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부리그 프리메라 리가에서는 'M.S.N.'과 'B.B.C.'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세 시즌 동안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물론 이는 미국의 대형 기업이 만든 포털 사이트도 아니고 1922년에 개국한 영국의 공영 방송사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M.S.N.과 B.B.C.는 프리메라 리가의 영원한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삼각편대를 뜻하는 애칭이었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네이마르 다 실바(브라질)는 공교롭게도 모두 남미 출신의 출중한 테크니션이다. 반면에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프랑스)와 가레스 베일(웨일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모두 유럽 출신이다. 이 때문에 M.S.N.과 B.B.C.의 대결은 라 리가 대표 라이벌의 대결을 넘어 남미와 유럽의 자존심 싸움으로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7년 네이마르가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고 지난 7월 호날두마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FC로 떠나면서 M.S.N.과 B.B.C.는 모두 해체됐다. 하지만 유럽 축구 최고의 공격라인을 가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계속되고 있다. 바로 리그 1위 리버풀FC가 자랑하는 '마.누.라. 트리오'와 토트넘 핫스퍼의 공격 4인방을 뜻하는 'D.E.S.K. 라인'이다.

리버풀, 브라질의 실속형 스트라이커에 두 아프리카 특급이 뭉쳤다

리버풀은 리그 8위로 추락했던 2015-2016시즌 리그 38경기에서 63득점을 기록했다. 브라질 출신의 이타적인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10골7도움으로 고군분투했지만 피르미누와 함께 공격을 이끌어갈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리버풀은 2016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3400만 파운드를 투자해 사우스햄튼FC로부터 세네갈 출신의 윙어 사디오 마네를 영입했다.

마네와 피르미누, 그리고 필리페 쿠티뉴(바르셀로나)까지 합세한 리버풀의 공격 삼각편대는 2016-2017 시즌 37골19도움을 합작하며 리버풀을 다시 4위로 끌어 올렸다. 리버풀은 2017-2018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쿠티뉴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지만 우려했던 공격력 약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격력이 저하되긴커녕 84골을 기록하며 맨체스터시티(106골)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이집트의 영웅' 모하메드 살라 덕분이었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리버풀 FC의 모하메드 살라 ⓒ 연합뉴스/EPA

 
2017년 6월 AS로마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살라는 이적 첫 시즌부터 32골10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왕에 등극했다. 살라가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리버풀의 공격을 책임지던 피르미누와 마네는 득점에 대한 부담을 줄인 채 팀 플레이를 통해 리버풀 승리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리버풀의 공격 삼각편대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무려 57골24도움을 합작했다.

리버풀 공격 트리오의 활약이 이어지자 국내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성을 따와 '마(마네).누(피르미누).라(살라). 트리오'라는 한국식 애칭을 붙여줬다(물론 한국어를 모르면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쉽게 해외로 전파되진 않았다). 그리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모국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며 더욱 성숙해진 리버풀의 공격 트리오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리버풀의 선두질주를 이끌고 있다. 

리버풀은 살라가 11골5도움으로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날FC, 12골), 해리 케인(토트넘, 11골)과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고 마네 역시 살라가 주춤했던 시즌 초반 맹활약했다. 피르미누 역시 리그 득점은 4골이지만 3개의 도움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2골을 기록하며 큰 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리버풀의 '마.누.라. 트리오'는 모두 막 전성기 구간에 들어선 20대 중반으로 구성돼 있어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토트넘, 유럽 3인방에 아시아의 '천재' 손흥민 가세

리버풀의 '마.누.라. 트리오'가 피르미누가 버티던 공격진에 마네와 살라가 가세하면서 완성됐다면 토트넘이 자랑하는 'D.E.S.K. 라인'은 손흥민의 토트넘 입단과 주전 등극으로 인해 구성됐다. 아프리카 선수 2명과 브라질 선수 1명으로 구성된 리버풀과 달리 토트넘의 'D.E.S.K.라인'은 잉글랜드 선수 2명과 덴마크 1명, 그리고 한국의 손흥민으로 구성돼 있다(가끔 남미 선수들이 손흥민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지만 손흥민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다).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사우샘프턴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26·토트넘, 가운데)이 두손을 올리며 모아 보이고 있다.

토트넘의 손흥민 ⓒ AP/연합뉴스

 
토트넘 공격진의 특징은 포지션별로 역할 분담이 비교적 뚜렷하다는 점이다. 먼저 케인이 최전방에서 무시무시한 골 결정력으로 확실한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델리 알리와 손흥민이 양쪽 측면에서 케인을 지원사격하거나 역습 상황에서 스피드를 활용해 직접 골을 노린다. 에릭센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의 완급을 조절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찔러준다.

토트넘의 'D.E.S.K. 라인'이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2016-2017 시즌부터였다. 토트넘의 공격 4인방은 2016-2017 시즌 무려 104개의 공격 포인트를 합작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진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6-2017 시즌 손흥민의 공격 포인트가 20개로 4인방 중 가장 적었지만 손흥민은 단 80번의 슈팅 시도로 14골을 기록하는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손흥민 등 토트넘 선수들. 사진 속에선 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선수다.

손흥민 등 토트넘 선수들. ⓒ AP/연합뉴스

 
토트넘은 위력이 다소 줄었다고 평가 받은 2017-2018 시즌에도 61골28도움을 기록하며 변함없이 뛰어난 호흡을 과시했다. 토트넘의 공격 4인방은 이번 시즌에도 케인이 11골3도움, 에릭센이 2골7도움, 손흥민이 5골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리그에서 4골을 기록하며 손흥민과 측면을 책임지고 있는 델리 알리가 박싱 데이 주간을 앞둔 24일 에버턴FC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이 토트넘에는 큰 악재다.

사실 리버풀의 '마.누.라. 트리오'나 토트넘의 'D.E.S.K. 라인'은 세계 축구계의 슈퍼스타들로 구성됐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M.S.N.이나 B.B.C.에 비하면 다소 이름값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량과 호흡, 그리고 리그에서 보여주는 위압감은 M.S.N.이나 B.B.C.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과연 시즌이 끝날 무렵 이번 시즌 EPL 최고의 공격진으로 평가 받을 팀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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