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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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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정말 위하나?... 사라질 가능성 큰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국회에서 제정된, 청년 관련한 거의 유일무이한 법안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란 것이 있다. 정부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 법은 사라지게 된다.

왜냐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탄력근로제를 다루지 않으면, 법안심사를 할 수 없다고 생떼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루는 내용임에도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매년 1만5000명에서 1만9000명에 달하고 있는 고용의무가 사라지고, 공공기관에서 청년에 대한 고용손실이 생기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늘 청년을 입에 달고, 청년들을 위한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청년을 배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의 기성 정치 전반에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청년 세대가 실제로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관심 없이, 각종 정책들을 만든다. 청년 이름만 붙이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욕구는 다양하다. 이전 세대의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겨우 먹고 살만한 무언가'로는 청년들은 살 수가 없다.

청년에게 물었다... 만약 1000만원이 생긴다면?

주거비 37%, 교육비 17%, 기초생활비 17%, 문화생활비 29%.

만약 당신에게 1000만 원이 생긴다면, 어디에 돈을 쓰고 싶은지 물어봐서 나온 숫자다. 지난 11월, 정의당 청년정치학교 수강생 중 한 조가 조별 캠페인으로 직접 거리에 나가 청년사회상속제를 알리며 스티커를 붙이면서 물어봤다.

교육비와 기초생활비보다 주거비와 문화생활비가 많이 나왔다. 이런 수치를 보며, 청년들에게는 취업 준비와 기초적인 생활에만 삶의 욕구가 매여 있는 게 아니라, 좋은 문화를 누리고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의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의당 청년정치학교 학생들의 조 발표 내용 (학생들이 조별 활동으로, "당신에게 천만원이 생긴다면"이라는 주제로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 정의당 청년정치학교 학생들의 길거리 설문조사 결과 정의당 청년정치학교 학생들의 조 발표 내용 (학생들이 조별 활동으로, "당신에게 천만원이 생긴다면"이라는 주제로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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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의 정치가 청년들에게 왜 소구되지 못했는가를 느끼게 된다. 지금의 주거·의료·교육·문화 등 전반적인 정부의 정책에서 청년들의 욕구는 전혀 반영되지 못해왔다. 부동산 정책만 하더라도, 집값을 어떻게 안정시키려고 한다는 이야기만 있지, 집을 살 수 조차 없는 청년들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어떻게 질 좋은 주거를 공급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청년들이 정부 정책에 관심이 없는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청년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시혜적 관점이 아닌, 당연한 시민권으로
 

그동안 정치권은 청년들에 대해 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말로는 청년을 부르지만, 실제 기득권의 이익을 누리기 위해 청년을 내세우거나, 청년들의 수요와는 전혀 맞지 않는, 전시성 행사들만 양산돼 왔다.

청년이 없는 곳에 껍데기 예산들이 부어졌다. 그리고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구들과 정책들이 불일치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부분적인 복지, 일자리 정책, 개별 지역마다 벌어지는 이슈를 넘어, 국가차원의 청년들의 통합적인 기본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이제는 필요하다. 이는 시혜적 입장이 아니라, 시민이라면 일자리·주거뿐만이 아니라 자산·문화·건강·교육 등, '이 정도는 누리고 살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삶의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앞에서 청년기본법 연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청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년 단체들 국회 앞에서 청년기본법 연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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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도는 정부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일이기에, 각 지자체의 청년기본조례의 모법이 되는 청년 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청년기본법은 청년발전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청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명시한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고용확대, 창업지원, 주거지원, 복지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청년정책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주 기초적인 시작점이다.

이제 정치에서 청년은 시혜적인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앞으로 지금보다 나은 대한민국의 변화를 만들어낼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홀로 동떨어진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대우받고, 통합적 권리를 보장받는 시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대우받은 청년 시기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기본법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 우리 세대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올해 일몰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연장 및 확대하자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은 국회를 보면, 그때 그때 법안 연장을 언제까지나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당장에 앞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연장 및 확대는 당연하고, 더 나아가서 고용의 대상을 넘어선 종합적 권리 확장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삶을 바꾸기 위한 요구를, 기본법을 시작으로 시민다운 삶의 권리를 정부와 정치권에 거침없이 요구해보자. 이건 당연한 우리의 권리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혜연씨는 정의당 부대표로, 현재 정의당 청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청년기본법, #청년고용촉진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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