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이미 낯설게 느껴지는 시점을 넘어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물품 소유가 아닌 공유로 필요를 채우는 혁신의 영역이다. 차량 공유서비스를 기본으로 한 우버(Uber), 숙박 공유플랫폼기업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덩치를 키워 많은 나라에 진출했고, 국내에서도 차량 공유 스타트업 쏘카(Socar), 그린카(Green Car) 등이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Kakaomobility)는 카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조금 다른 맥락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공구, 장난감, 사무공간 등을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 공유경제는 정부의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정책, 혁신성장 기조와 맞물리면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공유경제가 미래, 혁신, 첨단, IT와 같은 수식어와 어울리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면이 있지만, 우리는 오래 전 공유경제의 기반인 '공유'를 흔하게 경험했다. 마을 어딘가에 자리 잡은 우물이나 물레방아가 그렇다. 협력과 자율에 기초하여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관리하며 사용하던 것들이다. 개인이 소유할 때 비용이 많이 들고, 그로 인해 얻는 혜택이 크지 않아 마을 단위에서 소수를 공동으로 운영했다.

이런 방식으로 사용되던 물레방아는 개인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방앗간이 등장하면서 회전을 멈췄다. 지역 공동체 정신의 약화, 물레방아 공동유지·관리의 한계, 방앗간의 편리성과 다양한 서비스 등으로 인해 방앗간은 물레방아를 대체했다. 새로운 기술로 구현된 비즈니스가 주민들의 연대에 기초한 '공유관계'를 해체하고, 수익모델을 완성한 것이다. 그런데도 방앗간의 등장으로 인한 서비스 제공 주체의 변화는 정부가 개입할 만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다. 수익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공유'에서 '전통적 비즈니스' 영역으로의 변화가 갖는 특징이다.

공유경제가 불러온 갈등의 양상

반면, '전통적 비즈니스'에서 '공유경제'로 전환하는 시대에는 갈등이 기본적으로 뒤따른다. 새로운 서비스 제공 주체의 변화에 따라 시장의 자원 배분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할 때 숙박업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우버와 카카오의 승차공유(Ride-Sharing)서비스에 대해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기존 비즈니스 영역에 참여하고 있던 개인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은 수혜자가 된다. 방앗간이 물레방아를 대체하는 흐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

이런 흐름을 이해한다면 카풀에 반기를 들고 집회를 여는 택시업계와 카카오 측의 갈등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마을에 방앗간이 사라져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은 없지만 카풀 등 승차공유가 일반화되면 택시 운전이 생업인 사람들의 생계에 큰 타격을 준다. 그래서 우버 택시가 진출한 영국 런던의 '블랙캡', 미국 뉴욕의 '옐로캡' 등 전 세계 도시의 기존 택시업계는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격렬한 시위, 피해보상 소송을 비롯해 자살하는 택시기사도 늘고 있다. 이런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법으로 승차공유서비스를 규제하기도 하는데 일본도 이 서비스가 금지돼 있다.

갈등을 벗어나기 위한 모두의 노력

정부는 택시업계의 집단적 항의로 인해 갈등을 중재하고, 어떻게든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카카오는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정식 서비스 개시일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도 택시기사 사납금 폐지, 월급제 시행이 포함된 법안을 제출하는 등 갈등 해결방안 모색에 정부와 여당이 고심하고 있다. 신기술 등장으로 인한 이동수단 서비스 생태계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존 비즈니스 참여자들의 생존권을 우선 챙기는 형국이다. 이 기회에 기존 택시업계의 불합리한 관행과 잘못된 서비스체계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택시를 탈 것인지, 공유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안전과 비용, 접근성, 친절한 서비스 등 나름의 기준으로 각자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공유경제라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갈등의 주체들이 대치 국면을 벗어나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의 보험 가입과 콜센터 운영을 의무화했고, 프랑스는 장거리 이동에만 허용했다. 핀란드는 택시 면허를 소지한 사람에게만 기사 자격을 부여하고, 호주는 승차공유서비스 건당 1달러씩 걷어 조성한 적립금을 택시기사를 위해 사용한다.

추운 날 대로변에서 미세먼지를 마시며 무심히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간절히 손짓하는 불편함을 카카오택시와 티맵택시로 해결한다. 소비자는 편익이 큰 서비스를 찾아 금방 움직인다는 사실을 택시업계는 명심해야 한다. 카카오 등 공유서비스 업계는 대세에만 기대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카풀 등 승차공유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운영되기 전에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자인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요건과 운행 범위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태그:#공유경제, #승차공유, #카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