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니> 포스터

영화 <언니>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전직 경호원인 언니 인애(이시영 분)는 임무 수행 중 과잉 경호 논란에 휘말리며 1년 6개월 옥살이 후 출소한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 은혜(박세완 분)와 평범한 행복을 꿈꾸지만, 이튿날 동생이 사라지면서 모든 꿈은 먼지가 된다. 동생이 선물한 빨간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동생을 찾아나서는 언니. 사라진 동생의 흔적을 쫓으며 알게 된 동생이 감당해야했던 끔찍한 세상을 알게 된 언니의 분노는 폭발한다. 

20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공개된 영화 <언니>의 스토리는 이랬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복싱 국가대표까지 지낸 이시영은 <언니>에서 자신의 장기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이시영은 복싱은 물론 주짓수, 카체이싱, 도구 활용 액션 등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들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비좁은 차안에서 벌이는 액션부터 17:1로 맞붙는 액션까지. <언니>는 이시영이 선사하는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아낌없이 카메라에 담아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비행 청소년부터 동네 아저씨, 사채업자, 불법 안마방 사장, 정치인... 순진한 은혜에게 더러운 손을 뻗는 악인들은 러닝 타임 내내 등장하고, 그때마다 영화는 은혜가 감당해야 했던 성폭력 피해 상황을 나열한다. 그 뒤에는 어김없이 언니가 등장해 악인들을 향해 거침없이 주먹을 날리지만, 은혜가 감당해야 했던 세상의 끔찍함은 그 정도로 해소되지 않는다. 이시영이 선보인 시원시원한 액션에도 통쾌한 카타르시스보다는 불쾌함과 찝찝함이 남는 이유다. 

영화를 본 뒤 남은 찝찝함과 불쾌함

 
 영화 <언니> 스틸컷

영화 <언니>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언니> 스틸컷

영화 <언니>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임경택 감독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사건은 정신지체가 있는 여학생을 동네 남자 어른들이 성폭행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면서 "여성성을 상업적으로 다루는 표현 방식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피해자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표현의 수준이나 방식은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빨간 미니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싸우는 언니의 모습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붉은 원피스를 입은 인애의 모습이 기존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으로, 중후반부를 넘어갈수록 이 붉은 색이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저항, 강함의 이미지로 보여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여성의 성 상품화를 최대한 배제했다"고 했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우리가 뉴스 기사를 통해 수없이 접한 설정이라 이질적일 것도 없다. 하지만 은혜는 여러 기사를 통해 산발적으로 접한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관객들은 연이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목격해야만 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주어야만 했는지, 이렇게 많이, 이렇게 자세히 표현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로 인한 찝찝함과 불쾌함은 <언니>를 그저 통쾌하고 시원한 액션 영화로 즐기려는 관객에게는 죄책감을, 주인공에게 이입해 함께 분노한 관객에게는 해소될 길 없는 답답함만을 남긴다. 

그럼에도 <언니>를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그럼에도 '여성'이라는 점에서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쓰인 액션 영화 시나리오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시영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액션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이나 이 영화의 흥행이 앞으로 등장할 여성 액션 영화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1월 1일 개봉.  
 
 영화 <언니> 스틸컷

영화 <언니>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한 줄 평: 이시영 액션의 진가, <언니>에만 담기엔 아깝다.  
별점: ★★ (2/5)

 
영화 <언니> 관련 정보
감독 : 임경택
출연 : 이시영, 박세완, 이준혁, 최진호 외
제작 : 필름에이픽쳐스 
공동제작 : GH엔터테인먼트, 조이앤시네마
제공 : 다담인베스트먼트
공동제공 : Kth, GH엔터테인먼트, 포비스티앤씨, 필름아르떼 
배급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개봉 : 2019년 1월 1일
러닝타임 : 94분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언니 이시영 박세완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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