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The Weeknd)의 첫 내한 공연

위켄드(The Weeknd)의 첫 내한 공연 ⓒ 현대카드


지난 15일 위켄드(The Weeknd)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은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위켄드는 미겔, 프랭크 오션과 함께 '피비 알앤비(PB R&B)'의 흐름을 이끈 캐나다 출신 뮤지션이다. 피비 알앤비란 R&B와 힙합, 록, 일렉트로니카, 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R&B와 결합한 장르로서, 몽환적이고 미니멀한 사운드가 특징적이다.
 
한 장르를 정의할 만큼의 음악적 영향력은 물론, 위켄드는 2010년대 가장 성공한 남자 가수 중 한 명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부유한 뮤지션 리스트에 올랐고,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세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빌보드 1위 곡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는 레이디 가가, 라디오헤드와 함께 나란히 헤드라이너를 맡기도 했다.
 
이 시대의 알앤비 슈퍼스타, 목소리로 증명했다

 
하얀 입김을 내뿜을 만큼 추운 날씨였지만, 공연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는 많은 관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이 반짝이더니 드라이 아이스 연기 사이로 위켄드가 등장했다. 그는 영화 <블랙팬서>의 OST 'Pray For Me'를 부르며 무대 위로 올랐다. 비트가 시작되자마자 호응을 유도했다.

이날 위켄드가 들려준 라이브 솜씨는 최상급이었다. 위켄드는 가늘고 유약한, 팔세토의 소리로 유명한 가수다. 그런데 고유의 목소리는 물론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올 만큼 엄청난 성량까지 갖추고 있어 놀라웠다. 빠른 템포의 노래를 연이어 부르면서도 호흡은 처지지 않았다.

그는 멘트를 최소화 하고, 24곡을 완벽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Starboy', 'Party Monster', 'Can't Feel My Face' 같은 곡들을 부를 때에는 공연장을 거대한 파티장으로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In The Night'에서는 경쾌함, 'Call Out My Name'의 절절한 감정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퓨처(Future)의 'Low Life', 드레이크(Drake)의 'Crew Love' 등 자신이 피처링한 곡들은 물론, 믹스 테이프에 실린 'Wicked Games' 등, 다양한 곡들을 불렀다.
 
 위켄드의 첫 내한 공연

위켄드의 첫 내한 공연 ⓒ 현대카드


단순히 히트곡을 연달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유기성을 갖춘 세트리스트를 구성한 것 역시 이 공연의 장점이었다. 공연의 포문을 연 'Pray For Me'와 'Starboy'부터 인상적이었다. 두 곡은 비슷한 드럼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Starboy'의 연주가 흘러 나오자마자 수많은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공연 중반, 'Secrets'와 'Can't Feel My Face' 두 곡 역시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모두 펑키한 리듬의 노래라서 연결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쾌감은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한 무대 장치 역시 이번 공연의 미덕이다. 이 날 공연에서는, 500대의 스트로브 조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곡의 템포에 맞춰 점멸했다. 이번 공연을 더욱 멋진 '쇼'로 만들어준 공신이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위켄드가 'Sidewalks'의 첫 소절을 관객들에게 맡겼을 때, 대부분이 따라 부르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분명히 뜨거웠다. 믹스테이프 수록곡 'The Morning Son'을 부를 때에는, 수만 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흔드는 장관이 펼쳐졌다. (위켄드는 공연을 마치고 이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The Hills'였다. 위켄드는 곡의 절정 부분에서 '코리아'를 길게 내지르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격정적인 분위기의 노래가 끝난 후, 위켄드는 관객들에게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무대를 떠났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꽉 찬 공연이었다. 그가 무대를 떠난 이후로도, 그의 목소리가 남긴 여운이 귀를 떠나지 않았다.

위켄드는 자전적인 노래 'Sidewalks'(2016)에서 '거리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이날 공연에서도 'Sidewalks'를 들을 수 있었는데, '위켄드를 만든 것은 자신의 목소리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과연, 누가 이 '스타보이'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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