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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2월이 되면 머리 속에서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라는 알람이 울립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연초 새해 목표 목록을 아주 오랜만에 들춰보며 지나온 한 해의 성과를 가늠해 봅니다. '음, 이 정도면 잘 살았군' 하고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지만, 어떤 항목에선 '이걸 내가 썼나?' 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곤 생각합니다. '와, 진짜 시간이 빨리 지나갔네. 왜 이렇게 1년이 짧지?' 연말연초엔 '시간' 이야기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왜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갈까?"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 걸까?"
"왜 이렇게 시간이 부족할까?"

아마도 다들 위와 같은 질문을 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가 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커집니다. 게다가 왜 항상 시간은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궁금증에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시간과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있습니다. 슈테판 클라인이 쓴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를 보면 인간이 어떻게 시간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신중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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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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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시계가 돌아가는 시간과 내가 경험하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시간에 대한 느낌은 외부의 시간과 인간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현상이 결합돼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을 잘 다스리려면 내면의 시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내면의 시간을 잘 다룰 줄 알게 되면 하루 24시간을 더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다고 저자는 쓰고 있습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두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귀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하여 삶의 속도는 가끔 우리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빨라진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스스로 시간에 대한 느낌을 조절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쫓기는 기분이나 평온한 마음도, 과거를 회상하며 느끼는 풍요로움이나 공허함도 외부 상황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10쪽)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여러 편리한 도구들의 도움으로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여유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대인들은 왠지 항상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 이유를 저자는 참으로 매력적인 말로 표현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루하루를 '맞춤복'처럼 이용할 수 있는데 '기성복'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딸깍딸깍 흘러가는 시계의 시간은 동일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충분히 조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즉,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불쾌한 순간은 지독히도 깁니다. 그러면 어떻게 시간을 연장시켜 경험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간 감각이 달라진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떤 일에 몰두하면 시간이 지나는 것을 잊어버리고, 시간을 계속 의식하면 몇 초도 길게 느껴진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경험상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조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입니다. 우리가 지루할 때 다른 데 주의를 돌려 시간을 짧게 느끼는 경우를 경험하기는 하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연장시키는 기술은 좀처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기술을 터득해 외부에서 주어지는 정해진 하루를 더욱 풍성하게 누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내년 12월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주의집중 혹은 몰입 훈련을 통해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한 예로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잡지를 볼 때 평소 보지 않던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살펴보거나, 그림을 볼 때 아주 작은 부분들에까지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입니다. 저자가 지각훈련이라고 말하는 이 훈련을 통해 우리는 '지금'에서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날마다, 순간마다 감각적 인상들을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시간은 더 풍요롭고 길게 느껴진다. 나중에 돌이켜 보면 활기찬 대화를 나누었던 1시간은 멍하니 몽상에 잠겼던 1시간보다 훨씬 길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에 더 많은 생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우리는 인생을 더욱 길게 느낄 수 있다. (중략) 온전한 현재에 사는 사람은 인생을 구성하는 순간들을 더 자세히 지각할 뿐 아니라 그런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다."(108~109쪽)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시간의 마법

글의 서두에 던진 질문 중 나이가 먹을 수록 시간이 왜 빨리 흐르는지도 저자는 설명합니다. 우리는 정보의 양을 가지고 시간을 느끼는데, 새로운 것 혹은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시간을 길게 느끼게 됩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젊을 때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하게 돼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은 평범해져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아진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날아가는 듯한 시간을 붙잡고 싶으신가요? 언제든 풍성한 기억을 소환할 수 있도록 체험한 것을 메모하거나 사진으로 남기면 좋다고 합니다. 또 두뇌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노년의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분들은 "습관을 바꾸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고 우리의 시간감각을 새롭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라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대인들은 거의 무한정으로 몰려오는 감각적 자극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향유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많은 자극들에 주의를 계속 분산시킬 것인지, 아니면 향유할 수 있는 자극 몇 가지를 선택하든지.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일정표에 빈 공간이 없도록 시간을 빽빽하게 채우곤 합니다. 저자가 지적하듯 시간을 온전히 향유하지 못하는 경우 분주함과 공허감을 오가게 됩니다.

저자는 집중력 부족, 스트레스, 의욕부진 때문에 사람들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제대로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도 했습니다. 이 세 가지 원인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앞서 말한 '집중력 훈련', '자신의 통제 하에 놓이는 시간 마련', '적당한 동기부여와 선택'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매일 바쁘다. 우리는 어떤 일을 진정으로 만끽하기 위해 다른 일을 의식적으로 팽개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욕망을 억누르는 대신 일깨운다. (중략) 그리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느끼는 기쁨보다는 시간이 부족하여 하지 못하고 남겨두는 일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다."(218~219쪽)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시간을 발견'하는 6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저는 이 여섯 가지 방법을 '지금'부터 연습해 보려고 합니다. 이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함께 책을 열어 보시죠. 흐르는 시간을 잡아둘 수는 없겠지만 이전처럼 시간의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시간의 강에 나룻배를 띄워 여행하듯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 심리학과 뇌과학이 파헤친 시간의 비밀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뜨인돌(2017)


태그:#시간, #뇌과학, #인생, # 연말연시, #새해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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