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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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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문학과 박아무개 교수 논문 표절 의혹이 1년 만에 사실로 드러났지만 박 교수 징계를 앞두고 교수들 사이에서 구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박 교수 측은 명예훼손·모욕죄 등 법적 조치를 경고하는 등 제보자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대는 17일 박 교수의 논문과 단행본 20건 가운데 12건이 타인이나 자기 논문을 표절했다고 판정한 총장 직속 연구진실성위원회(아래 진실위) 보고서를 바탕으로, 박 교수 징계를 위한 절차(교원징계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표절 판정 이후에도 서울대 인문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탄원서 제출 등 박 교수 구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박 교수 쪽에서도 최근 진실위에 표절 문제를 제보한 대학원생에게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연구진실성위원회 "20편 중 12편 표절.... 위반 정도 상당히 중해"

수년째 학내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박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해 초였다. 당시 박 교수가 과거 학회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표절이 확인돼 10년 만에 게재 취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당시 국문과 대학원생 K씨가 박 교수가 자신의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고 고발하는 대자보를 붙여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서울대 국문과 교수들이 집단으로 박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하기에 이르렀고 박 교수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학교쪽에서 징계가 먼저라며 사표를 반려해 박 교수는 현재 무급 휴직 상태다(관련기사: [한국일보] 표절 피해 대학원생의 눈물, 서울대는 4년간 침묵했다).

서울대 진실위는 당시 K씨가 제출한 1000여 쪽 분량의 제보 자료 등을 바탕으로, 박 교수가 쓴 논문과 단행본 20편의 표절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진실위는 조사 1년여 만인 지난 9월 20일 보고서에서 "문헌 12편에 대해 연구진실성 위반의 정도가 상당히 중한 연구부정행위 및 연구부적절행위로 판정"했다고 결론을 내린 사실이 이달 초 뒤늦게 알려졌다.

진실위는 "12편의 문헌에서 부분적으로 타인의 문장을 적절한 인용 표시 없이 자신의 것처럼 사용(타인 논문 표절... 편집자 주)한 사실"이 있다면서, "특히 4편의 영문초록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대상 논문의 타인의 문장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한 사실, 1편에서 자기 논문의 문장들을 정확한 인용표시 없이 중복 사용한 사실(자기 논문 표절... 편집자 주)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뒤집을 자료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박 교수 쪽은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노트에서 타인의 문장이나 표현에 관해 출처 표시를 명확하게 하지 아니하여 타인과 본인의 문장이나 아이디어들이 혼재되어 있는 연구노트를 근거로 논문을 작성"해서 생긴 결과라며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실위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상당 기간 동안, 타인의 문장과 자신의 문장을 구분하지 않은 연구노트를 근거로, 12편의 문헌에서 동일한 행위를 반복했으므로, 타인의 문장이라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문장인 것처럼 사용하겠다는 점에서 최소한 미필적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박 교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실위는 "위반의 양과 기간 등 이 사건의 경위에 비추어 연구진실성 위반의 정도는 상당히 중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나머지 8편에 대해선 표절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혐의 판정했다.

다만 제보자 K씨는 진실위에서 기각한 나머지 8편도 표절 혐의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선 이 가운데 2편에 대한 재심요구서를 제출하는 한편, 두 논문이 실렸던 한국비교문학회에도 표절 판정을 요청한 상태다.

K씨는 이날 징계위원회에 보낸 글에서 "저는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가 현저히 미흡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온적 징계가 결정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박 교수가 지속적, 반복적, 전면적으로 자행해온 고의적인 표절 행위에 대해 징계위원회가 응분의 책임을 물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쪽 "명예훼손·모욕죄 등 법적조치" 제보자 압박

아울러 K씨는 "저는 그의 지도학생으로 표절 문제를 제기한 후 모두 5년 정도에 걸쳐 지독한 압박과 따돌림, 악의적인 여론 조성, 거짓 해명 등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 교수는 지난해 5월 K씨가 처음 표절 의혹을 제기한 뒤, 그리고 이달 초 K씨가 진실위 보고서를 인문대학 교수들에게 공유한 뒤 두 차례에 걸쳐 K씨에게 소송을 압박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박 교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호민은 지난 11일 K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징계위를 앞두고 진실위 판정 부당성 및 징계 사유가 되는지 여부에 관해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마치 위임인(박 교수)의 징계 및 논문 표절이 확정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해 위임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형사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하지만 진실위에서 박 교수의 표절 행위를 인정한 이상, K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서울대 진실위는 연구부정행위를 고발한 교내 제보자에게 가해질 수 있는 보복행위에 대한 방지 조치를 총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표절 징계 시효는 3년? "시효 아닌 명확성 따져 징계해야"

무려 12편의 논문에서 표절이 확인됐음에도 박 교수가 이처럼 자신만만한 이유는 표절 행위의 징계 시효 때문이다. 서울대 교무과 관계자는 "현재 국립대 교수 징계 기준은 따로 없어 사립학교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사립학교법에 교원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를 요구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표절이 확인된 논문 12편은 대부분 2000년~2012년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3년 징계 시효 규정에 부합하는 건 2015년 '비교한국학'에 실린 '한중 근대문학 비교의 쟁점: 이육사의 문학적 모색과 루쉰' 1편 뿐이고, 2015년에 쓴 또 다른 논문 1편은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검증 시효도 없는 논문 표절 문제에까지 징계 시효를 적용하는 데 부정적이다. 박 교수 표절 피해자이기도 한 학자 A씨는 "표절 논문은 유효기간이 따로 없고 취소되지 않으면 다른 학자를 통해 계속 인용되는데, 표절 행위에 징계시효를 두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징계 시효가 아니라 표절의 명확성 차원에서 징계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박 교수의 표절 문제가 더 심각한 건 주로 시간 강사나 돌아가신 학자처럼 당사자가 표절 여부를 살펴보기 어렵거나 알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대를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라면서 "표절이란 적어도 감출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한 시간 강사 논문은 그냥 갖다 붙인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논문 표절로 사직한 전례 있어... 정직 이하 결정되면 학교 복귀

서울대 직원인사규정에 따르면 중징계시 파면, 해임, 정직 등이 가능하다. 국가공무원법상 파면이나 해임되면 강제 퇴직(면직)되고 공직 재임용이 일정 기간 제한되며 퇴직급여도 감액된다. 하지만 정직 이하 결정이 나면 박 교수는 수 개월 뒤 다시 학교로 복귀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용찬 교수가 논문 표절 문제로 스스로 사직한 전례가 있다. 당시 표절 문제가 된 논문은 교수 임용 전인 2004년에 쓴 논문이었고, 사직 후 추가로 10편 정도의 논문이 표절로 드러났다.

제보자 K씨는 "박 교수의 표절 행위는 근년에 있었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행위나 외교학과의 김용찬 교수의 표절 행위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박 교수에 비하면 한 편의 표절 논문이 밝혀지자 사직서를 낸 김용찬 교수는 차라리 양심적이라고 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K씨는 "학교에서 그의 표절 행위에 대한 조사를 거쳐 마땅한 책임을 묻기 위해 사직 의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면서, 사직에 준하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서울대 국문과 B 교수도 "박 교수는 한 마디로 표절 기계"라면서 "박 교수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자행한 전면적이고 고의적인 표절 행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박 교수가 학교와 학과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사직을 권고했던 서울대 국문과 교수들 상당수는 진실위에서 표절을 인정한 이상 파면이나 해임 같은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국문학과가 속한 서울대 인문대 교수들 일부가 박 교수를 위한 탄원서를 돌리는 등 구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문학과 C 교수는 "(박 교수 징계에 대해) 교수들마다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징계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언론에 보도되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면서 공개적 입장 표명은 꺼렸다.

박 교수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진실위 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건 맞지만 징계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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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