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맛의 깊이가 남달랐던 소머리국밥 기본 상차림이다.
 맛의 깊이가 남달랐던 소머리국밥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사람들은 방송에 소개된 맛집에만 유독 관심을 보인다. 또한 그곳으로 부나방처럼 모여든다. 방송 맛집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방송에 소개되지 않았어도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업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우리 동네 숨은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소머리국밥 전문점이다. 여수의 한 시골마을 초입에서 10여 년을 묵묵히 버텨오고 있다. 점심 한 끼니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소머리국밥과 소내장으로 끓여낸 양국밥이 있다.
 
평생 먹어도 안 질릴 거 같은 맑고 깊은 맛의 소머리국밥이다.
 평생 먹어도 안 질릴 거 같은 맑고 깊은 맛의 소머리국밥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집의 소머리국밥은 간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삼삼하게 나온다.
 이집의 소머리국밥은 간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삼삼하게 나온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소머리국밥 하나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맛이다. 맛의 깊이가 남다르다.  빛바랜 대나무 사립문 사이로 들어서면 소박한 식당이 나온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이름난 맛집은 아니지만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알려져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소머리국밥은 기자가 별로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그런데 이 집의 소머리국밥을 맛보고 난 후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평생 먹어도 안 질릴 거 같은, 맑고 깊은 맛에 매료되고 말았다. 인생소머리국밥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다.

"간이 안 되어 있습니다. 소금 간을 해서 드세요."

이 집 소머리국밥은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삼삼하게 나온다. 다진 양념이 있으나 그냥 소금 간만 해서 먹는 게 좋다. 그래야 소머리국밥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한데 버무려낸 김치깍두기 반찬이 맛깔스럽다.
 
소머리국밥 대표가 설설 끓는 가마솥에서 소뼈를 건져내고 있다.
 소머리국밥 대표가 설설 끓는 가마솥에서 소뼈를 건져내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설설 끓는 가마솥에서 소뼈를 건져내고 있는 이곳 이철의(60) 대표를 가게에서 잠시 만나봤다. 사진을 멋지게 찍어달라며 유쾌한 미소를 짓는다. 음식 준비는 물론 손님상에 서빙까지 도맡아하느라 몸이 고단할 텐데도 그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했다. 여수는 고교 재학 시절 통일호를 타고 여행을 왔던 게 인연이 되었다. 당시 여수에 대한 좋은 추억 때문에 여수를 또 다른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다.

"서울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했어요. 이곳 가게는 11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서울 신촌에서 저희 부모님이 유명한 설렁탕집을 했습니다. 음식은 아버님에게 배웠어요."
 
텃밭과 어우러진 예배당의 멋진 풍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텃밭과 어우러진 예배당의 멋진 풍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식후에 죽림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다. 한낮인데도 마을회관에 다다를 때까지 인적이 없다. 낯선 이의 방문에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고즈넉한 시골마을이다. 마을회관 오른편 텃밭 언저리에는 예배당이 있다. 텃밭과 어우러진 예배당의 멋진 풍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수는 관광 도시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음식 값에 여행자들은 혀를 내두른다. 여수의 대표 음식인 게장백반 1인분의 가격은 12000원이다. 8년 전 6000원이었던 것에 비해 두 배나 올랐다. 게장백반에 사용하는 게는 꽃게가 아닌 돌게(박하지)다. 서민들의 대표음식인 돼지국밥 가격도 일부 업소는 최근 8000원까지 치솟았다.

이 집 소머리국밥은 가격은 한 그릇에 7000원이다. 이곳 주인장이 음식에 쏟는 열정에 비한다면 착한 가격이다. 객관적인 가격도 합리적이다. 음식 값이 싸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오래도록 고객들이 찾아주는 식당이 되려면 이렇듯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또한 자신만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
 
소머리국밥집 메뉴다.
 소머리국밥집 메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빛바랜 대나무 사립문 사이로 들어서면 소박한 식당이 나온다.
 빛바랜 대나무 사립문 사이로 들어서면 소박한 식당이 나온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립니다.


태그:#소머리국밥, #여수 죽림소머리국밥, #인생맛집, #맛돌이, #미식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