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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유가족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고 김용균씨 어머니 ‘태안화력발전소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 청년추모행동의 날 - 너는 나다’가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고인의 어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세월호참사 유가족 '영석 엄마' 권미화씨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영석 엄마' 권미화씨가 '용균 엄마' 김미숙씨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다. ⓒ 권우성

노란색 패딩을 입은 세월호 희생자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발언대 한편에 섰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며 영석 엄마 권미화씨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이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토닥이며 한참을 그렇게 안았다. 이들의 얼굴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촛불추모제, 청년 추모의 날'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일이다.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11일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여 사망한 김용균씨를 추모하기 위해 국화꽃 한 송이씩 들고 자리를 지켰다.
 
용균씨 엄마, 용균씨 동료를 위로하다
 
청년들과 슬픔 나누는 고 김용균씨 어머니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청년들에게 다가가 위로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눈물을 흘리는 한 청년에게 다가가 슬픔을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이날 행사에선 김씨가 몸담았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의 동료 어성훈씨가 나와 첫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등장만으로도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서럽게 울었다. 
 
어씨는 힘겹게 입을 뗐다. 그는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던 용균이를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면서 "잔인한 서부발전은 늑장 사과와 컨베이어 벨트 재가동, 사상자 축소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누구보다 성실했던 용균이를 이렇게 떠나보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맡은 임무를 다하던 성실한 용균이의 눈빛이 동료들에게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참담하다"고 했다.
 
어씨가 말을 마치자 김미숙씨는 가만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어씨를 껴안으며 어머니는 "아이고 예뻐라, 아이고 예뻐라"라는 말을 반복했다.  죽은 아들의 동료에게 "너라도 살라"는 말을 건넸다. 어씨는 끝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얀 국화꽃 든 청년들의 걸음 이어져...
 
고 김용균 추모문화제 참석한 직장 동료들 ‘태안화력발전소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 청년추모행동의 날 - 너는 나다’가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과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이 촛불과 흰국화를 들고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서른셋 청년이자 '청년전태일'의 대표인 김재근씨도 발언대에 올라 김용균씨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는 "제가 용균이 형이었다면 이 순간 어머니와 아버지 걱정이 계속 될 것 같다"면서 "잘못된 죽음 알리기 위해 전국 돌아다니며 사람들 만나고 카메라 앞에 서고 있는 부모님이 가장 걱정"이라고 울먹였다.
 
김씨는 이어 "용균이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고 우리 동료들이 보였다"며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한 사회가 용균이를 죽였다"고 덧붙였다. 김미숙씨는 다시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나 김재근씨를 끌어안았다. 어머니도 김재근씨도, 이를 지켜보는 300여명의 추모객도 모두 오열했다.
 
용균씨 어머니 "가족들은 조사에서 배제됐다"
 
아들의 생전 영상을 보며 어머니 김미숙씨가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마이크를 잡은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정규직과 만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잠시 후 김미숙씨가 힘겹게 시민들 앞에 섰다. 그는 휴대폰에 미리 준비해온 글을 읽어나갔다.

"애 아빠가 병으로 쓰려져 일 못한 지 칠년이 지났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나는 아주 평범한 아줌마였고,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없었다. 세월호 사건이나 제주도 (특성화고) 19살 실습생 이민호군의 죽음, 구의역 참사 같은 일을 접할 때마다 자식 가진 부모로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아플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직접 겪고 나니 뼈가 녹는 그분들의 고통을 같이 느낀다."
 
이어 "컨베이어 벨트는 정말 세고 빨라서 조금만 부주의해도, 옷깃이라도 끼면 바로 죽는 조건이었다"면서 "그런 곳에서 아들이 무서웠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또 "이틀 전 특별감독 위원회가 회사로 가서 조사 실시했는데 결국은 유가족은 들어가지도 못했다"면서 "대통령께서 우리 가족과 동참해서 조사를 하라고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아들이 있는 태안에서 대통령님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점점 더 확산되는 추모의 열기
 
청와대 향하는 고 김용균 추모 촛불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 청년추모행동의 날 - 너는 나다’에 참석했던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고 김용군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세월호참사로 아들 오영석군을 잃은 권미화씨와 함께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김용균씨는 생전에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은 똑같이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달라고 요구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에 남은 김미숙씨는 한쪽에 마련된 분향소에 들어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미안해 용균아"라고 하면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너의 원한 꼭 풀어줄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힘을 줘,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으니 엄마도 더 힘낼게"라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는 오는 21일에는 서울 을지로 고용노동청과 명동, 종로,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12월 22일 오후 7시에는 고 김용균씨의 죽음을 기억하는 '제4차 촛불 추모제'도 진행한다.
태그:#김용균, #문재인, #태안화력,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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