교 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종교의 이름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결코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오히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담아 차제연 12월 평등UP은 성탄절을 맞아 '종교와 차별'을 주제로 한 기고글을 연재한다. - 기자말

같이 사는 친구는 교회를 다닌다. 주일마다 꼬박꼬박 챙겨 가지는 않는데도 어떤 때 보면 신앙의 깊이가 느껴져 놀라곤 한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온전히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의 삶에서 기독교를 떨어뜨려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만은 알 수 있다. 종교가 인권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이유도 누군가에게 삶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친구의 신앙을 존중할 뿐 아니라 이따금 종교를 가진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곤 한다. 친구 덕분이다. 만약 그가 집에서 기도를 드리는 시간에 방문을 두드리지 말라거나 한다면 나는 충분히 보장해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내게 일주일에 한 번 함께 기도 드리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조금 불편할 것 같다. 혹시라도 친구가, 교리에 따르면 무지개가 악의 상징이니 집에서 무지개색 옷을 입지 말라고 한다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농담하지 말라며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 '종교'는 위와 같은 쟁점들을 품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쟁점들

종교는 인간의 내면에 깊이 자리잡은 믿음의 체계이자 옷차림, 의례 등의 행위로 구성되는 활동이기도 하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특정한 종교를 가질 권리뿐만 아니라 신앙을 유지하기 위한 특정한 행위나 표현들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격리하면서 지침에 따라 소지품 소지를 금지했다. 환자는 성경책을 들고 가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병원은 허락하지 않았고 환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인권위는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봤다.(15진정0583300)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소지품을 일괄 금지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특히나 성경책은 종교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종교의 자유 침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나 천주교처럼 한국사회에 꽤나 익숙한 종교가 아닌 경우에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 올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무슬림 기도실 설치가 논란이 되었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는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의 기본 의무 중 하나다. 깨끗한 장소에서 메카를 향한 방향으로 기도를 해야 하므로 한국관광공사가 기도실을 설치하려고 했던 것은 매우 바람직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보수 기독교의 반동성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대 서명과 항의전화가 이어지며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기독교의 이름으로 종교의 자유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한편,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가질 권리뿐만 아니라 종교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 종교를 갖지 않을 권리이기도 하다. 군대에서 한 사령관이 1인 1종교 갖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장병들의 정서안정과 인성함양을 위해서라며 매주 종교행사에 참여할 것을 강요했다. 한 장병이 자신은 무교이며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자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다며 집중 관리를 당했다.(10진정00049700)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에서의 종교행사 참석 강요가 종교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타인의 신앙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조금 이해되지 않더라도 신앙과 종교활동을 보장하려고 노력해야 하듯,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특정 종교를 가졌거나 갖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당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이 적지 않다. 특히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주창하는 기독교가 차별행위의 주체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 빌딩의 관리본부장은 빌딩의 경비와 관리 업무를 맡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교회에 출석하도록 요구했다. 다른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게조차 해당 빌딩에 있는 교회에 다니도록 했고, 출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07진차453) 어떤 회사는 직원교육 시간에 성경 구절을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하도록 강요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노동자를 대기발령시키고 결국 권고사직했다. 그 회사의 업무는 종교와 직간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었는데도 그랬다.(17진정0701000) 한 비영리단체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교회 신자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예배에 참석하지 않자 시말서 작성을 요구했다.(13진정0003000) 단체의 장이 종교적 목적으로 활동하더라도 직원들에게까지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와 같이 일터에서 종교를 이유로 불리한 조건에 놓이거나 퇴사를 강요당하는 사례들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이 우리의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교육 영역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진다. 사립고등학교에서 교사를 채용하는데 '세례교인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다거나(15진정0068000), 대학에서 직원을 모집하는데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일까?(14진정1066000) 가르치는 과목이나 직원이 맡게 되는 업무가 특정 종교와 관계 없을 때에도 단지 재단이 특정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을 제한해도 될까? 한 대학은 교수가 기독교 믿도록 하는 대학 운영을 비판하자 해당 교수를 해직하기도 했다.(05진차494) 이 사례들은 모두 고용차별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유사한 사례들은 사라지지 않고, 종교의 자유라는 주장으로 변화가 가로막혀 있다.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은 재화나 서비스의 이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종사자들이 과도하게 종교행사에 동원되다 보니 중증장애인이 방치되는 일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15진정0454300/15진정04772800) 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대표인 목사가 자신의 교회에 나오도록 하고 나오지 않는 직원을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16진정099900) 이런 센터를 이용하는 다문화가족에게는 종교가 강요되지 않고 있을까? 종교의 자유와 강요가 혼동될수록 종교의 자유 자체가 허물어진다.

차별이 줄어들수록 종교가 자유로워질 것

종교의 자유는 인권이다. 종교라는 권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약속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누군가 특정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탄압당하거나 차별당할 때 우리는 함께 저항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특정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타인을 억압하거나 차별할 때 우리는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차별을 종교의 자유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사학재단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을 지적하면 종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항의한다. 사립대학 등의 자율성이라는 명분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뒷전으로 밀쳐버린다. 물론 이는 기독교와 관련된 문제만은 아니다. 다른 종교가 운영하는 재단에도 채용이나 인사에서 차별이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향한 혐오마저 종교의 자유로 포장하려는 세력이 기독교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동성애 기독교 세력은 "동성애는 죄라고 목사가 설교하다 잡혀갔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차별금지법이 기독교 탄압법이라고 주장한다. 설령 기독교의 교리가 '동성애는 죄'라고 가르친다 치더라도 그것은 종교 안에서의 믿음이지 사회에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종교의 믿음이 타인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권리를 박탈할 권한이 되는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교리 해석을 둘러싼 쟁점은 이어지고 있으며, 반동성애 세력과 다른 믿음으로 기독교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반동성애 기독교 세력은 종교의 자유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종교'라서 쩔쩔매며 혐오선동이 폭력이라는 점도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종교를 참되게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는 아닐까?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반동성애 기독교 세력도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방법을 더욱 잘 알게 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동성애 기독교 세력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미류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이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이 기고글은 차제연 홈페이지 equalityact.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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