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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대규모점포로 불릴 정도로 덩치가 커진 중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에도 적용을 받지 않는 터라,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는 영업력과 자본력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마지막 남은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신규 출점 규제로 숨통이 트였던 골목슈퍼로선 또 다른 복병을 만남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네 영세유통상인들 사이에선 "중형마트의 무분별한 입점을 규제하자"라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의 대응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구 북구 태전동의 탑마트 출점 과정에서 보여준 북구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탑마트 본사인 서원유통은 내년 상반기 개점을 목표로 서두르고 있다.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도 이미 제출된 상태다. 앞으로 걸림돌이 생기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는 지역의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날선 대결구도로까지 이어졌다. 골목상권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지연 북구의원이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서의 중형마트 개점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구광역시 북구 유통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자, 자유한국당 전원이 반대표로 부결시켰던 것이다. .

"전통상업보존구역선 500m² 미만도 동의서 받아라"

한국당의 반대 이유는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저촉된다는 것.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상권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취지로 매장 면적까지 조례에 명시하면서, 중형마트의 전통상권 침탈을 사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광주광역시 남구와 북구는 관련 조례에 <전통상업보존구역내에서는 500제곱미터 이상의 대규모점포 등을 개설할 수 없으며 대형유통기업의 500제곱미터 미만의 점포는 별지 서식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여기서 별지 서식은 지역 상인단체의 동의서를 말한다. 이처럼, 이들 지역은 유통산업발전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잣대로 대형유통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차단시켰던 것이다.

광주시 북구청의 한 관계자도 18일 통화에서 "북구는 대형유통재벌에겐 강성으로 통하는 지역"이라고 전제하고, "상위법의 저촉에도 불구하고 관련 조례를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은, 전통시장이 골목상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 때문"이라며 "이런 인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서의 중형마트 입점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지연 의원도 바로 이런 내용을 개정안에 담은 것인데, 한국당의 어깃장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김 의원은 지역상권 보호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내년 초에 다시 관련 조례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김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정부가 무분별하게 난립된 편의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제한 카드까지 다시 끄집어내려 하는 마당에, 한국당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켜내자는 조례 개정마저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북구청 "절차상 문제없으면 허가...김지연 의원 개정안은 상위법 위반"

북구청도 관련 조례에 따라 탑마트 입점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만 잘 만들어오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존폐는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이다. 탑마트가 들어설 지역에는 현재 6개의 크고 작은 중형마트가 영업을 하고 있는데, 탑마트 마저 고객 유치 복마전에 뛰어든다면, 그 중심에 위치한 태전 중앙시장의 설자리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북구청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서원유통이 관련 조례에 준해 점포개설에 필요한 절차를 잘 따르고 있다"며 "지역 상인들과 상생만 잘 한다면, 북구청 입장에서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북구청은 지난 18일 <'북구 유통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발의안 상위법 위반 소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김지연 의원의 개정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북구청은 이번 개정안이 유통의 상생발전 및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개정 조례안 제14조제4항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원천적으로 입점을 제한하는 것과 500㎡ 미만의 준대규모점포 개설시 해당전통시장상인회, 市전통시장상인연합회, 市수퍼마켓협동조합의 사업개시동의서를 추가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헌법과 지방자치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광식 북구청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지연 의원이 어려운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이번 조례 개정안을 만든 것에는 동의하지만, 상위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례 개정안 발의가 필요하기에, 앞으로 신중한 논의가 더 필요한 사항"이라고도 언급했다.

한편, 이번 보도자료는 이번 조례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북구청장의 입장을 묻는 한국당 구창교 의원의 질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 "유통·상생법 입법 취지는 영세상인 보호"

이 같은 보도자료 내용이 알려지자,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대형유통재벌들에게 철저히 짓밟힌 영세상인들이 이번엔 중형마트 때문에 죽을 판이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한국당과 북구청은 이를 외면하려 한다"며 "유통산업발전법과 조례가 잘만 운영됐다면, 지금처럼 이렇게나 빨리 골목상권이 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러면서도 상위법 저촉을 운운하는 걸 보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전제하고, "유통법과 상생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유통의 상생발전 및 지역상권의 활성화'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것"이라며 "24시간 영업금지 및 의무휴일제도 그 일환으로 생겨난 것이며, 앞으로 이와 같은 노력들을 더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중형마트, #유통법, #상생법, #대구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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