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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흰구름작은도서관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2018년 함께 읽는 '책의 해' 시민.책 독서프로그램 지원으로 '독서대토론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열렸기 때문이다. 20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백운면에서 열리는 첫 독서대토론회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취재, 기록한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9월~11월까지 39명이 함께 읽었다. '청소년/청년/아기 키우는 여성/일하는 사람/노인의 행복'으로 주제를 정하고 다섯 그룹으로 나눈 뒤 해 발제자를 정해서 자료집을 만들었다. 
   
그렇게 지난 11월 30일, 32명의 주민 독서대토론회가 열렸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까지 모두 52명이 참여한 토론회는 과연 잘 되었을까?

발제를 부탁받은 청소년, 청년, 여성, 노인 분들은 처음엔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석 달 동안 끙끙 대며 준비한 발제물이 실린 자료집을 받아 보고선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에 행복해 했다. 

각각 제비뽑기로 배정된 토론 그룹에 참여할 때는 맘에 들지 않아 했지만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진지하였다. 한 시간 반의 조별 토론을 마무리 하고, 토론 결과물이 벽에 붙여졌다. 

각 조에서 대표가 나와 토론 내용을 발표했다. 조별 토론 후, 종합토론에는 "백운면에는 어린이집이 없어서 타 지역까지 가야 하는데, 지역에 어린이집이 있으면 좋겠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헤어져 타지에 있는 요양원으로 가는데, 지역에서 마지막 생을 지낼 수 있는 노인돌봄기관이 있으면 좋겠고, 어린이집과 노인돌봄시설이 함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토론 시간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행복이 무엇이냐?"는 물음부터 시작해서 "왜 행복을 정부에 요구하느냐?"는 의견까지 서로의 생각은 다양했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경청하고, 인정하고 박수쳐주던 11월 30일 밤, 우리는 그렇게 행복했다.

어른들과 함께 생전 처음 한자리에서 토론해 보는 청소년들은 평소에 그렇게 사랑하고 의지했던 스마트폰을 잊고, 눈과 귀를 기울이며, 때로는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청소년에게는 토론을 배울 수 있는 삶의 현장이었다. 

평소 어른들과 함께 앉아 있기도 부담스러워 하던 청년들도 자신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권위에 눌리는 사람없이 평등과 존중,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노인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지역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농촌에서 아기를 키우는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도 알게 되었다.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 농사 지으면서 느꼈던 억울함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경험들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서로에게 박수쳐 주고, 웃어주는 가운데 멀리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이야기로 시작한 우리들의 독서대토론회는 행복하게 끝났다. 덴마크처럼 대단한 행복은 우리에겐 아직 먼 얘기지만 작은 산골마을에서부터 이렇게 시작하면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백운면에서 만드는 월간 백운지 1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내용은 다르지만 주제는 같습니다.


태그:#흰구름작은도서관, #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오연호, #덴마크, #독서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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