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포스터

<마약왕> 포스터 ⓒ (주)쇼박스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는 관객 중 <마약왕>에 기대를 품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2016년 <택시운전사>로 천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던 한국의 대표 배우 송강호와 2015년 '청불' 영화 <내부자들>로 900만 관객 기록을 세웠던 우민호 감독이 만난 <마약왕>은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4일 오후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마약왕> 언론 시사회는 큰 영화관에서 열렸음에도 사람들로 꽉 찼다. 연말 대작 <마약왕>에 대한 기대를 짐작하게 하는 인파였다. 2017년 10월 크랭크업이 끝난 <마약왕>은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관객들 앞에 선을 보였다. <마약왕>에 출연했던 몇몇 배우들의 입을 통해 우민호 감독이 후반 편집 과정에서 공을 들였음이 알려졌고 그 기대감은 더욱 증폭됐다.

여기에 하나의 영화에서 충분히 주연으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들이 모두 뭉쳤다는 점도 화제였다. 송강호에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이희준, 조우진, 이성민, 윤제문 등 화려한 배우들의 면면은 마치 연말 '올스타전'을 연상케 했다.

14일 용산에 모인 취재진은 영화 시사 중 익숙한 배우들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반가움과 놀라움의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몇몇 기자들은 웃음을 보였다. 이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마약왕' 송강호(이두삼 역)를 중심으로 잠시 스크린에 모습을 비췄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마약왕> 스틸컷

<마약왕> 스틸컷 ⓒ (주)쇼박스

 
송강호의, 송강호를 위한 영화 '마약왕'

<마약왕>은 가상의 인물 '이두삼'의 전기 영화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이두삼의 서사를 중심에 두고 전개된다.

우민호 감독은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약 10년 간 권력과 돈을 지배한 한 남자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는 말로 <마약왕>을 설명한다. 우 감독은 "제한된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 한 남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1970년대 초 마약 밀수에 손대기 시작한 이두삼은 잇단 위기를 극복해가며 점차 마약업계의 큰손이 된다. 몇 년 사이에 박정희라는 권력의 핵심까지 바짝 다가선 이두삼은 '낮에는 수출로 애국하는 사업가, 밤에는 뽕 파는 마약업자'라는 두 얼굴로 살게 된다.

배우 송강호는 소시민으로서 고초를 겪던 1972년의 이두삼부터 '마약왕'으로 군림하는 1980년의 이두삼까지 다채로운 얼굴로 변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간 <변호인><택시운전사> 등 소시민 연기로 관객들에게 더 익숙할 법한 송강호는 그 틀을 깨고 '마약왕' 이두삼으로 거듭난다. 송강호와 함께 연기한 다른 배우들이 언급했듯 그의 후반부 '마약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종합해보면 "송강호가 없었다면 <마약왕>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민호 감독의 말은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 <마약왕>에서 송강호의 연기 그 이상의 매력을 찾기는 어려웠다. 관객들은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빠르게 지나쳐가는 '마약왕' 이두삼에 감정이입을 할 겨를이 없다. 관객들은 이두삼에 감정이입을 하기보다는 그저 스크린 밖에서 관조하게 된다. 중간중간 이두삼의 생애를 '블랙코미디' 기법으로 풀어내려는 시도 또한 크게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다. 이처럼 낡은 느낌이 드는 데는 "이 나라는 내가 다 먹여 살렸다 아이가" 같은 다소 뻔한 대사도 한 몫 했다.
 
 <마약왕> 스틸컷

<마약왕> 스틸컷 ⓒ (주)쇼박스

 
특히 배우들의 쓰임새가 아쉽다. 극 중 이두삼을 나머지 배우들은 이두삼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뿐 독자적인 역할을 해내지는 못한다. 이들이 연기를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로 제 몫을 해내나, 이두삼의 일생 외에 서사가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극 중 배우 조정석은 이두삼을 잡으려 하는 검사 역할이고, 배두나는 이두삼이 가진 권력의 배후이자 애인으로서 등장한다. 김대명은 이두삼의 사촌동생, 김소진은 이두삼의 조강지처로, 이희준은 이두삼의 동업자로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모두 이두삼이 없이는 등장의 의미를 설명하는 게 불가능한 인물들이다.

<마약왕>은 상대적으로 다른 한국 상업영화에 비해 139분의 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이렇게 긴 상영시간 동안 <마약왕>이 과연 송강호의 매력만으로 관객들을 꽉 붙잡을 수 있을까.

한 줄 평 : 송강호, 그 이상이 있었더라면
별점: ★★★(3/5)

 
영화 <마약왕> 관련 정보
감독: 우민호
각본: 이지민, 우민호
출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이희준, 조우진
제공/배급: (주)쇼박스
제작: (주)하이브 미디어코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9분
개봉일: 2018년 12월 19일
마약왕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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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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