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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눈 덮인 설원을 꿈꾸지만 추위로 살짝 움찔하게 된다. 동장군을 피해 따뜻한 창원으로 방향을 틀어 떠나보겠다. 창원은 2010년 마산과 진해를 통합해 거대 도시가 되었다. 이곳은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 진해국가산업단지가 트라이앵글을 이룬 산업도시다. 여기에 숨은 여행지가 꽤 있다.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꿰도 모자라지만 한번 엮어보겠다.

철새들의 천국, 주남저수지
 
철새 월동지, 주남저수지 주남, 산남, 동판 3개로 이뤄진 이곳 저수지는 철새들의 낙원이다. ⓒ 최정선
 
주남저수지는 철새 월동지다. 이곳은 인공습지로 주남, 산남, 동판 3개로 이뤄져 있지만 주남저수지가 제일 유명하다. 산남저수지가 제일 작고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와 엇비슷하다.

2006년 BBC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살아 있는 지구>에도 나왔고, 특히 2008년 람사르 협약이 창원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는 세계 습지를 보호코자 협약하는 자리로, 당시 참석자들이 주남저수지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람사르문화관이 저수지 초입에 세워졌다.
 
주남돌다리 '주남새다리'라 불리며, 돌을 쌓아 다리의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편평하고 긴 돌을 얹은 다리다. ⓒ 최정선
       
람사르문화관에서 주남 수문까지 갈대 보호막이 쳐져 있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갈대 너머로 철새들의 울음소리와 날갯짓이 아우성친다.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걷다 보면 논을 가로지르는 주천강이 나온다.

강 둑을 따라 쭉 가면 주남돌다리(문화재자료 제225호)를 만날 수 있다. 의창구 동읍의 판신마을과 대산면 고등포마을을 연결해 주는 돌다리다. 돌다리 하나로 행정구역이 나뉜다. 두 마을의 경계를 구분 짓는 돌다리는 독특한 모양새를 자랑한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 다리의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편평하고 긴 돌을 얹은 다리다. 이곳 주민들은 '두 마을의 사이에 있다'는 뜻의 '새('사이'의 경상도 사투리)'를 붙여 '주남새다리'라 부른다.

시크릿가든, 진해보타닉뮤지엄
 
시크릿가든, 진해보타닉뮤지엄 유리온실을 감싸는 갈대무리가 마치 가을과 겨울을 이어주는 느낌이다. ⓒ 최정선
   
최근 부상하는 명소가 바로 시크릿가든, 진해보타닉뮤지엄이다. 이곳은 야생화 군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으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도 있다. 겨울을 알리듯 눈 소식이 이곳, 저곳에서 들리지만 따뜻한 남쪽에서 눈 구경은 언감생심이다. 어쩜 이런 점 때문에 추운 겨울을 잊고자 남도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진해보타닉뮤지엄의 유리온실 각종 야생화와 식물이 싱그럽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 최정선
 
겨울에 제주도를 갔을 때 제일 먼저 간 곳이 여미지식물원이다. 스산한 마음을 녹이고 싶어서다. 따뜻한 진해의 첫발로 진해보타닉뮤지엄을 방문했다. 유리장벽 속에 보호받으며 자란 식물들이 다소 안타까울지 몰라도 여전히 그 생동감이 느껴지고 싱그러웠다.

그리고 둘레길의 정취도 꽤 멋졌다. 진해만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마음까지 탁 트이게 해줬다. 특히 유리온실을 감싸는 갈대무리가 눈에 띄었다. 갈대는 마치 가을과 겨울을 이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의 안내자처럼...

계절이 바뀌면 온실 밖에도 야생화들이 다시 활짝 웃을 것이다. 이 겨울, 유리온실 속의 각종 야생화들과 조우해 본다. 야생화들이 각자의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리며 손짓한다. 낮선 녀석들의 이름을 불러주고자 명찰들을 하나, 하나 살피며 인사해 본다. 이끼 낀 작은 돌 틈새에 피어난 작은 꽃들, 볕이 들지 않아도 따뜻한 온기를 받으며 자란 이름 모를 야생화들... 다들 반갑게 인사한다. 

타임머신 타고 고고씽, 진해 근대문화 탐방

진해군항마을 거리는 우리나라 근대사를 대변하는 거리로, 일제강점기에 지은 적산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진해 중앙동 옛 노인정 건물로, 2012년 리모델링해 군항마을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이외에 흑백다방과 수양회관, 원해루가 유명하다. 곳곳에서 만난 적산가옥들이 시간 매개체가 돼, 근대로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진해는 일제강점기 설치한 일본 해군의 진해요항부가 그 시작으로, 해군의 도시답게 일대의 상당수 땅이 해군 소유다. 진해 근대문화 탐방은 '해군의 집'에서 첫발을 뗐다. 이곳은 해방 이후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수병의 집'로 불렸다.
 
'해군의 집'은 영화 <연평해전> 촬영지로 유명하다. 그 이외에 드라마 <태양속으로>의 해군 부대도 진해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신현준이 해난구조 장교로 활약한 영화 <블루>와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이곳에서 촬영해 명실 공히 해군관련 드리마, 영화의 메카로 부상했다.
 
문화공간 흑백 새로운 개념의 음식점을 준비하는 주인장. ⓒ 최정선
  
창원시 근대건조물 4호로 지정된 문화공간 '흑백'에 이르렀다. 1층은 공사가 한창이다. 젊은 주인장이 새로운 개념의 음식점을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1921년 지은 적산가옥으로 함경북도 북청의 화가 유택렬이 진해로 피난 와 정착한 곳이다. 그의 친구인 이병걸 작곡가의 '칼멜' 다방을 1955년 인수해 '흑백다방'으로 2008년까지 운영했다.

김춘수 시인이 헝가리 소녀 이야기를 노래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란 시를 쓴 장소도 바로 흑백다방이다. 이곳은 60~70년대 많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클래식을 감상하는 음악관이었다. 현재는 그의 딸 피아니스트 유경아씨가 문화공간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방문한 날도 전시회 준비로 분주했다.
 
진해우체국 국가사적 제291호로 러시아풍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 최정선
  
중원로타리 부근의 진해우체국(국가사적 제291호)으로 발길을 돌렸다. 1921년 준공된 1층 목조건물로, 우편환저금과 전기통신 업무를 취급했던 우체국 청사였다. 우체국은 1899년 마산포 개항을 전후로 진해에 주둔했던 러시아 공사관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다.

정면 현관의 배흘림기둥인 투스칸 오더(Tuscan Order) 원기둥이 러시아풍의 건축양식을 짐작케 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우체국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며, 영화 <클래식>에서 손해진이 전보를 보내던 곳이다. 요즘 이메일이나 짧게는 문자,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지만 우체국에서 손편지를 쓰던 추억은 아직도 우리들 마음에 향수로 남아 있다.
 
진해우체국 부근의 원해루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포로 출신인 장현철씨가 개업한 중국음식점이다. '영해루(榮海樓)'라는 상호로 문을 열었으나, 영해루의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아 현재는 '원해루(元海樓)'로 상호를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방문한 식당으로 유명하며,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 장소로도 이름난 곳이다.
 
원해루 맞은편 도로를 두고 육각집이 보인다. 6각 지붕의 중국풍인 3층 건물로 '뾰족집'이란 별칭이 있다. 일제강점기 기생이 나오는 요정이었으나 지금은 식당인 '수양회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래 중원로타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한 채, 남서로 한 채 등 총 세 채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 채만 남아 있다.
 
황금돼지섬, 돝섬해상유원지
 
황금돼지섬, 돝섬해상유원지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황금돼지섬인 돝섬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 최정선
  
창원시 마산합포구 앞바다에 떠 있는 11만 2,000㎡의 돝섬, 한때 마산의 관광섬으로 각광받았다.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황금돼지섬인 돝섬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가 몇 채와 멸치잡이 어장이 있던 마산의 작은 섬, 돝섬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다. 이후 1970년대부터 유원지로 자리매김했다. 돝섬은 전국 최초 해상유원지로 이름을 날릴 뿐만 아니라 지역 대표 소풍지와 축제 장소로 마산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곳이다. 하지만 2003년 몰아친 태풍 매미로 돝섬이 파손된 후, 시설물 정비 작업을 거쳐 2004년 '가고파 국화 축제장'으로 재개장했다. 그렇게 국화축제가 7년간 돝섬에서 열렸다.
 
돝섬지킴이 오용환 선장 오용환 선장이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주고 있다. 돝섬에서 태어난 국내 유일의 북극곰 '통키'의 죽음을 가장 슬퍼한 분이다. ⓒ 최정선
    
​부두에서 섬까지는 10여 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돝섬을 되살리기 위해 열정을 바치고 있는 오용환 선장의 여객선을 타고 출발했다. 오용환 선장은 1982년 돝섬에 동물원이 만들어졌고 그곳에 국내 유일의 북극곰 '통키'가 살았다고 했다. 이 섬에서 태어난 북극곰 '통키'가 동물원 폐쇄로 용인에버랜드로 옮겨졌다. 오용환 선장은 1995년 그곳의 실내 방사장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못내 슬퍼했던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돝섬해상유원지 선착장에서 산책길을 따라 10여 분 정도 걸어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선착장 초입 출렁다리를 지나 바다를 끼고 걷다 보면, 창원 월영대를 노래한 선비 10명의 시비와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의 20여 점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국제적 조각들이 곳곳에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정상에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시비와 화가이자 조각가로 활동했던 문신 작가를 기리는 비를 감상할 수 있다.
 
돝섬의 '돝'은 돼지를 뜻한다. 이 섬에는 두 개의 전설이 있다.
첫 번째는 옛 가락국의 미인 미희가 왕을 피해 무학산으로 갔다 병사들에게 몰려, 다급히 황금돼지로 변해 돝섬으로 사라졌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신라 최치원 선생이 마산 앞바다의 작은 섬에서 돼지 우는 소리를 듣고 활을 쏘아더니 정말 돼지가 섬에 죽어 있었다는 설이다.
 
조정래 작가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여행은 많은 것을 배우고 체득하게 하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생각없이 경주> 저자입니다.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창원여행, #주남저수지, #진해보타닉뮤지엄, #진해군항마을, #돝섬해상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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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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