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연출한 다큐 극 영화 <반성>은 소크라테스의 명언 '반성(성찰)하지 않은 삶은 가치가 없다'는 말에서 출발했다. 사실 그 명언은 우리 현대사의 수많은 굵직한 사건들, 즉 친일, 위안부, 6.25 한국전쟁, 독재 정권, 5.18 광주민주화항쟁, 세월호 참사, 최순실 국정농단 등 관련 책임자들이 절대적으로 기억해야 할 문장이다. 그러한 사건의 가해 당사자나 동조자들이 자신들의 악행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죄를 고백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21일, 국회에서 무료 상영될 영화 <반성> 포스터

2018년 12월 21일, 국회에서 무료 상영될 영화 <반성> 포스터 ⓒ 이정국


"위에서 쏘라고 하니까 쐈고, (그로 인해 시민들이 죽어도) 내가 죽인 줄은 모르잖요. 혼자 쏜 게 아니라 단체로 쐈기 때문에 개인적인 죄책감도 덜하고."

이번에 국회에서 상영하게 될 영화 <반성>을 찍으면서 인터뷰하게 된 전직 공수부대 장교가 한 고백이다. 그는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시민군을 진압한 당사자로서 양심선언을 한 바 있다.

'왜 38년이 지났는데도 가해 책임자뿐 아니라 실제로 총을 쏜 당시 군인들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거나 양심고백을 안 하나요?'라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38년 전 학살에 동조한 군인들 대부분은 그저 군인으로서 명령대로 총을 쐈을 뿐이니, 시민들이 죽은 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숨어 살며 일상을 누리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서 2차 세계대전 때 600만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전범 중 한 사람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이히만은 독일 패망 후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붙잡혀 재판을 받은 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중 일관되게 자신은 "공무원으로서 상부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니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지켜본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에 대해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며 '악의 평범성'을 주장했다. 이번 다큐 영화를 찍으면서, 아렌트의 이러한 통찰이 5.18 항쟁 당시 학살에 참여한 군인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부활의 노래> 스틸 컷.

영화 <부활의 노래> 스틸 컷. ⓒ 이정국

 
27년 만에 광주 5.18 항쟁을 다룬 영화를 다시 만들게 된 나는, 1991년 광주 5.18을 다룬 최초의 극장용 상업 영화 <부활의 노래>로 감독 데뷔를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초저예산으로 만든 그 영화는 (미학적으로도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상업적인 실패로 나의 삶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다. 그 후 5.18 항쟁은 나에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다.

최근 20여 년간 해마다 몇 번씩 광주를 방문했지만 어느 누구하고도 5.18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당시 내 형과 동생들, 친척 및 친구들이 광주에 살면서 1980년 5.18을 직접 겪었다. 나 또한 전남 해안 지역에서 전투 경찰로 근무하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했지만 그런 얘기를 내 가족이나 다른 친구들과 한 번도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런 5.18에 대한 경험담과 나를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부활의 노래>에 대한 에피소드는 이미 2년 전, 아래 글에 이미 소개되었으니 생략한다.

(관련기사: 김대중이 격려한 '어설픈 영화', 다시 보고 큰 충격)

장편 다큐 극영화 <반성>을 만들게 된 과정
 
 영화 <반성> 속 단편 <기억하라>의 한 장면. 무등산에서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자신이 암매장한 시신을 찾으러 다니는 전 공수부대 장교(송영창 분)

영화 <반성> 속 단편 <기억하라>의 한 장면. 무등산에서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자신이 암매장한 시신을 찾으러 다니는 전 공수부대 장교(송영창 분) ⓒ 이정국

 
나는 7년 전부터 광주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60대에서 70대, 80대의 시니어들이 모인 '광주영상미디어클럽'의 어르신들과 단편영화 작업을 해왔다. 처음 4편 정도는 순수 아마추어인 그분들의 일상에 어울리는 스토리도 같이 만들고 그 어르신들이 연기와 촬영에 직접 참여하는 단편을 만들었다.

물론 최근 <엄마의 편지>(2016) 등 두 편은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했지만 역시 연기와 촬영 및 제작 진행 등은 그분들이 직접 맡았다. 끊임없이 상업영화 복귀를 꿈꾸며 시나리오를 쓰느라 고통받고 있던 나에게 그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시간은 일종의 행복한 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영화라는 매체를 상업적이든 예술적이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부담을 갖고 대해 왔는데 그분들과 작업할 땐 그럴 필요가 없어서 너무 편했다. 영화를 찍는 행위 자체가 소통과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고 성공에 대한 부담도 없이,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듯이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다(그래도 그분들과 함께 만든 단편들은 모두 각종 영화제에서 초청받고, TV로도 방영되었다).
 
  장편 다큐영화 <반성>에 포함된 단편 <기억하라> 촬영 장면

장편 다큐영화 <반성>에 포함된 단편 <기억하라> 촬영 장면 ⓒ 이정국


그러다가 작년에 7번째 단편을 만들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예산(1천만 원)을 광주문화재단에서 지원받게 됐다. 나는 욕심이 생겨 어르신들에게 5.18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지난 7년간 그 분들과 만나면서 한 번도 서로 5.18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기에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 모든 분들이 흔쾌히 찬성했다. 오랜만에 스케일이 커진 영화를 만들게 되자 40, 50대 광주연극인들로 구성된 '희망문화협동조합'의 멤버들을 끌어들였다.

나는 모처럼 부담을 갖고 시나리오를 썼다. 내용은 5.18 때 계엄군 장교였던 중년 남자가 과거에 자기가 죽여 암매장한 고교생의 시신을 찾아 무등산을 헤매는 이야기이다. 결국 그 단편은 그 전직 장교가 자신의 죄악을 반성하고 양심 선언한다는 내용이다. 37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가해 당사자들이나 동조자들 어느 누구도 반성하지도 않고 대부분 책임지지 않은 채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너무도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영화로나마 반성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그 시나리오를 썼던 것이다.

그동안 만든 6편의 단편은 모두 순수 아마추어 회원들을 배우로 기용해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도저히 아마추어 배우를 쓸 수 없어 대학 동창인 중견배우 송영창에게 부탁했다. 다행히 흔쾌히 재능기부로 참여하겠다고 한 그 친구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단편 <기억하라>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 단편을 찍은 후 별도의 다큐 단편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을 만들기 위해 그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도와준 지인들을 만나 그들이 1980년 5월 고향 광주에서 겪은 체험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피해자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광주 관련 다큐와 달리 당시 광주의 평범한 소시민들이 숨어서, 또는 멀리서 지켜본 광주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증언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감독인 나도 평생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5.18 당시 전투경찰로서 겪은 내 체험을 고백했다.

'고통은 그것을 철저히 경험함으로써만 치유된다'고 했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이 실감났다. 그 영화를 찍는 동안 38년 전의 아픈 기억들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나의 5.18 트라우마는 다소 극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초저예산 다큐 영화
 
 영화 속 단편 <기억하라>의 한 장면. 전 공수부대 장교를 연기한 송영창 배우.

영화 속 단편 <기억하라>의 한 장면. 전 공수부대 장교를 연기한 송영창 배우. ⓒ 이정국

  
이번 영화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이나 제작 시스템을 과감하게 바꾼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편 다큐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은 원 맨 프로덕션 방식으로 만들었다. 즉 내 스마트폰(아이폰 7+) 하나로 혼자서 모두 촬영하고 녹음한 뒤, 프리미어 편집 툴을 이용해 직접 편집하고 믹싱까지 했다. 다른 스태프가 전혀 없는 1인 제작이었기에 내 인터뷰조차도 트라이포드를 이용해 직접 찍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픽션 단편인 <기억하라>와 달리 다큐 단편의 제작비는 제로였다. 물론 여기에 감독인 나의 노동력과 진행비, 그리고 음으로 양으로 뛰며 도와준 프로듀서 외에 수많은 분들의 재능 기부는 계산하지 않았다. 그런 분들의 순수한 재능 기부는 단순히 돈으로 계산할 수 없지만 구태여 계산한다면 총 제작비는 수억 원이 될 것이다.
 
 영화 <반성>에서 광주 5.18에 대한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영화 <반성>에서 광주 5.18에 대한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 이정국


그렇게 두 개의 단편을 별도로 완성할 계획으로 편집하던 중에, 놀랍게도 얼마 전 촬영한 단편 <기억하라>의 내용과 유사한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우리 영화 속 주인공인 계엄군 장교처럼 5.18 당시 가해자였던 한 계엄군 장교가 광주교도소 인근에 학살당한 시민군들을 암매장한 사실을 고백하고 양심 선언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나는 그 전직 공수부대 장교(소령)를 수소문해 만나 직접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 이후 중국, 덴마크 등 외국인들이 5.18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 북한군이 광주 5.18을 선동했다고 믿고 있는 중년 여인, 그리고 보수 우익인사에게 광주에 침투한 북한군으로 지목받은 5.18 당시 도청 상황실장 박남선씨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졸지에 27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은 60분에 가까운 중편이 되어 버렸다. 

최종적으로 단편 극영화 <기억하라>를 그 중편 다큐멘터리 속에 삽입해 통합한 후, 제목을 바꿔 지금의 장편 다큐 극 영화 <반성>(78분)이 탄생하게 됐다. 이렇게 영화를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에 근거해 계획대로 만든 게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을 적극 활용해 완성하게 된 것도 나에게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화 <부활의 노래> 스틸 컷.

영화 <부활의 노래> 스틸 컷. ⓒ 이정국

 
지난 11월 26일 5·18기념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나우 앤 퓨처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5·18 민주화운동 가치 훼손 및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65.2%가 심각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응답자의 73.3%가 5·18 학살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58.1%는 피해자 명예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만든 영화 <반성>은 그러한 5.18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꾸고 동시에 학살 책임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기획되었다.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너무도 그 진실을 모르고 있는 비극의 역사가 바로 5.18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광주 5.18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왜곡된 가짜뉴스를 믿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학살 책임자로 지목된 전두환씨는 여전히 광주에서의 재판을 기피하고 있고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보면 5.18을 왜곡하는 내용들이 진실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에 슬펐다.
  
 <반성>에 삽입된 최초의 5.18 영화 <부활의 노래>(1991)의 한 장면

<반성>에 삽입된 최초의 5.18 영화 <부활의 노래>(1991)의 한 장면 ⓒ 이정국

  
왜 군인들은 부당한 명령에 쉽게 순응했을까?

나는 정말 궁금했다. 광주 5.18 당시 우리 군인들이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왜 무고한 자국 국민들을 쏘라는 부당한 명령에 쉽게 순응했을까? 그래서 스스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비합리적인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나치에 동조했던 독일인들의 행동이다. 그에 대한 궁금증으로 예일대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라는 심리학자는 1961년 사람들의 인간성에 대해 알아보는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 65%의 참가자들이 권위에 복종해 실험상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밀그램 교수는 그 실험을 통해 권위 앞에서 개인의 도덕이나 믿음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증명했다. '인간이 권위에 쉽게 복종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성격보다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교육을 잘 받은 이성적인 사람도 권위에 굴복해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실험의 결론이었다. 밀그램 교수는 "특히 권위에 굴복하는 사람들은 '모든 책임은 명령을 내린 권위자에게 있으며 실행에 옮긴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5.18의 비극도 어쩌면 같은 논리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5.18뿐 아니라 세월호, 인분교수 사건, 대학 군기, 밀양 연극촌 교주의 성폭력 사건 등 그런 권위에 대한 복종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반복됐다.

자신이 유대인을 박해한 것은 상부의 지시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변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탠리 밀그램은 실험을 통해, 부당한 명령이라 해도 한 번 받아들이면 무비판적으로 그 부당한 명령을 수행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즉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억압하는 사회·정치적 구조 속에서 악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낸 것이다.

악행에 대한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다
 
 옛 전남도청에서 인터뷰 중인 윤상원의 대학 후배 이희규씨

옛 전남도청에서 인터뷰 중인 윤상원 열사의 대학연극반 후배 이희규씨 ⓒ 이정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밀그램의 실험에서 보았던 희망은, 적어도 참가자의 35%는 권위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실험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잘못되고 부당한 명령은 단호하게 거부해도 된다는 사회 환경이 조성되고 학습된다면 다시는 5.18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5.18 당시에도 권위에 복종하지 않은 극소수의 군인들 덕분에 그나마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런 군인과 경찰들이 있었다. 내가 영화에서 인터뷰한 공수부대 출신의 소령 역시 그런 소수의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주 5.18은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게 하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비극적인 사건이다. '악행에 대한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다'라는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은 과거 종교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5.18의 학살 책임자 및 동조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명언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이 통과되고도, 그 법 시행은 특정 정당이 조사위원 추천을 마무리 하지 못해 지체되고 있다.
 
 영화 <부활의 노래> 한 장면.

영화 <부활의 노래> 한 장면. ⓒ 이정국

 
"과거의 그림자는 타파하긴 힘들지만, 우린 항상 그 그림자를 직면해야 하고, 존중하면서도 그것을 타파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그림자가 우리의 미래를 얼마만큼 좌지우지하는가에 대해 항상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에서 우연히 인터뷰하게 된 덴마크 다큐멘터리 감독(앤 자이리더 본)의 말이다. 그는 수년 전 광주국제영화제 참석하던 중 '국립 5.18민주묘지'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광주 5.18 당시 시민과 학생들의 목숨을 건 저항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해, 그 감독의 말처럼,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거의 그림자에 맞서 과감하게 타파해야 한다.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인터뷰 중인 박남선씨, 그는 5.18 당시 도청 상황실장으로 지만원씨에게 북한군으로 지목되었으나 소송을 통해 승소했다.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인터뷰 중인 박남선씨, 그는 5.18 당시 도청 상황실장으로 지만원씨에게 북한군으로 지목되었으나 소송을 통해 승소했다. ⓒ 이정국

 
1년 반에 걸쳐 완성한 장편 다큐 극영화 <반성>이 마침내 이번 12월 21일 저녁 국회에서 모든 국민을 상대로 무료 상영된다. 기존의 거창한 제작시스템이 아닌, 그야말로 저예산 독립영화보다 더 열악한 원 맨 프로덕션 시스템을 실험하기도 한 작품이다 보니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스케일보다 진정성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이번 국회상영을 필두로 내년부터는 극장 개봉보다는 현장에 찾아가서 직접 보여주는 무료상영회를 추진하려 한다. 이 영화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잘 몰라서, 또는 조작된 정보로 인해 5.18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에겐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가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다.

영화 <반성>을 5.18 영화가 아니라, 우리 현대사를, 아니 우리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봐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것이다. 단순히 5.18 뿐 아니라, 나는 그 영화를 통해 '우리 역사와 사회의 수많은 가해자들은 왜 자신들의 악행을 쉽게 반성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재능기부로 흔쾌히 참여해준 수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사실상 그 분들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장편 다큐영화 <반성> 5.18 다큐영화 국회상영회 아이히만 스탠리 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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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세종대영화예술학과 교수/ 영화는 나, 우리, 사회,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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