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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9일 사망한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해 놓았다.
 양산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9일 사망한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해 놓았다.
ⓒ 양산시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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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50대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시신을 필리핀으로 인도하기 위한 모금운동이 진행되고, 여성·인권단체들은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산경찰서와 양산시 등에 의하면, 지난 12월 9일 저녁 양산시내 한 주택에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ㄱ(38)씨가 남편인 ㄴ(59)씨에 의해 살해당했다.

ㄴ씨는 자해를 하다 스스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다음 날 아침 경찰에 발견되었다. ㄴ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7년 전 결혼해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은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집에서만 지내고, 피해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직장에 다녔다.

여성인권단체들은 "현지에 있는 피해자 언니와의 통화에서 가해자는 피해자가 화장을 하거나 외출 하는 것을 통제했고 자신만을 바라봐주기를 바라며 친구를 만나는 것도 싫어하여 주변사람들과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며 "피해자가 생계를 위하여 직장에 나가게 되면서 부부갈등이 심화되었고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입원 중에 ㄴ씨의 건강이 회복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진 뒤, 여성인권단체들이 나섰다. 양산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1일부터 추모공간을 설치해 이번 주말까지 운영한다.

고인의 시신은 유가족이 있는 필리핀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필리핀공동체'를 비롯한 단체들은 피해자의 유해를 고국으로 보내기 위한 비용 마련에 나섰다. 양산시와 양산경찰서도 비용 마련을 위해 나서고 있다.

여성인권단체들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산지역 이주여성 사망 사건 대응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양산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은 경제적으로 체류권 문제, 언어적인 문제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한 부부관계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결혼이주여성이 또 다른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주여성 사회권과 체류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려는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가정폭력시설협의회, 경남여성복지상담시설협의회, 경남미투운동본부,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20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들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죽음은 결코 우발적이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니다. 혼인 관계 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가정폭력은 결국 상습적이고 계획된 범행의 결과물이다"며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이주여성 살해를 규탄하며 정확한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양산경찰서는 울산지검 여성강력범죄전담부, 양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11개 지역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다문화 가정 피해자 지원 방안을 위한 통합 사례회의를 열기도 했다.

김동욱 양산경찰서장은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 그들의 인권이 한층 더 보장되길 바란다"며 "좀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태그:#필리핀, #결혼이주여성, #양산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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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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