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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동장군이 자신의 기세를 조금씩 올리고 있는 중이다. 여기저기 겨울 냄새가 묻어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바닷길을 따라 구룡포로 올라가 잘 마른 과메기부터 사 와서 쟁여둔다.

그리고 사천 서포에 가서 싱싱한 굴을 사다 먹는다. 지주식으로 키우는 서포 굴은 바닷물이 빠지면 햇볕을 받으며 활동을 하기에 몸집은 좀 작지만 차지고 쫄깃하며 향이 짙어 자연산에 가깝다.

그런 다음 축제가 가까워 오면 거제 외포항에 간다. 동쪽으로는 대금산, 서쪽으로는 망월산으로 둘러싸인 외포항은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제일의 대구 집산지이다. 이맘때가 되면 작은 항구는 대구로 가득 찬다.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생대구탕을 먹고 있노라면 추위는 저만치 가 있고 그저 행복하다.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생대구탕을 먹고 있노라면 추위는 저만치 가 있고 그저 행복하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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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포항에 도착하면 먼저 해마다 들르는 식당에 가서 생대구탕과 대구전을 먹는다. 이리를 넣고 맑게 끓인 생대구탕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 흰살 생선인 대구살로 부친 전은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 대구알젓까지 한 접시 더 얻어먹고 난 뒤에야 식당을 나선다. 제대로 식도락을 느끼고 나니 그저 행복하다. 

이제 외포항을 구경할 차례이다. 다가오는 12월 22일부터 23일까지 외포항에서 제
12회 거제대구수산물축제가 열린다. 대구는 거제 시어(市魚)이기도 하다. 축제를 앞둔 작은 항구는 분주하고 활기차다. 늘어서 있는 부스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구가 줄지어 누워 있다.
 
외포항에 줄지어 늘어선 부스들.  각각의 상호가 새겨진 천막아래에는 
싱싱한 대구가 가득하고 상인과 대구를 사러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외포항에 줄지어 늘어선 부스들. 각각의 상호가 새겨진 천막아래에는 싱싱한 대구가 가득하고 상인과 대구를 사러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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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대구탕을 한 그릇 먹고 외포항 구경에 나섰다가 조업을 끝내고 들어온
배를 보았다. 잡아온 대구를 내리는 중.
 생대구탕을 한 그릇 먹고 외포항 구경에 나섰다가 조업을 끝내고 들어온 배를 보았다. 잡아온 대구를 내리는 중.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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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사러 온 사람들과 상인들의 흥정이 여기저기 벌어지고 한쪽에서는 말리기위해 대구를 손질하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쁘다. 물이 가득 담긴 큰 고무통 안에서 대구가 펄떡이며 헤엄친다. 어판장을 구경하는데 조업을 끝낸 배 한 척이 들어온다. 어부는 잡아온 대구를 차곡차곡 상자에 담아 부지런히 나른다. 대구의 산지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한 가게앞에 약대구가 걸려있다. 암대구로 만드는 약대구의 최고의 맛은 
겨울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뱃속에서 꾸덕하게 마른 알이다.
 한 가게앞에 약대구가 걸려있다. 암대구로 만드는 약대구의 최고의 맛은 겨울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뱃속에서 꾸덕하게 마른 알이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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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와 함께 대표적인 한류성 어족인 대구는 산란기인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로, 이 시기엔 산란을 위해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흰살 생선의 대표 어종인 대구는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영양 가치가 높다. 또한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적어 평소에 생선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외포항 가는 길에 거가대교를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중간에 가덕휴게소에 들러서 대교와 바다를 조망해도 좋다. 그리고 외포항 곁에 있는 매미성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한 농부가 별다른 기술이나 설계도 없이 15년 동안 쌓아올린 거대한 성곽으로 거가대교와 이수도가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에 있다. 몽돌해변에 파도가 들이치며 내는 좌르륵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문득 즐거워질 것이다.
 
외포항 입구에 있는 망월산 둘레길에 올라 내려다본 외포항전경.
 외포항 입구에 있는 망월산 둘레길에 올라 내려다본 외포항전경.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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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외포항, #대구축제, #생대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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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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