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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세력들의 횡포와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은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각 지역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3호(겨울호)에서 특집으로 마련했다.  <기자말>

전주 코아백화점 폐점을 앞두고 백화점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던 2011년. 수 백 명의 백화점 노동자들이 회사의 방침 하나로 생계를 잃게 되었지만, 사회의 무관심이 심각해서 이들과 함께 천막에서 잠을 자며 농성을 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는 특이한 언론 입문 이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가 택한 언론사는 전북 전주시에 소재한 인터넷 대안언론 <참소리>였다. <참소리> 기자와 편집인까지 맡아 7년여 동안 지역 토호의 감시자 역할을 하며 공정성과 진실성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 온 문주현 기자.

특히 지역의 토호세력과 관련된 전주지역 버스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장기간 파업을 실시할 때, 거의 거들떠보지 않았던 다른 지역 언론사들과는 달리 그는 노동자들과 늘 함께 하며 그들의 입장을 보도했다. 최근 몇 달 전 개인 사정으로 정든 <참소리>를 나와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그에게 대안 언론 기자시절 목격하고 경험했던 전북지역 토호의 실상과 그가 생각하는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방에서는 적폐의 단죄 더 흐려져"
 
문주현 전 참소리 편집인
 문주현 전 참소리 편집인
ⓒ 사람과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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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에서 어떤 행태로 토호세력들이 군림하고 있다고 보는지?
"사회문제와 잠시 거리를 두고 일상을 살다 보면 잘 보이지 않는 권력이 바로 토호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언론과 정치, 행정은 때론 이들의 존재를 감춰가며 나름의 공생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들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은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쳤을 때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전주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파업, 택시 노동자들의 완전 월급제 투쟁, 도심 대규모 건축허가 논쟁 등 시민들의 저항은 토호세력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다. 그렇게 드러난 이들의 끈끈한 유대에 때론 놀라기도 한다. 사업주는 언론사의 사주이기도 하고 정치인들의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재단을 통해 중·고등학교를 운영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익단체를 구성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정책적으로 관철시킨다. 사법기관의 관련 위원회에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며 연초, 연말에는 하례회 등의 행사로 공조의 탄탄함을 확인한다. 이처럼 토호세력은 지방에서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상이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변화를 겪고 있고, 적폐 세력의 단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적폐의 단죄는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흐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 토호세력의 골 깊은 뿌리는 언제부터 형성돼 왔다고 보는지?
"역사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그 뿌리를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뿌리가 깊다는 것은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전북의 시외버스 부당요금 문제를 통해
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버스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로 알려진 전북 시외버스의 부당요금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돼 온 문제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전주~익산 노선과 전주~군산 노선은 20년 이상 실제 운행거리와 행정관청에 신고한 운행거리가 달랐다.

그 결과 1인당 300원에서 많게는 600원을 더 내고 시민들은 버스를 이용했다. 그렇게 부당하게 책정된 요금은 수백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이 문제는 토호세력과 토호자본이 얼마나 쉽게 지역에서 시민들을 부당하게 착취하며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그 역사는 적어도 수 십 년 이상 되지 않았겠느냐."

- 토호세력의 가장 큰 횡포와 폐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3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개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만금은 시민사회와 토호, 토건자본이 사력을 다해 싸웠던 현장이기도 하다.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일관되게 유지된 새만금 기조는 개발이다. 두 번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새만금 개발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2000년 대 초반, 새만금 개발은 심각한 환경재앙이라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 현재 새만금이다.

새만금호 수질은 최악을 향해 가고 있고, 해수유통의 필요성은 새만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표면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권이 교체되고 적폐 청산 등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기에도 국회는 새만금특별법에 대한 수정안을 합의로 통과시켰다. 토호, 토건자본의 이익은 여·야의 정쟁도 비켜가는 것이 한국사회라고 볼 수 있다.

새만금 개발은 그런 상황에서 수많은 어민들의 생계를 빼앗았고, 심각한 환경 변화를 야기했다.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을 것 같아 안타깝다."

"선거제도의 혁신적 개편 이루어져야"

- 전 사회적으로 적폐청산이 진행이 되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 특히 문화·
언론·재벌들의 골 깊은 유착으로 청산작업은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대안이 있다면 말해 달라.

"뿌리 깊은 유착이 가장 빛을 내는 시기는 바로 선거 기간이다. 토호자본과 권력이 청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과 숨은 공조를 하고 있는 정치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북은 단 한 번도 제 1정당의 수평적 교체가 이뤄진적이 없다. 과거 국민의당을 비롯해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지만, 그들도 결국 숨은 공조의 주역들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의회를 보면 더 비참하다. 지방의회의 절대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전국적으로 적폐청산을 외치지만, 전북에서는 무엇이 적폐인지 살피지 않고 있다. 그들 자신이 적폐로 지목받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제도의 혁신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소수 진보정당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가 실현될 수 있는 선거로 바뀌는 것이 토호세력 청산의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3년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쫓겨나 청사 밖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을 당시 모습.
 2013년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쫓겨나 청사 밖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을 당시 모습.
ⓒ 문주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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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사회의 적폐청산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며,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최근 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일간지인 <전북일보> 주식 45%를 부동산개발회사인 자광건설이 매입하면서 대주주가 되었다. 자광건설은 전주 서부신시가지의 옛 대한방직 터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공언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업체다. 과연 이 논란의 개발에 대한 공정한 보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

과거 버스파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버스업체 대표가 사주로 있는 전북의 유력 일간지는 버스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이들을 매도하는 보도를 하거나, 아예 버스파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도 않았다.

시민들이 지역의 이슈와 논란을 가장 밀접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언론이다. 그런 언론이 적폐의 대상을 흐리고 때로는 호도하는 보도를 한다면 그 피해는 바로 시민들에게 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이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드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지역에서 줄곧 인터넷 대안언론 활동을 해왔는데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일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전주 코아백화점 폐점을 앞두고 백화점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던 2011년부터 대안언론 활동을 하게 되었다. 수 백 명의 노동자들이 회사의 방침 하나로 생계를 잃게 되었지만, 사회의 무관심은 심각했다. 거리에서 투쟁을 하면 불법이라며 이들을 더욱 구석으로 몰았다.

그 시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께 천막에서 잠을 자며 농성을 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대안언론을 고민하게 되었다."

-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들이 지역 현안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며, 지역의 토호세력들과 결탁되었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는지?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들도 정치권력과 수도권 중심의 자본에 대한 문제에는 큰 관심을 갖지만 토호자본, 토호세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들은 대부분이 지방까지 기자를 배치하지 않는다.

고작 1명이 전라북도 전체를 커버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을까? 토호세력에 대한 기사는 보다 더 철저한 검증과 취재를 요구한다. 이를 1명이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오랫동안 지역의 대안언론 활동을 해오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어려움이 있었다면 소수라는 점이다. 취재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들었던 생각은 '많은 시민들이 여전히 제대로 된 언론 하나를 바라고 있구나' 라는 점이다. 전북에서 10개 이상의 일간지와 4개 이상의 방송사 등 상당히 많은 언론들이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대변할 언론을 원하고 있다.

소수로는 결코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 수 없고, 토호세력들의 횡포를 제어할 수 없다. 더욱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언론의 공정함은 힘의 균형이 기울어졌을 때 약한 쪽에 더 많은 시선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언론은 약자에 대한 시선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민들이 언론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관심도 가져야겠지만, 대안언론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 주면 좋겠다."

[인터뷰①]"새마을운동·바르게살기·자유총연맹 등 3대 관변단체, 대통령도 손 못대"
[인터뷰②] "<조선일보> 절독운동이 토호세력 뿌리 뽑는 일"
[인터뷰③] "지역토호들 자본과 권력, 그리고 언론까지 쥐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계간지 <사람과 언론> 발행인 겸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사람과 언론> 겨울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토호, #문주현, #사람과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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