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MMA는 그야말로 '사이즈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고 빠른 선수가 대세를 이뤘던 경량급에서도 이같은 변화는 두드러진다. 코리안 파이터 정찬성(31·코리안좀비MMA), 최두호(27·팀매드)의 존재로 인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는 UFC 페더급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견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페더급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를 언급하면 조제 알도(32·브라질)를 첫손에 꼽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알도는 WEC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롱런에 성공하며 혁혁한 전적을 쌓아왔다. 비록 최근 들어 왕좌에서 내려온 상태지만 여전히 정상권에서 경쟁할만한 관록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알도가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페더급에는 이른바 '빅유닛'으로 구분될만한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알도 자신도 신장(170cm)이 크지 않거니와 한동안 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레슬라이커 채드 멘데스(33·미국) 또한 167cm에 불과했다. 이들은 사이즈적인 측면에서는 별다를 게 없었으나 빼어난 기술과 운동능력을 앞세워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제압하고는 했다. 
 
 장기전 혹은 진흙탕 싸움에서 누구도 에드가에게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에드가는 늘 그렇게 싸워왔다.

장기전 혹은 진흙탕 싸움에서 누구도 에드가에게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에드가는 늘 그렇게 싸워왔다. ⓒ UFC

 
사이즈가 경쟁력인 시대, 에드가는 살아남았다
 
지금은 확 달라진 상태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어쨌든 알도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던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는 원조 사이즈 괴물이다. 혹독한 감량을 통해 페더급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그는 175cm의 신장에 긴 리치를 바탕으로 사우스포의 장점까지 살리며 강력한 카운터 펀처로서 악명을 날릴 수 있었다.

현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7·미국)는 리치의 장점은 없지만 신장이 무려 180cm에 달한다. 워낙 빠르고 체력이 좋은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를 잠식해가며 잡아먹는 스타일이다. 얼마 전 그와 챔피언타이틀전을 치렀던 브라이언 오르테가(27·미국)는 175cm의 신장에 전체적 골격이 상당히 크다.

그 외 헤나토 '모이카노' 카네이로(29·브라질) 180.3cm,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27·러시아) 185cm, 켈빈 케이터(30·미국) 180cm 등 체급내 다크호스들은 하나같이 사이즈가 남다른 모습이다. 코리안파이터 정찬성(175cm), 최두호(176cm) 또한 경쟁력 있는 신장을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사이즈가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더 앤써(The Answer)' 프랭크 에드가(37·미국)는 대단한 노장이라고 할 수 있다. 167.64cm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큰 선수들을 격파하는 모습은 흡사 같은 별명을 가졌던 전직 NBA 슈퍼스타 앨런 아이버슨(43·183cm)을 연상시킬 정도다.

아이버슨은 현역 시절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농구라는 말을 격투기로 바꿔보면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에드가라고 할 수 있다. 전 체급을 통틀어 손꼽힐 만한 체력을 바탕으로 타격전, 레슬링 싸움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왕성한 활동량을 보인다. 장기전 혹은 진흙탕 싸움에서 누구도 에드가에게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에드가는 늘 그렇게 싸워왔다.
 
 에드가는 ‘상위권 전투력 판독기’로 불리는 컵 스완슨(사진)을 두 번이나 제압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바 있다.

에드가는 ‘상위권 전투력 판독기’로 불리는 컵 스완슨(사진)을 두 번이나 제압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바 있다. ⓒ UFC 아시아제공

 
패배마저 인상적인 파이터, 통산 6패의 의미
 
에드가의 꾸준함은 23승 6패 1무의 통산 성적에서도 알 수 있다. 2005년 격투무대에 뛰어든 이래 라이트급·페더급에서 수많은 강자들과 자웅을 겨뤄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다. 승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패배다. 6패 중 5패는 접전 끝에 당한 판정패일 정도로 지더라도 결코 쉽게 경기를 내어주지 않았다.

올해 떠오르는 젊은 강자 오르테가의 파워에 밀려 넉아웃으로 패하기전까지 누구에게도 중간에 무너진 적이 없었을 만큼 끈질김의 상징 같은 선수였다. 오르테가에게 충격적 패배를 기록했을 당시에도 "에드가가 조금만 젊었더라면 승부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왔을 정도다.

6패의 배경에는 이른바 장점이 상쇄되는 난적들과의 경기가 잦았다는 이유도 컸다. 에드가는 이제까지 딱 4명에게만 패배를 허용했다. 그레이 메이나드, 브라이언 오르테가에게 1번씩 그리고 벤 헨더슨, 조제 알도와의 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롱런챔피언, 2체급 챔피언의 꿈을 접어야했다.

UFC 초창기 시절 있었던 메이나드와의 1차전에서는 상대의 레슬링에 철저히 말리며 패배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후 있었던 두 번의 대결을 통해 '진화하는 전투 호빗'의 위력을 제대로 증명했다.

2차전 당시 1라운드에서 메이나드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연신 허용하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으나 절대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바탕으로 믿기지 않는 맷집, 회복력까지 보여주며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이어진 3차전에서는 아예 KO로 길고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버렸다. 메이나드는 그대로였지만 에드가는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헨더슨과는 상대성에서 좋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헨더슨은 강하기는 하지만 역대급 레전드로 꼽히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선수다. 커리어나 이름값만 놓고 보면 에드가 쪽이 더 높다할 수 있다. 하지만 에드가는 두 번에 걸친 승부에서 헨더슨을 이겨내지 못했다. 물론 2차전은 누구의 손이 올라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만큼 박빙이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에드가는 연전을 통해 평소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은 맞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일단 장점이 겹친다는 부분이 컸다는 의견이다. 헨더슨은 타격에서의 한방 파워는 약하지만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끊임없이 치고 빠지고 구르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에드가로서는 자신보다 큰 선수가 대등한 수준의 체력으로 끊임없이 활동량을 가졌던지라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알도같은 경우는 동체급 최고의 테이크다운 방어능력을 갖췄다는 부분이 문제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에드가는 스탠딩에서의 공격적인 아웃파이팅과 빼어난 레슬링을 섞어주면서 서서히 상대를 침몰시키는 스타일이다. 그런 양동작전이 넘어지지 않는 알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에드가는 타격전 위주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경기 흐름에서 타격기술자 알도와의 유효타 싸움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는 분석이다.

1981년생 에드가는 이제 불혹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작은 사이즈를 체력과 활동량으로 메우는 스타일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오르테가전 패배 이후 스완슨을 잡아내며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하기는 했으나 전성기가 지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그럼에도 에드가는 여전히 멈출 줄을 모른다. 최근에는 현 챔피언 할로웨이를 강하게요구하며 자신에게 기회를 줄 것을 주최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나이, 커리어에 비해 높지 않은 상품성 등을 고려했을 때 에드가에게 다시 한번의 큰 기회가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케이지에 몸담고 있는한 에드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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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앨런 아이버슨 더 앤써 신장이 아닌 심장 에드가 할로웨이 전투 호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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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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