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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가 컴퓨터와 인터넷 발달에 영향을 받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컴퓨터와 결합한 탐사보도는 20년 동안 발전해 왔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공개되어야 합니다. 기술과 저널리즘이 만나 탐사보도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서는 긴밀한 협업도 중요합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8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 '데이터저널리즘의 새로운 개척자들(New Frontiers in Data Journalism)'을 주제로 첫 발표에 나선 아이린 제이 류 구글 아태지역 뉴스랩 총괄담당자는 미국 비영리매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등의 활약상을 들어 탐사보도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파나마 페이퍼 게이트'로 불리는 조세회피처 보도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주도로 80여개국 100여개 언론사 협업을 통해 이뤄졌음을 설명하며 탐사보도에서 '데이터'와 '국경을 넘는 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회사 구글, '저널리즘 생태계' 지원 나서
 
 '2018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저널리즘을 활용한 탐사보도 동향을 소개하는 아이린 제이 류 구글 아태지역 뉴스랩 총괄담당자.
 "2018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저널리즘을 활용한 탐사보도 동향을 소개하는 아이린 제이 류 구글 아태지역 뉴스랩 총괄담당자.
ⓒ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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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기자로 일할 때 미국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일이 있다는 류 총괄은 구글로 이직한 후 '건강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한 지원 활동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탐사보도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구글은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로서 기자들의 저널리즘 활동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후원자이기도 한 구글뉴스이니셔티브(GNI)는 지난 17일 한국의 한겨레와 제이티비씨(JTBC)를 포함한 세계 수십개 언론사에 2500만 달러(약 281억원)를 지원하는 '구글 유튜브 뉴스혁신 펀딩'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데이터저널리즘 사례발표에 나선 뉴스타파의 최윤원 데이터팀장은 국경을 넘어선 협업을 통해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이 제작된 과정을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독일 공영방송인 북부독일방송(NDR) 등 23개 언론사와 협력, 한국 연구자들이 10여 년 동안 와셋(WASET) 등 가짜 국제학술단체가 운영하는 학술대회에 4천여 차례나 참여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최 팀장은 "독일 기자의 결정적 제보를 바탕으로, 한국 연구자들이 해외 가짜학회를 통해 논문 실적을 허위로 등재하고 연구비를 타낸 사실을 현장 취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보도는 뉴스타파 기자가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 직접 출연해 리포트하는 방식으로 비영리매체와 공영방송의 협업모델도 만들어 냈다. 최 팀장은 "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언론사 간 협력 프로젝트가 국내에서도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또 보도에 활용한 원 데이터를 전면 공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짜학회 참가 연구원 249명을 징계처분하는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데이터저널리즘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정리, 분석, 시각화 혹은 서사화해서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보도 방식으로 '데이터 공유'도 중시한다.
 
 뉴스타파 김지윤 기자가 지난 7월 19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와셋 등 가짜학회 취재 결과를 보도하는 모습.
 뉴스타파 김지윤 기자가 지난 7월 19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와셋 등 가짜학회 취재 결과를 보도하는 모습.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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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등 기술 활용 땐 오류 가능성 경계 필요

'로봇저널리즘'이 등장한 현실을 반영,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제작과정에 활용하는 문제도 이날 컨퍼런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미국 온라인 뉴스 플랫폼의 혁신모델로 유명한 버즈피드의 피터 알더스 기자는 이날 미국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머신러닝을 활용한 보도(Machine Learning for Reporting)'를 발표했다. 그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하나인 '랜덤 포레스트'를 활용해 미국 정부의 불법적 민간인 추적을 폭로한 경험을 소개했다.

알더스 기자는 동일 궤도 비행을 반복하는 등 이상 패턴을 보이는 정찰기와 스파이기를 랜덤 포레스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낸 뒤 해당 비행기의 등록 문서 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민간인 불법 추적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머신러닝 기법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머신러닝도 (설계자인 인간의 영향으로) 인종‧성별 등의 편향과 편견이 있을 수 있다"며 "입수한 데이터의 출처와 추출해 낸 정보의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 린스도르프 독일 커뮤니케이션학회장(슈투트가르트대 교수)도 이날 슈투트가르트대학을 연결한 화상 발표에서 탐사보도에 활용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적 방법론'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탐사보도는 그 특성상 내부고발자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누가 제보한 어떤 데이터를 기자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조작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린스도르프 교수는 따라서 "믿을 만한 취재원을 활용해 양질의 정보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데이터를 추출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하고, 취재에 관심 있는 제보자와 언론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에서부터 버즈피드의 피터 알더스 기자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미국 정부의 불법적 민간인 추적 사실을 밝혀낸 과정을 설명하는 그래픽 자료. ⓒ 피터 알더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화상 연결한 라스 린스도르프 교수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모인 청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화상 연결한 라스 린스도르프 교수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모인 청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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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흐름 배우자' 현직 언론인 열기 후끈

이날 컨퍼런스에는 현직 언론인과 학생, 기업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석, 20여개 주제별 발표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이승윤(40) YTN 기자가 린스도르프 교수에게 "교차 미디어를 활용한 데이터저널리즘 사례에 관해 더 알고 싶다"고 묻는 등 질문 열기도 뜨거웠다.
 
 2018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앞쪽은 2부 좌장을 맡은 이종호 오마이뉴스 기자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즉석 질문을 확인하는 모습.
 2018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앞쪽은 2부 좌장을 맡은 이종호 오마이뉴스 기자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즉석 질문을 확인하는 모습.
ⓒ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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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공동조직위원장인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대표운영자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 같은 언론인들의 관심에 대해 "갈수록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권 대표는 "트위터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나 조세회피처 국제협업프로젝트 등은 기존의 취재 방법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데이터 취재 현장이었다"며 "출입처가 '데이터'인 취재 현장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공데이터와 오픈소스의 확대로 누구든 비용 부담 없이 데이터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고, 데이터 공개를 통해 보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8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 개회를 선언하는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대표 운영자.
 "2018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 개회를 선언하는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대표 운영자.
ⓒ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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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와 함께 컨퍼런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황용석(50) 건국대 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교수도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데이터 기반 사회로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은 여전히 전통적인 취재원 관리에 치중하는 등 기성 매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사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데이터저널리즘은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진전된 기법이며, 사회문제의 숨겨진 패턴과 원리를 밝히는 탐사보도의 핵심 기법 중 하나"라며 "뉴스타파와 KBS처럼 다수 언론이 별도의 데이터저널리즘팀을 둘 필요가 있고, 언론사가 기술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조직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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