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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강릉 펜션 사고 관련 상황점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강릉 펜션 사고 관련 상황점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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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른과 사회가 챙겨야 할 청소년들인데, 우리 학교가 아이들을 방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것입니다. 교육부는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를 전수 점검할 것입니다."

19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강릉 펜션사고 상황 점검 회의에서 한 말이다. '학교가 학생을 방치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체험학습이 아니라 '숙박업소 안전관리 미흡' 문제"

이 발언 뒤 교육부는 곧바로 전국 고교를 대상으로 개인체험학습에 대해 (펜션, 리조트, 콘도 등) 숙소 유형, 보호자 동행 여부, 보호자 유선 확인 여부, 허가 인원 등을 적어내라는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를 밝혀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미비한 체험학습 법규와 수능 이후 교육 공백기를 '방치'한 곳은 교육부 등 교육당국이란 얘기가 나온다. 
 
장관의 '학교 방치' 발언 뒤 전수조사에 나선 교육부가 학교에 보낸 문서.
 장관의 "학교 방치" 발언 뒤 전수조사에 나선 교육부가 학교에 보낸 문서.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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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8조는 "학교의 장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교외체험학습(개인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으며 학교의 장은 교외체험학습을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별로 만드는 학칙에 따라 학생의 교외체험학습을 허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보호자의 동행 여부에 대해 교육부가 전국 통일기준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의 학교생활컨설턴트도 네이버 등 포털에 올려놓은 교육부 명의 답변에서 "시행령에서는 '학교장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허가 한다'고만 나와 있으며 보호자 동행의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줄곧 밝혔다. 법령과 교육부 답변으로 봐도 보호자 동행 없는 개인체험학습 허가가 '학생 방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를 겪은 대성고의 학칙은 어떨까? 이 학교 학칙은 제28조에서 "학생이 개별적으로 실시하는 체험학습의 경우는 학생의 희망을 받아 학교장이 허가하는 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부모 동행에 대해서는 시행령과 마찬가지로 강제하고 있지 않다.  
서울 대성고 학칙.
 서울 대성고 학칙.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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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유 장관이 '학교의 방치' 등등으로 학교를 싸잡아 비판한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는 이날 "교육부장관이 '학생 방치'라는 힐난과 '체험학습 상황을 전수 조사하겠다'는 말은 도무지 참기가 어렵다"면서 "교육부장관이라면 체험학습을 문제 삼기보다 숙박업소 안전실태를 전수 조사하라고 타 부처에 촉구하는 일부터 먼저 하라"고 요구했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 사건은 안타깝지만 '체험학습'의 문제가 아니라 '숙박업소 안전관리 미흡' 문제"라면서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부여하라고 권장할 때는 언제고 막상 사고가 나니 '학생 방치'를 주장하느냐. 유 장관은 나서야 할 곳과 나서지 말아야 할 곳을 분간 못 하냐"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이번 사안과 관련해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대성고의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에 대해 심리 상담 등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체험학습 문제점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대책은 교육부와 상의하여 만들겠다"고도 했다. '학생 방치'라는 표현을 쓴 유 장관과 온도차를 나타낸 것이다.

고교 학생부장 "교육부 보여주기 쇼 한다"

경기지역 한 고교 학생부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체험학습을 법규에 따라 진행한 것을 놓고 장관이 '학생 방치'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체험학습에 대해 잘 모르고 한 소리 같다"라면서 "사고 하루 뒤 교육부가 사고 해결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체험학습 방법 등에 대해 전국 고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야말로 보여주기식 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당수 고교 교사들은 페이스북 등에서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만 대입에 반영되고, 수능을 너무 일찍 치러 교육 공백기가 생기는 상황을 계속 '방치'해 온 것은 바로 교육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태그:#학생 펜션 사고, #교외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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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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