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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선 KTX열차
 경강선 KTX열차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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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개최하기로  발표하는 등 남북 교류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강원 동해선 철도 라인에 있는 자치단체들이 '북방물류 허브거점도시'를 선점하기 위한 '철도 물류기지'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남북 철도 연결이 되고, 이른바 유라시아(Eurasia) 철도가 현실화되면서, 강원 지역 동해안 철도 라인에 있는 각 지자체들이 향후 한반도에서 중국, 러시아, 유럽을 연계하는 북방물류의 거점 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유치에 나선 것.

부산에서 시작되는 동해선 철도는 현재 동해 북부선인 강릉~고성 제진 간 104.6km 구간만 미 연결 지점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 속도에 따라 언제든 조기 착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철도 물류기지 유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강릉시와 동해시, 속초시 등 3곳이다. 모두 동해선철도 라인이 지나는 곳으로 KTX열차 개통(강릉)이 되었거나 향후 개통 예정(동해시, 속초시)된 지역들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난해 말 개통된 경강선 KTX는 현재 강릉역이 종착역이지만, 내년 12월이면 동해시까지 연장 개통된다. 속초시 역시 수도권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철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사업은 그동안 설악산 관통시 발생하는 환경 문제로 1년간 지지부진 하다, 최근 미시령 터널도로 지하 260m를 지나는 것으로 재설계 돼, 현재 환경부에서 전략영향환경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KTX가 동서로 연결되고 북으로 가는 철길이 열리자, 강릉시는 민선 7기 김한근 시장 취임 직후부터 물류기지 유치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동해시도 무역항을 무기로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반면 속초시는 동서고속철 사업의 부진으로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지만 동서고속철 개통시 편리한 지리적 여건으로 강력한 경쟁지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가장 적극적인 것은 강릉시다. 강릉시는 수도권과 동해선 철도가 만나는 KTX 북방 물류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지난 10월 '북방물류 허브거점도시 시범사업 종합구상 용역'을 의뢰하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했다.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강릉시 구정면 금광리 1436번지 일원에 약 95만㎡에 산업용지, 주거 및 상업용지, 공공시설용지 등을 조성해 북방물류기지 허브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입지선정상임기획단'을 구성해  지난 7일 강릉시청 재난상황실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회의 첫 날 기자가 회의장을 방문했지만 강릉시는 취재를 거절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모든 것이 비공개라서 아무것도 답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릉시가 철도 물류기지 유치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입지선정상임기획단’을 구성하고, 지난 7일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비공개로 첫 회의를 가졌다.
 강릉시가 철도 물류기지 유치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입지선정상임기획단’을 구성하고, 지난 7일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비공개로 첫 회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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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릉시는 현 강릉역의 위치가 고민거리다. 도심 가운데 주머니 형태로 위치한 강릉역은 확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다. 게다가 강릉역사 진입 구간인(섬석천~강릉역) 2.6km가 지하로 되어 있고, 선로 역시 단선으로 되어 있어, 현 상태로는 여객과 물류의 허브 역할 기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향후 동해선 연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2012년 강릉역 착공 당시에도 이런 문제가 나왔고, 국토부 역시 도심 외각을 권고했다. 하지만, 최명희 당시 강릉시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최 전 시장은 '동계올림픽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국토부를 압박한 끝에 현 도심 속 강릉역사 위치로 관철시켰다.

그러나 북방물류기지 유치를 준비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북 교류시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강릉역을 거쳐 강릉~제진 간 동해북부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려면, 열차가 지나가는 라인에 환승역이 있어야 되는데, 현 강릉역 위치로는 열차가 도심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강릉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 운송을 위한 방법으로 당초 두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첫 번째는 현 역사를 이용하는 방안으로, 강릉역에서 경포쪽으로 지하를 뚫어 동해북부선과 연결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단선인 지하 역사 진입로를 복선으로 변경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토부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화물 컨테이너가 지하로 통과하는 것도 어렵고, 이것들을 상하차하는 화물적하선을 만들기에도 장소가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강릉시는 또 다른 대안으로, 강릉시 구정면 금광리에 위치한 남강릉I.C 주변에 개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남강릉I.C 주변 북방물류 허브거점도시를 조성하는 시범사업 종합구상'안을 마련하고 지난 10월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즉, 금광리에 남강릉역을 새로 만들어 여객물류 복합역사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칭)남강릉역이 사실상 경강선 KTX 종착역이자 동해선철도의 환승역 기능을 하게 된다. 강릉시는 현재 이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국토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강릉시가 물류기지 후보지로 지목한 구정면 금광리는 지리상 최적지로 평가되는 곳으로, 2012년 원주~강릉 복선전철 결정 당시 원래 여객과 물류기지가 들어설 지역으로 설계됐다. 특히 이 지역은 KTX철도와 영동고속도로와 연결된 동해고속도로 남강릉IC가 인접해 있어, 도로 기반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물류기지 유치를 위해, 옥계항을 확장해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위해 인접한 옥계 비철금속 산업단지 활성화를 최우선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강원 동해시 동해항, 동해시는 동해항 주변지역 항만배후단지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원 동해시 동해항, 동해시는 동해항 주변지역 항만배후단지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 동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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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역시 신항만 지정과 KTX 연장선 개통으로 북방물류의 거점도시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유치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동해시는 지난 2016년 말 해수부로부터 제주와 함께 신항만 건설지로 지정되어 현재 3단계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동해항은 석탄,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가 드나드는 강원권 유일의 국가 관리 무역항으로 내년 말 KTX 연장선이 개통되면, 항만과 철도 인프라를 모두 갖춘 최적지라는 입장이다.

동해시는 이를 위해 지난 12일 강원도와 공동 주최로 재단법인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가 주관한 '2018 동해포럼'을 열어 동해항의 남북교류 역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동해항이 남북 자원교류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규언 동해시장 역시 "동해항에서 뱃고동을 울린 선박에 실린 자재가 북한 내 인프라 건설에 도움을 주고, 북한에서 싣고 온 철광석 등 광물이 우리 산업의 쌀 역할을 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박종을 동해시 투자유치과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환동해권 물류중심도시, 물류전용거점도시가 동해시의 오랫 숙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취급되고 연결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동해시는 해운물류와 KTX연결되면, 바다길과 철길의 만남이 되는 곳으로, 앞으로 컨터이너 전용부두가 건설되고 항만배후단지가 조성되면 환동해권 물류 중심으로 거듭 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해시가 철도 물류기지 유치를 하는 것은 당연할 일"이라며 "현재 항만시설팀과 해운물류팀이 만들어져 가동중이다"며 강한 유치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강릉시의 옥계항 확장 계획에 대해서는 "가까운 곳에 큰 무역항이 있는데 항만 확장에 투자한다는 것은 정부가 볼 때도 '중복투자'이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해시는 항만 배후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북평산업단지가 철도 물류기지로 활용하기에는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아 대체 부지 마련이 최대 걸림돌이다.  

반면 속초시는 아직까지 철도물류의 기본 인프라인 동서고속철 사업이 추진 중에 있어, 아직 역세권 사업이라든가 물류기지까지 검토하기는 좀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속초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서고속철 사업이 이제 겨우 실마리를 찾아서 전략영향환경평가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해 본 적이 없다"며 "그러나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 당연히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속초를 잇는 동서고속철 사업은 설악산 관통 문제로 환경부에서 2번이나 제동이 걸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환경부 전략영향환경평가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동서고속철사업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속초시 역시 남북 물류기지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물류기지 유치에 뚜렷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은 속초시가 잠재적 경쟁지로 거론되는 것은, 수도권 철도와 동해선 철도가 만나는 삼각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다 북방 물류에서 우리나라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지리적 조건과, 게다가 서울 용산~속초까지 90분 만에 주파가 가능한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최단거리라는 잇점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동서고속철이 설계에 들어가게 되면 기본적으로 물류 기능도 함께 설계된다"고 말해, 속초시 역시 물류기지 후보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동서고속철은 복선인 경강선KTX와는 달리 단선으로 설계돼 물류 수송에 제한적이라는 것과, 설계에서 개통까지는 걸리는 기간이 최소 4~5년으로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당장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철도 물류기지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토부는 "동해선 철도 미 연결 구간인 강릉~제진 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시점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겠지만, 해당 자치단체들과도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강릉, #동해시, #속초시, #강원도,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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