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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 선배를 만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선배는 현재 서울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과외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최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느 학부모로부터 학생부종합전형 때 활용할 소논문을 대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수고비용으로 200~300만원을 챙겨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이었지만 편법을 통한 부정입학을 도와가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아서 거절했다고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실제 사례를 들으니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현재 대입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학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이나 내신 시험만 잘 보는 학생이 아니라 전공 학문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2018학년도 수시모집 현황을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이 43.3%로 가장 많았고 논술 전형이 14.5%로 뒤를 이었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2019학년도 대입전형별 모집 비중을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이 58%나 된다. 심지어 서울대학교는 수시모집 정원의 100%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선발한다. 많은 학생들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만큼 다른 전형들에 비해 더욱 공정성과 변별력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그럼 학생부종합전형은 공정성과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형일까?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는 달리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비교과 영역도 비중 있게 평가하기 때문에 소논문이나 대회 수상 경력이 입시에서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소논문이나 대회에 출품할 작품이 학생이 아닌 전문가의 손에서 나온다면 공정한 입시가 될 수 없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두고 '금수저 전형'이라며 비판적으로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학생부종합전형은 공정성과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입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와 변별력 확보가 가능한 대입 전형이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올해 활동했던 '대입제도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을 보면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를 가장 많이 지지한 이유는 등급과 표준점수에 의한 공정한 평가와 변별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물론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늘리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있다. 일각에선 혁신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대입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긴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을뿐더러 대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학 입시에 당장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공정한 평가와 경쟁이 가능한 수능 중심의 정시를 늘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단순히 시험 성적만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공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자는 취지에서 입학사정관제도가 시작되었고 현재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정착되었다. 이 대입전형을 만든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며 필요성 또한 부정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된 것만은 분명하다. 당장 학생부종합전형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공정한 평가와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

태그:#학생부종합전형, #수능,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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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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