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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감학원의 아픈 기억을 담고 있는 도서 소년들의 섬
 선감학원의 아픈 기억을 담고 있는 도서 소년들의 섬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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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마주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선감학원이라는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 30여분 뻘밭을 지나, 이제 바다만 바로 건너면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 그 작은 아이들은 무슨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그 아이들 중 누군가는 바다를 건넜고, 누군가는 바다에 잠겼고, 누군가는 다시 잡혀가 죽음에 이를 모진 매질을 당했다. 그렇게 죽은 아이들은 산속에 묻히거나 사라져갔다. 

소년들만 있는 섬, 그곳에서 일어난 악몽

박정희 정부 시절 선감학원 수용 어린이들의 기억을 담은 책 <소년들의 섬> 출판기념회가 지난 15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렸다. 경기창작센터는 선감학원이 있던 곳에 세워졌다. 까까머리 어린들은 환갑을 넘긴 초로의 노인이 됐지만 아직도 선감학원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민선 기자는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책으로 엮어냈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만들고 군사정권이 완성시킨 곳이다. 1942년 5월 29일 200여 명을 수용하는 시설로 개원한 선감학원은 해방 후에도 그대로 남겨졌다. 이 선감학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게 박정희 시절이다. 소위 '부랑아 일제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가족과 연고가 있는 아이들까지도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다.

1982년 폐쇄 전까지 선감학원은 '소년 감화원'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강제 수용소나 다름없이 운영됐다. 강제노동과 폭력, 그리고 탈출 시도와 죽음이라는 도미노가 계속됐다. 특히 선감학원은 남자아이들만 수용하는 시설이었다.
 
 소년들의 섬 출판기념회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정진각 소장과 김영배 회장
 소년들의 섬 출판기념회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정진각 소장과 김영배 회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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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섬, 책 제목만 보면 참 낭만적이지 않나요?... 10살 내외의 아이들이 악독하면 얼마나 악독할까요? 살인, 강도, 강간은커녕 세상 분간도 못하는 나이입니다. (국가는) 어려운 아이들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창피하다고 이렇게 만든 겁니다."

약 20여 년간 선감학원 국가폭력 피해 문제를 연구한 정진각 안산지역역사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정 소장은 "(박정희 정권은) 옷이 허름하거나 물건을 파는 아이들이 외국에 알려지면 창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곳에 감금했다"며 "남은 생존자들 그리 많지 않다. 국가의 조속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여덟살 때 서울 누이네에 놀러갔다가 경찰에 붙잡혀서 여기 왔어요. (선감학원에서) 6년 동안 맞고 못 먹고... 죽도록 힘들었습니다.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 군대 행진, 제식훈련이 왜 필요했냐고 묻고 싶어요."

김영배 선감학원 생존자협의회 회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여덟살에 시작된 선감학원 시절을 떠올리면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참 외롭습니다. '그 시대엔 다 그랬어'라며 남 얘기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렵게 사는 피해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김 회장은 "희망적인 것은 여러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해주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진실규명 탄원서를 내면서 그는 자신이 선감학원 출신이라는 것을 밝혔다. 선감학원 출신이라고 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는커녕 사람 취급도 받기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지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당시 11명의 회원이 있던 '선감학원생존자협의회'는 5년여 만에 회원 수가 50여 명이 됐고 이름도 '선감학원아동국가폭력피해대책협의회'로 바뀌었다.
 
 출판기념회에 온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오마이뉴스 이민선 기자
 출판기념회에 온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오마이뉴스 이민선 기자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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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은 국가폭력입니다. 국가는 늘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늘 책임을 방기했습니다. 세월호, 일제징용, 선감원, 형제복지원 다 마찬가지입니다."

이민선 <오마이뉴스> 기자는 "선감학원은 일제가 만들고 경기도가 실질적 운영하고 완성했다. 국가 방침으로 운영한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며 "대통령과 경기도지사가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진심어린 '사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사에 대해서, '이거 소설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당시 관련 내용을 모두 팩트 체크했다. 누구든지 빨리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썼다"고 밝혔다. 

"저기 내 친구가 묻혔다" 아직도 생생한 증언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연병장이라고 부르던 운동장과 그 일대 모습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연병장이라고 부르던 운동장과 그 일대 모습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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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워보이는 풍광과 달리 고통으로 기억되는 선감학원 오는 길.
 아름다워보이는 풍광과 달리 고통으로 기억되는 선감학원 오는 길.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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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아홉 살 나이에 주먹 쥐고 엎드려 뻗쳐로 걸어오는 벌 받던 곳이 저기예요. 저쪽에 제 친구가 묻혔을 거예요. 이 일대 (논과 밭, 산) 다 저희가 일궜죠."

경북 안동의 영산암의 해법 주지 스님은 60여 년 전 선감학원 그때로 돌아간 듯 당시 건물과 주변 환경을 고스란히 복기해냈다. 당시 선감학원은 한쪽은 갯벌과 바다 한쪽은 산으로 막혀있어 외부환경과 철저히 차단돼 있었다. 지금도 안산 중앙역에서 1시간 가까이 들어와야 하는 외딴 곳이다. 또 주민들 대다수가 선감학원 관계자들이라 외부 도움을 받기는 불가능했다. 즉, 탈출은 불가능했다. 영화 <빠삐용>을 생각하면 된다고 해법 스님은 말했다.

"(멀리 있는 산을 가리키며) 날 좋을 때 보면 저기서 인천이 다 보이거든요. 인천이 집인 아이들이 그냥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던 기억이 나요. 소리 내면 맞으니까요."

그는 웃는 듯 우는 듯 알 수 없는 얼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다 간혹 자신의 친구가 묻혀있을지도 모르는 산을 넌지시 응시했다. 

쉽게 웃지 못하던 이들은 한 목소리로 "선감학원 피해는 일제가 아닌 박정희 시대의 고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감학원에 대해 증언할수록 자신들의 트라우마는 깊어지고 고통도 배가되지만 증언을 멈출 수도 없다고도 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정기적인 추모제 명문화와 추모공원 조성, 정부와 경기도의 공식적인 진심어린 사과 등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 바다로 가로 막혔던 섬이었던 이곳. 이제 육지로 연결됐지만 아직도 그들 마음속에는 가혹한 섬이 남아있다. 이제 그 섬은 흙으로 메워져 길이 놓였으나 아직도 그들은 그 섬을 탈출하지 못했다. 그 고통의 깊이와 상처의 무게는 평범한 우리들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약 60년 전의 아이들에게 고통스러웠던 섬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거친 세상의 왜곡선 시선 속에서 고통 받으며 살아온 그들이 백발의 노인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한편, 지난 2월 경기도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선감학원사건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조사 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총 4691명의 선감학원 퇴원아 대장(1955년~1982년)이 남아있다. 퇴원 사유는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귀가'가 1178명, 다른 고아원으로 보냈다는 '전원'이 1011명, 고용위탁(취업)이 413명, 사망 24명, 무단이탈이 833명, 기타가 1232명 등이었다.

퇴원 사유 중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무단이탈'로, 총 833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많은 생존자들은 무단이탈로 표시된 사람들은 바다를 헤엄쳐 도망치다 익사한 원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도 "무단이탈자 중 상당수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무단이탈로 표기된 833명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경기 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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