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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 700만의 재외동포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면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뎌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챙겨보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곳곳에는 국내외 이슈로 활동하는 개인 활동가, 활동 단체들이 있습니다. 활동 성격과 방향은 다양합니다. 같은 주제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곳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전세계의 한인 활동가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 기자 말

[기사 수정 : 19일 오후 5시 27분]

영국 런던은 미국의 뉴욕, 중국의 상하이, 그리고 일본의 도쿄와 더불어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입니다. 런던에는 우리 사회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Andrew Jensen(아래 앤드류), Debbie Kim(아래 대비 김) 활동가 부부가 있습니다. 지난 18일, 이 부부를 전화 인터뷰했습니다.

대비 김 활동가는 2010년 12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 농성을 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소식을 영국 현지 뉴스를 통해 접합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010년 12월 28일부터 정리해고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나흘간 농성을 벌였고, 2011년 1월 6일부터는 김진숙 금속노총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내의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대비 김 활동가는 평소 한국의 노동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영국 현지 뉴스가 이 소식을 자세히 전하자,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당시 대비 김 활동가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같이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과격하고 냉정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일상 글을 보니 따뜻하고 순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사람이 저렇게 싸울 수밖에 없었을까, 한 사람을 저런 상황까지 내몰 수 있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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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김 활동가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글을 보았습니다. 제주도의 작은 마을에 해군 기지가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배우자인 앤드류 역시, 한국의 아름다운 섬인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활동가는 영국에서 '강정의 친구들'이라는 온라인 활동 그룹에 참여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을 시작합니다.

영어와 우리말을 번역하여 강정의 소식을 알렸고, 런던에서 반대 시위도 가졌습니다. 이후 이 부부 활동가는 더 활발히 국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합니다.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의 여러 실정들을 지적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붙이기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피켓 시위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두 활동가는 분노와 아픔을 느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한인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낸 소식을 들었고, 두 활동가는 '이곳 런던에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Remembering Sewol UK'라는 단체를 만들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고, 이 집회는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에 참여하고 하고 있는 앤드류 활동가
 영국 런던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에 참여하고 하고 있는 앤드류 활동가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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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많은 시민들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졸속 합의'라며 분노했습니다. 이 합의 직후 정의기억연대(정대협)에서는 합의 내용에 반발하는 영문 성명서를 발표했고, 성명서에는 '전세계적 행동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두 활동가는 이 요청에 바로 응답하기 위해 기존 런던의 일본군 '위안부' 지원 활동 단체나 개인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런던에서 관련 활동을 하던 단체나 개인은 없었고, 두 활동가는 직접 활동에 나섭니다.

두 활동가가 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규탄 집회에 여러 사람들이 동참했고, 그들과 함께 2016년 1월 Justice for 'Comfort Women' UK라는 단체를 만들어 시위를 하고 기획 전시회를 열거나 관련 영상 상영회, 세미나 개최 등의 활동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며 돕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집회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집회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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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 문제를 통해 활동을 시작한 대비 김 활동가는 최근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보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사회적 참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안전 사회 건설에 대한 고민과 행동을 해왔는데도 사람의 목숨이 여전히 돈과 비교되는 현실에 절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비 김 활동가는 우리의 활동이 '망각과 싸우는 활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늘 똑같은 원인이 지적되는데 현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비 김 활동가는 망각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기억'해야 하고, 이 '기억'은 '공감'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공감으로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앤드류 활동가는 오랜 시간 한국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다 보니 이제 한국의 사회 문제를 '나의 문제'로 여긴다고 했습니다. 평소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던 앤드류 활동가는 사랑하는 아내와 주변 한국 지인들의 소개, 그리고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현재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사회 문제 개선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의 문제를 접하다 보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우리 사회 발전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비 김 활동가가 강조한 공감을 통한 망각과의 싸움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그녀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앤드류 활동가입니다.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은 '공감'은 많은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냈고, 이 동참은 더 큰 공감이 되어 망각과 싸우는 훌륭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영국 런던의 아름다운 파트너가 보여준 '망각을 이기는 공감'이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태그:#대비김, #앤드류, #S.P.RING세계시민연대,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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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 인도네시아 도시 지리, 이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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