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헤이리'라고 누군가가 언급했습니다. '가장'이나 '최고'같은 최상급 수식어나 '***보다'같은 비교급 말을 좋아하지 않는 저는 이 말이 등장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모티프원 옆 작은 동산 숲속에서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수식어 속의 그 '가장'은 개발 욕심을 줄인 그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헤이리는 택지 조성이 이미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원형지 그대로를 구입해 어느 곳에, 얼마쯤의 집을 앉히고 어디를 그대로 둘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택지화 하지 않는 많은 공유지를 먼저 할당했습니다.
그 결과 노을 동산을 비롯한 작은 산들과 갈대늪같은 소택지가 인공화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 필지도 반 이상을 건물로 채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건물 높이도 모티프원이 자리한 게이트 커뮤니티 지역은 2층, 다른 문화비즈니스 지역은 3층을 넘지 못하도록 약속했습니다. 그 결과 약 70%가 녹지인 상태가 될 수 있었고 어느 곳에서나 낮은 산에 시선이 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티프원에서 불과 100m을 왔을 뿐인 아침 숲속은 마치 먼 곳의 여행지처럼 달랐습니다. 그곳은 21년 전 헤이리 마을이 들어서기 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50년, 100년 전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입니다.
눈앞에 필경 지난여름에 2세를 키워냈을 새 둥지가 있고 키 큰 참나무 끝에는 아침 모임에 나간 까치들의 까치집이, 그리고 그 숲 아래에 헤이리 사람들의 집이 보입니다.
큰사진보기
|
▲ 지난여름 2세를 끼워내고 떠난 여름새의 빈둥지, 그너머에 토박이새 까치집, 그 너머에 사람의 집, 헤이리. 헤이리마을이 만들어지고 2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숲과 새,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사들인 땅의 많은 부분을 숲으로 둔 선택때문이다 |
ⓒ 이안수 | 관련사진보기 |
서쪽으로 눈을 돌리자 모티프원 지붕너머로 임진강이 보이고 그 강너머의 북한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
큰사진보기
|
▲ 겨울숲의 진경은 가지만 남은 나무의 숨죽인 단출함과 하늘의 푸른 서늘함이 만들어내는 조화이다. |
ⓒ 이안수 | 관련사진보기 |
올겨울 들어 세 번째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 포슬눈으로 내렸지만 나뭇가지 위에서는 눈꽃이 되었습니다. 시선을 서재 밖으로 두고 날리는 눈을 지켜보고 있자니 눈덩이 같은 것이 정원에 내려 앉았습니다. 장끼였습니다. 정원을 가로질러 걸으며 먹이를 찾았습니다.
큰사진보기
|
▲ 정원으로 날아든 장끼. 그가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한다. |
ⓒ 이안수 | 관련사진보기 |
좀작살나무에는 수십 마리의 참새가 쑥새와 더불어 휴식했습니다. 이렇듯 공존은 내 것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들이는 일임을 자연은 때로는 선물로, 때로는 꾸짖음으로 일깨워줍니다.
큰사진보기
|
▲ 서재앞 좀작살나무는 참새들이나 딱새, 직박구리들의 놀이터입니다. |
ⓒ 이안수 | 관련사진보기 |
콘크리트 구조물로만 채워진 양보 없는 헤이리가 아님이 참 다행입니다. 헤이리 안에서 여전히 온갖 생명들이 함께 잠들고 함께 일출을 맞으며 공존할 수 있는 생태적 배려, 이 말 앞에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덜 부끄럽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