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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박물관 특별전에서 만나는 나주 죽림사 괘불탱과 윤두서 자화상. 죽림사 괘불은 보물 제1279호, 윤두서 자화상은 국보 제240호로 지정돼 있다.
 나주박물관 특별전에서 만나는 나주 죽림사 괘불탱과 윤두서 자화상. 죽림사 괘불은 보물 제1279호, 윤두서 자화상은 국보 제240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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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을 보면 크고 작은 전시관과 미술관, 박물관이 많다.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기 십상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다르다. 여기에는 옛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고, 문화가 들어있고, 역사가 묻어있다.

국립 나주박물관으로 간다. 박물관을 생각하면, 오래 벤 스틸러 주연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떠오른다. 어둠이 내린 박물관에서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였다. 큐피트는 현란한 래퍼로 변신하고, 로뎅의 조각상이 몸매를 자랑하며 깜짝 놀랄 밤의 세계를 연출했다.

나주박물관이 그런 곳이다. 살아있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면서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국립 나주박물관의 ‘풍요의 땅 전라-천년의 시간을 걷다’ 특별전. 전시에는 국보 4건과 보물 23건 등 모두 100여 건의 문화재를 펼쳐놓고 있다..
 국립 나주박물관의 ‘풍요의 땅 전라-천년의 시간을 걷다’ 특별전. 전시에는 국보 4건과 보물 23건 등 모두 100여 건의 문화재를 펼쳐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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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금동신발. 고창 봉덕리에서 발굴된 것으로 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금동신발. 고창 봉덕리에서 발굴된 것으로 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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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전라도 정도 1000년이 되는 해다. 1018년(고려 현종 9년)에 '전라도'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했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강남도'와 나주·광주를 중심으로 한 '해양도'를 합치고,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서 '전라도'라 이름 붙였다.

경상도가 그로부터 296년 뒤인 1314년, 충청도는 그보다도 42년 뒤인 1356년에 생겨났다. 강원도는 1395년, 평안도는 1413년, 경기도가 1414년에 등장했다. 전라도가 맏형이다.

전라남·북도와 광주광역시가 올해 여러 기념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연유였다. 기념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시가 나주박물관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라도 문화의 진면목을 담고 있는 문화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다.
  
한국식 동검과 동검을 만드는 틀.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식 동검과 동검을 만드는 틀.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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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신촌리고분에서 출토된 금동관. 국보 제295호로 지정돼 있다.
 나주 신촌리고분에서 출토된 금동관. 국보 제295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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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풍요의 땅 전라-천년의 시간을 걷다'를 주제로 국보 4건과 보물 23건 등 모두 100여 건의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국보 제143호로 지정돼 있는 화순 대곡리 청동기 유물과 국보 제240호인 윤두서의 자화상도 포함됐다.

특별전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문화재를 불교와 유교, 예술 등 5개 분야로 나눠 조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전라도의 선사·고대문화'를 주제로 영산강 유역의 문화재를 소개하고 있다.

화순 대곡리에서 출토된 청동기 유물 외에도 영암에서 출토된 동검(국보 제143호)과 동검을 만드는 틀(국보 제231호)을 볼 수 있다. 나주 신촌리 9호분에서 나온 금동관(국보 제295호)과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금동신발도 만난다. 영산강 유역의 품격 높은 고대문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문화재들이다.
  
구례 화엄사의 석경. 돌에 새긴 경문으로 보물 제1040호로 지정돼 있다.
 구례 화엄사의 석경. 돌에 새긴 경문으로 보물 제1040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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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이 주고받은 서신. 두 사람은 신분과 지역을 뛰어넘어 사상논쟁을 벌였다.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이 주고받은 서신. 두 사람은 신분과 지역을 뛰어넘어 사상논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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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불교문화'를 소재로 한 코너에선 보물 제1279호로 지정된, 1622년에 만들어져 현존하는 괘불 가운데 가장 오래된 나주 죽림사 괘불을 전시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불경을 보관하던 불경함의 표지인 순천 송광사의 경패(보물 제175호)와 불교의식 때 흔들어 소리를 내는 요령(보물 제176호), 돌에 새긴 경문인 구례 화엄사의 석경(보물 제1040호)도 볼 수 있다.

'고려문화의 정수, 청자'를 주제로 한 코너에선 강진과 부안에서 제작된 상감청자, 상형청자 그리고 분청사기를 만난다. '전라도의 유교문화'를 주제로 한 코너에선 금남 최부,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같은 학자들의 문집과 서간문을 엿본다. 송강 정철의 가사, 고산 윤선도의 시조 등 우리 국문학사의 주옥같은 작품도 만난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예향 남도의 상징-전통회화' 코너에서 만난다. 윤두서 집안에서 내려오는 윤씨가보와 화첩(보물 제481호)도 전시됐다. 남종화를 꽃피운 소치 허련의 그림도 감상한다. 급제생들의 자축 모임이었던 희경루방회(喜慶樓榜會), 옛 광주읍성의 누각에서 하던 모임 등 계모임 그림(契會圖)도 보기 드문 문화재다.

전시는 새해 2월 24일까지 계속된다. 오전 10시부터 감상할 수 있다. 주말과 휴일엔 오후 7시, 평일엔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박물관 입장료나 관람료는 따로 없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나주 반남고분군. 국립박물관을 나주로 끌어들인 귀한 유물이다.
 나주 반남고분군. 국립박물관을 나주로 끌어들인 귀한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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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나주박물관 상설전시실. 크고 작은 옹관들이 전시돼 있다.
 국립나주박물관 상설전시실. 크고 작은 옹관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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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박물관 상설전시관도 알차게 꾸며져 있다. 영산강유역의 선사와 역사시대 문화를 전시하고 있다. 신촌리와 대안리, 덕산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독널(옹관)을 비롯 돌화살촉, 간돌검, 주먹도끼, 청동병, 청자대접 등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의 옥상, 하늘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신촌리와 대안리 고분군도 멋스럽다. 멀리 월출산과 무등산도 보인다.

나주박물관에서 멀지 않는 다시면의 복암리 고분전시관에 들러도 좋다. 복암리 고분군은 아파트형 고분으로 불린다. 하나의 봉분에서 매장 시기가 각기 다른 무덤 41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매장 시기도 3세기부터 7세기까지 400년에 걸쳐 층층이 쌓은 봉분이다.
  
나주 복암리 고분전시관.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무덤이 발굴된 복암리고분을 재현해 놓고 있다.
 나주 복암리 고분전시관.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무덤이 발굴된 복암리고분을 재현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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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태그:#나주박물관, #천년의 시간, #전라도, #금동관, #윤두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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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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