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데뷔한 4인조 혼성밴드 세이수미가 7일 EP 앨범 < Christmas, It`s Not A Biggie >로 컴백하였다.

세이수미는 올해 온스테이지 무대부터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어 세이수미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유명 밴드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로망이 된 크리스마스 EP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앨범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나는 음악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명반이 탄생한 느낌이었다. 평소에 록(Rock)을 선호하지 않는 대중들도 편안하게 들어 볼 수 있는 부드러운 음악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이기에 한 번쯤은 꼭 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세이수미의 저력은 해외에서 더욱 대단했다. 4인조 혼성 그룹사운드 세이수미는 지난 가을 40일간 유럽투어 공연을 한 실력파 밴드이다. 그들이 해외 생활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부터 어려운 음악시장 가운데서 어떻게 해외 앨범부터 투어 공연까지 할 수 있었는지 배경을 알아보고 싶어 취재하게 되었다.

다음은 지난 14일 부산 남포동 A 카페에서 만나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데뷔 6년차 밴드 세이수미
 
밴드 세이수미 보컬 최수미의 목소리를 보고 시작하게 된 세이수미

▲ 밴드 세이수미 보컬 최수미의 목소리를 보고 시작하게 된 세이수미 ⓒ Electric Muse

  
- 벌써 올해 데뷔 6년 차가 된 밴드입니다. 아직 세이수미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90년대 인디팝과 60년대 서프 록을 섞은 음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좋아하고 연주하고 싶은 음악을 모두 해보고 있는 부산의 4인조 인디 록 밴드입니다." 
 
- 한해 동안 정규앨범부터 방송 출연 등 여러 가지로 바빴을 것 같은데 그간 근황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정말 직업으로서 밴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 같습니다. 우선 4월 정규 2집 < Where We Were Together >를 발표했고, 커버 곡을 담은 EP < It's Just a Short Walk! >와 지난주 발표한 크리스마스 EP < Christmas, It's Not A Biggie >를 발표했습니다. 그 외에 두 장의 컴필레이션에 참여했고요. 어릴 적 동경하던 록밴드들처럼 영국/유럽 투어를 봄 가을 두 번이나 돌았고, 미국과 일본도 다녀왔습니다. 국내에서도 록 페스티벌을 포함해 크고 작은 공연들을 하며 꽤나 쉴 틈 없이 한 해를 보냈습니다."
 
- 밴드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밴드를 결성할 때 멤버 중 지금 남아 있는 멤버는 보컬 최수미와 기타 김병규 두 명입니다. 베이스의 하재영과 김병규는 초등학생 때 친구로 중학생 때 함께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여러 밴드를 함께 같이 해왔습니다. 그러다 조금 다른 시도로 가볍게 재미 삼아 할 밴드를 만들기로 했고 알음알음 알고 지내던 친구인 최수미에게 밴드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말할 때 목소리가 좋아서 보컬을 제안했고 그렇게 세이수미가 시작되었습니다." 
 
- 각자 멤버별로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하재영 : "기타, 베이스, 드럼 기반의 록 음악은 대부분 좋아하지만, 미국의 욜라텡고(Yo La Tengo) 같은 밴드처럼 다양한 장르를 자기 색으로 내는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따르고 싶기도 합니다."

수미 : "욜라텡고(Yo La Tengo).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빛이 납니다. 80년대 중반 결성해 지금까지 자기들만의 음악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본받고 싶습니다." 

병규 :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욜라텡고를 좋아하고, 페이브먼트(Pavement), 심(Seam) 등의 90년대 미국 인디락 밴드들을 좋아합니다. 메탈 키즈였던 나를 지금의 스타일의 음악으로 이끈 밴드들입니다."

창원 : "욜라텡고의 다양하고 폭넓은 시도들이 많은 여운을 남게 한다. 단순한 것에서 복잡하게 끌어올려도 전혀 이질감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모습들을 본받고 싶습니다."
 
- 많은 인디밴드들이 해체와 결성을 반복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세이수미처럼 '롱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건이 무엇인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멤버들이 밴드에 싣는 무게감의 밸런스가 중요한 듯합니다. 누군가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다거나, 발전하고 싶은 욕심의 정도가 크게 다르다면 쉽게 흔들리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40일 동안 해외에 널리 알린 한국 록,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밴드 세이수미 해외 12개국 50개의 도시에서 63회 공연을 하였다

▲ 밴드 세이수미 해외 12개국 50개의 도시에서 63회 공연을 하였다 ⓒ 일렉트릭 뮤즈

  
- 지난해 영국 투어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떤 계기로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까?
"2016년 영국의 레이블 댐나블리(Damnably)에서 처음 연락이 왔습니다. 영국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투어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기뻤지만 하겠다는 결심을 한 번에 내리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은 천천히 진행되었고, 2017년 봄 댐나블리 소속의 일본 밴드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의 서포트 밴드로 첫 영국 투어를 2주 정도 다녀왔습니다. 올해 봄 처음으로 길게 5주간 영국/유럽 투어를 다녀왔고, 지난 10~11월에 다시 6주간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영국 투어 해프닝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 가보는 나라에서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나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가을 투어 중 이탈리아 밀라노(Milan)에서 도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설마 했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밀라노에 들어가자 자마 우리 밴의 타이어가 펑크 났고, 갓길에 주차한 후 인도에 나와 있었는데 그 사이 밴에 있는 우리 가방들을 도난당했습니다. 

가방에는 그때까지 공연에서 받았던 개런티와 음반, 굿즈 판매 수익이 모두 들어 있었고, 분노와 허무의 소용돌이에서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을까 소용없는 질문을 자꾸만 해댔지만, 그만한 게 다행이라고 여기니 어느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 무려 40일이라는 기간을 해외에 있었습니다. 환경, 음식 등 여러 가지 조건 등이 맞지 않았을 텐데 적응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매일 바뀌는 환경에 적응을 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투어를 한두 번 다니다 보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한식을 얼마나 좋아했던 것인지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투어 때에는 작은 전기밥솥과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음식들을 많이 가져갔어요. 매일 해 먹을 수는 없었지만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는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었습니다." 
 
- 토탈 해외 12개국 50개의 도시에서 63회 공연을 하였습니다. 이 중 멤버별로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어디 무대를 꼽을 수 있을까요?
재영 : "아무래도 미국의 'SXSW'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중학생 때 처음 기타를 만져보았을 때부터 꿈꿔왔던 미국 땅에서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불러줘서 우리가 그곳에서 연주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습니다."

수미 : "처음 갔던 유럽투어 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공연.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장 중 하나인 파라디소(Paradiso)라는 곳이었는데, 너바나, 데이비드 보위 등이 공연한 곳이기도 합니다. 큰 공연장과 작은 공연장 두 군데로 나눠져 있고, 우리는 비록 작은 공연장에서 했지만 워낙 큰 건물이라 결코 작지 않은 곳이었어요. 처음 간 암스테르담 공연장에 우리를 보러 온 관객이 가득 차 있었고 모두 집중해서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무대였습니다."

병규 : "무대라기보다는 글래스고(Glasgow)여서 더 특별했던 CCA가 인상이 깊었습니다. 8~90년대 우리가 하는 스타일의 음악이 꽃피웠던 도시가 글래스고였습니다."

창원 : "프랑스의 콜마(Colmar)라는 지역에서 공연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가정집에서 열렸던 프라이빗 공연으로 1년에 단 1번 기획하는 공연에 초대되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관객이 함께 하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해외에서도 인정 받은 세이수미의 음반, 차트 1위 기록도
 
밴드 세이수미 밴드?세이수미의?곡은 BBC 6 MUSIC, KEXP, WFMU, Amazing Radio 등에서 방송되었다

▲ 밴드 세이수미 밴드?세이수미의?곡은 BBC 6 MUSIC, KEXP, WFMU, Amazing Radio 등에서 방송되었다 ⓒ 일렉트릭 뮤즈

  
- 정규 2집 < Where We Were Together >은 밴드 캠프 얼터너티브 판매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음반이 발매되는데 잠깐이었지만 1위를 했다는 것이 너무 기뻤고 2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습니다." 
 
- 어떤 부분이 대중들에게 어필이 되어 차트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음악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90년대 혹은 그 이전 시대의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우리 음악의 여러 요소들이 지나간 것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오래 전부터 로큰롤을 좋아하시던 분들이 찾아 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앨범 홍보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 차트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수상뿐만 아니라 밴드 세이수미의 곡은 BBC 6 MUSIC, KEXP, WFMU, Amazing Radio 등에서 방송되었습니다. 자신들의 곡이 나오는 모습을 실제로 보았을 때 기분이 궁금합니다.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꼭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점차 다른 나라의 미디어에 우리 음악이 나오는 횟수가 늘고, 그 방송을 듣고 공연에 왔다는 관객분들도 있어서 세상은 참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이번 EP는 캐럴 음반이다 보니 대중적으로 다가간 시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에 색상에서 어떤 점이 사운적인 측면에서 추가되었나요?
"사운드적인 측면에선 이전 음반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4곡이 서로 각자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한 음반의 곡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했고, 이전 앨범들과 보다 더 올드한 사운드를 내려 한 것이 캐럴 음반의 특색과 잘 맞아떨어진 거 같습니다."
 
- 예전부터 크리스마스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하는 데 어떤 선배 밴드를 보고 착안하게 된 생각인가요?
"특별하게 크리스마스 앨범을 찾아 듣지는 않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캐럴들을 좋아했습니다. 앨범으로 들었던 캐럴은 벤처스(Ventures)의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이 유일한데 이번 앨범의 두 번째 트랙 'Too Expensive Chirstmas Tree'가 벤처스 스타일의 연주곡입니다."
 
- 캐럴이라고 하면 누구나 들뜨게 되는 음악인데 생각보다 음악이 차분한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 의문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4곡 중 2곡이 차분한 템포의 곡들인데, 그 중 한 곡은 왈츠 리듬의 곡입니다. 꼭 그렇게 정의하는 건 아니지만 왈츠 리듬은 유독 겨울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신나고 행복한 성탄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겨울의 이런저런 느낌과 풍경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기타와 보컬로만 이뤄진 트랙의 마지막 곡 'After This Winter'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서정적입니다. 이 노래의 탄생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예전부터 리듬이 배제된 보컬이 중심이 되는 곡을 써보고 싶었지만 그런 곡이야말로 어떤 강력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뤄두고 있었는데 캐럴 음반을 만들기로 하면서 작업했고, 이번 음반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작업된 곡입니다."
 
- 각 곡마다 보컬 최수미는 창법 자체가 다른 것 같습니다. 곡마다 자신의 색상을 바꾸기 쉽지 않은데 어떤 노력을 통해서 얻은 결과인가요?
"우리는 같은 맥락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합니다. 장르와 스타일에 맞게, 그 곡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불러보려고 노력합니다. 데모를 통해 여러 스타일로 불러보고 그 곡에 맞는 걸 찾습니다. 프로듀서이자 곡을 만드는 김병규와 많은 상의 후에 녹음을 했습니다." 
 
- 이번 곡들을 작업하면서 잘 된 점과 아쉬운 점을 하나씩 꼽을 수 있나요?
"우리가 아직 많은 앨범을 만들진 않았지만 콘셉트 음반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캐럴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나름 잘 살려서 음반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다. 딱히 아쉬운 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해외 팬들에게 영문으로 연말 인사와 감사의 인사를 영문으로 전해주세요.
"Thank you all who are listening to our music. Take care out there and see you next year!"
 
- 올 한해 꾸준히 세이수미를 사랑해주시는 국내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 부탁드립니다.
"밴드 내에서도 많은 시도가 있었던 2018년이었는데 걱정에 비해 안정적으로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늘 찾아주시고 들어주시는 팬들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세이수미 일렉트릭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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